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비평가, 작가 환영. http://cafe.naver.com/novelgourmet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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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사실 국내 익스트림 노벨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빈약해도! 빈유라도! 라도 봤었죠. 제목만 보고 익스트림은 노선을 뽕빨로 잡는 건가...... 싶었지만 왠걸,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그냥 그런 수준. 뭐 그래도 괜찮아요. 한국 익스트림 노벨은 나온지 얼마 안 됐으니까요. 차근차근, 적당한 수준의 작품만 내다가 우연히 대박을 건지면 그 순간 시장의 주류가 될 수 있죠. 특히 이미 실력이 검증이 된 작가가 있다면 더 좋고요.
나승규 작가는 이걸로 3개 출판사에 책을 한 번씩 내본 작가가 되었네요. 그것도 엄청나게 다양한 장르들로 말이죠. 그리고 필명 세탁도 이만큼 한 작가가 없겠죠. 응. 하지만 뭐 그래도 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나노예와 리벤지 레이디가 정말 개망이었지만, 그래도 좋아합니다. 검술학교도 정말 하등의 관심이 없었는데 나승규가 썼다니 올. 봐야지. 라는 생각이 드네요.
2. 개괄적인 평가
사실 창작물이라는게 이미 나올 소재는 다 나왔어요. 그렇지만 참신함이라는 건 아직도 세상에 존재합니다. 이미 기존에 있었던 소재들, 누구나 알 법한 것들. 누구나 생각할 법한 것들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묶는 거죠. 포은연? 포은기. 라고 줄일게요. 포은기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누구나 한국 라이트 노벨을 쓰려면 한국적 소재를 넣어야해...... 라고 생각하면서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넘어갔는데 포은기는 한국적 소재를 정말 제대로 활용해서 라이트 노벨을 써냈습니다.
몰락한 조선의 유생, 그것도 사문난적 취급받은 유생을 주인공으로 활용해서 평범한 주인공 같음에도 개성을 더하고, 라이트 노벨 평범한 주인공 친구 같으면서도 주인공을 인정하는 부잣집 캐릭터가 합쳐진 조연. 그리고 여성 및 신분차별을 소재로 하는 이 소설에서 빛나는 각종 여성 캐릭터들과 그들에 대비되는 소월. 각종 모에요소를 덧붙이면서도 천박하지 않게 만들고 옷이라는 소재, 상업물의 요소를 넣어서 이렇게 완성하니 정말 좋군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발상이었어요. 이미 모애모애 조선유학이나 매관매직 스크램블이라는 소설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나승규 작가가 쓴 글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잘 쓰기 힘드니까요.
3. 불만
따로 목차를 나눠야 할 정도로 아주 큰 흠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난 명작이 될 수 있었던 걸 그냥 수작으로 만든 정도의 흠. 그냥 빨기는 힘든 점이 있습니다.
-난잡한 구성-
일단, 작중 메인 스토리는 하나였는데 서브 스토리가 굵직한 걸로 2개나 있습니다. 근데 그게 잘 해결되지도 않고 잘 드러나지도 않고 무조건 뒷권에서 해명하겠다는 건 좀 그랬어요. 물론 2권이 예정되어 있는 작품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아쉽긴 하네요.
가장 큰 원인은 주인공의 특이한 위치에 있겠죠 주인공의 유생이자 화공이라는 신분, 사문난적이라는 딱지가 붙은 '진짜' 사문난적이라는 신분, 소꿉친구를 위해 일한다는 목적, 그리고 포목점의 사실상 공동 창립자라는 그 애매한 위치를 하나로 녹여내지 못하고 다 분리한 다음 포목점 이야기만 해결해버렸어요. 이중신분 유생 이야기. 몰락한 집안과 주인공의 입장차이는 이번 권에서 해결할 생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강조해서 '그래서 메인 플롯이 뭔데? 결말은 뭘 중점해서 나는건데?'라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주인공 누나 왜 나왔어요? 아무 일도 안 했는데. 그냥 2권에서 나와도 상관없었을걸요. 주인공의 누나는 본편과는 다른 갈등을 제공하는 요소였음.
게다가. 2권에는 또 다른 떡밥을 뿌려서 또 그것만 해결하고 나머지는 '주인공의 면모'로 퉁쳐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묘한 기분이 드네요.
-작위적인 전개-
난잡한 구성보다 더 큰 흠. 위기와 갈등을 주잖아요? 그런데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유치합니다. 위기를 엄청 크다고 강조하면서 히로인과 둘이서 쑥떡쑥떡거리고 해결해버리는데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너무 안이한 것이 아닐까요. 가장 큰 게 주인공의 능력인데요. 그거 실제로 뭔가 보여준 게 아니고 그냥 언급만 됩니다. 독자야 그 능력이 언급되었으니 무조건 쓰일 거라는 건 당연히 짐작하죠. 난잡한 구성과 합쳐져서 책의 가치를 무자비하게 깎고 있어요.
4. 총평
이 정도면 충분하죠. 잘 짜였다고는 못하겠지만 잘 써졌잖아요. 세계관과 인물, 주제의식에서 합격점이니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말이죠. 제가 정말로 걱정되는 건 뒷권이에요. 나승규 작가는 3권만 넘으면 글에서 힘이 쭉 빠지거든요. 이거 좀 거하게 수틀리면 후반에서 다 망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읽는 도중에 재밌었고 뒷권이 기대됐습니다. 1권이라면 사셔도 아마 후회는 안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