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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 <달의 공주와 죽지않는 병기>
글쓴이: Rudra
작성일: 14-08-23 01:17 조회: 3,293 추천: 0 비추천: 0
                         달의 공주와 죽지 않는 병기
- 크레파스, Novel Engine, 요희전기 1



노블엔진 5회 공모전에서 대상작이 나왔다. 3, 4회 공모전을 건너뛰었으니 터뜨려주어야할 타이밍에 나온 대상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1권을 출간한 달과 공주는 그 '시기적절한 대상'에 걸맞는 소설이었을까. 개인적으로는 회의감이 앞선다. 희대의 소설, 녹턴 아르페지오의 감상은 굉장히 간단했던 기억이 난다. 1. 재미없다 2. 재미없다 3. 재미없다로 끝이니까. 그러나 달의 공주는,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 '재미없다'인지, '못썼다'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말할거리가 더 많지 않을까.


 

일러스트의 배분


 짚고 넘어가보자. 주인공은 '융'이라는 거대병기의 파일럿이다. 이 세계에서 전투의 중심은, 주로 헬기를 탄 관제사와 융을 탄 파일럿의 몫이다. 전면적인 메카물은 아니더라도, 메카물을 어느정도 표방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메카물에서 메카의 일러스트가 한 장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아,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메카가 나오는 일러스트가 존재하긴 한다. 파괴되는 뒷모습 일부 하나와, 콕피트 내부 하나. 메카의 전신이 온전하게 나온 일러스트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체 왜일까. 게다가 1권의 난관이자, 한순간이나마 변화한 주인공의 대척점에 서있는 신이의 일러스트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아마 2, 3권부터는 신이도 융도 다 멸망하는 아포칼립스가 찾아오는 모양이다. 대체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을 그려넣는 기준은 대체 무엇일까.


불리한 서술전략.


 굳이 짚을 것도 없이, '달의 공주'는 1인칭 소설이다. 짚어야할 점이 있다면, 1인칭 시점의 단점만을 놀라울 정도로 속속들이 뽑아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메카물의 메카라는 것은 주인공의 확장된 신체이자 자아다. 메카물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하는 두루뭉술한 유형의 애새끼라면 대부분 메카가 전면으로 나와있기 마련인데이것은 메카도인물도 뒤로 숨어있다. 단순히 소극적인 것인지, 문제를 회피한 것인지 확신은 가지 않지만 말이다. 

 1인칭 시점은 시야의 제약이 크다. 일반적인 배틀물이라면 비껴갈 수 있는 문제지만, 이것이 메카물의 성격을 띄다보니 강하게 드러난다. 아머드 코어나 Z.O.E 같은 TPS 로봇게임이라면 시점의 등짝 페티쉬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고, FPS라면 직접 제시하는 시야와 계기판 화면, 스피디한 화면 전환 등의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글이다. 인물은 콕피트 안에 있고, 메카의 움직임은 파일럿의 조종에 따라 좌우된다. 그렇다면 교전장면을 어떻게 묘사해야할까. 영상매체라면 콕핏 안 주인공과 메카의 움직임을 교차로 잡을 수 있겠지만글에서는 서술자 메카의 움직임이 콕핏 안에 묶여버린다. 실제로도 배틀장면이 놀라울 정도로 지루하고 아무 감흥이 없다. 왜 굳이 1인칭 시점을 고수해야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시각적 묘사를 불필요할 정도로 제한함.


이것의 문제는 대부분 막연하게 존재하는 세계에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어디쯤 위치해있는 세계인지 알 수 없다. 워낙 세계의 정보가 적고 막연하니... 그 이상으로 언급하고 싶어지지는 않는다.

 

인물 조형의 문제.


삶에 목적이 없는죽어있는 인물형 주인공 옆에 섹스할 수 있는 어머니형 히로인이 붙어있고, ‘우유부단한 지도자형 공주와 커뮤니케이션 장애의 난폭한 가신형 로리 등등이 붙는다. 서브컬쳐의 인물은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인물이 아니다. 어느 특징 하나를 핀포인트로 집어서 데포르메시켜 인물로 탄생시기니 말이다정말로 극단적인 말로 한다면 문제를 안고있는(서사와 관계 안에서 치료될) ‘미친년’ ‘미친놈들인 셈이다하지만 그 인물 속성에서 사실적인 인물을 만든답시고 현실적 짜증남 만을 전면에 세워놓는 것은 라이트노벨이 기피해야할 영역이다. 모에의 원류가 저능이라는 속설도 있지만, 그 저능이 현실적 저능은 아니지 않은가? 대사가 지리멸렬하고 서술이 질리고인물에게 짜증을 느끼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된다면 대체 왜 저 년놈들이 저 미친짓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물론 그 짜증을 의도에 두고 만든 캐릭터도 존재한다첫 장면에 등장하는 남자 조종사가 그런 유형인데... 그 짜증남을 유발시키기 위한 대사가 쌍팔년대 이야기에나 나올법한 작업대사라는 것은 또 어떨까.

 히로인에게서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작가가 캐릭터의 특징을(바꿔말하면 자신의 성벽을) 제대로 다루길 회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히로인의 매력 어필 페이즈가 되어야할 대화 파트가 붕괴한다. 대사가 정말 눈물나오도록 재미가 없는데, 똑같은 이야기로 챗바퀴를 돌리거나, 정말 꾸역꾸역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대사를 뱉는다. 능청스러운 캐릭터 몇 명이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몸을 던지며 뛰어다니는데, 상황이 그다지 나아진 것 같아보이진 않는다. 초반의 신이를 보자.

 "누나 방에 가서 공부할까? 누나가 잘 가르쳐 줄게."

 "쟤는 짜증만 부리고 무섭잖아. 누나가 친절하게."

 "야!"

 "꺼져! 장난치지 말고!"

 "뭐, 뭐라고? 들었어, 흑록?"

 더 이상은 괴로우니 생략한다.

 

슬플 정도로 부족한 테크닉


 이러니저러니해도 이야기는 나름대로의 갈등구조와 서사적 굴곡을 갖추고 있다하지만 소설 내내 전개는 일방적인 사후통보식이다. 유기적인 연결은 기대할 수 없다. '그냥 이렇게 됐으니까 그렇게 알아!' 라는 식으로 해버리면  그렇구나’ 정도로 반응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대부분의 사건과 인물의 대사들이 무의미해보이게 만드는 원인은 테크닉 부족에 있다우선처음부터 끝까지 글의 밀도가 낮다인물 세 명을 제시하고주인공 삶의 목적이 없다는 사실을 제시하는데 108쪽의 분량의 글을 할애한다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이라 말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런 템포의 늘어지는 밀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된다. 루즈한 전개의 탓이 비단 여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개의 유기성이라는 것은 한 시퀀스와 다음 시퀀스의 사이를 어떻게 채울지의 문제이다히로인의 매력을 부각시킬 이벤트나 독자에게 필요한 세계의 단면을 제시할 수도 있겠다게다가 어떤 변화나 갈등에 돌입해도 서술의 톤이 무기력하게 유지된다. 장면이 전환되는 부분에서는 대성통곡이 하고 싶어진다. 인물이 쓰러지는 걸로 전환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라스트 배틀에서 주인공이 의식을 잃는 장면에서는 차라리 나 역시 의식을 잃고 싶었다. 정말 슬플정도로, 절실하게 테크닉의 부족이 느껴진다. 서술에 있어서 외국어를 최대한 배제하는 노력을 기울인 것은 어느정도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기본적으로 생각해야할 부분이 더 많지 않았을까. 삶의 목적이 없는 주인공이라도 서술마저 목적이 없으면 안 될 노릇이다일정한 톤에, 일정한 밀도! 저는 제 소설의 모든 인물들과 장면들을 똑같이 사랑합니다. 쇤베르크의 12음기법을 글에도 한 번 구현해보았지요!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나이브한 메세지


 '일러스트가 예쁘다'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무엇인지 하루종일 고민해봐야하는 소설이지만, 담고 있는 것은 꽤나 뚜렷한 편이다. '삶의 목표가 없는 인생은 공허해요'가 어느정도 가치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겐 충분히 가치있는 일 아닐까.





여담으로, 제목에서 '죽지않는'은 '죽지 않는'으로 띄어써야 맞지 않는가. 제목부터 틀린 소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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