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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디펜스 1권 평
글쓴이: 청아비
작성일: 16-04-10 14:11 조회: 4,640 추천: 0 비추천: 0
이 평은 한국 라이트 노벨 비평가 모임의 평입니다. http://cafe.naver.com/novelgour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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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영상출판미디어가 노블엔진의 몬스패닉으로 성급한 일본수출과 애니화의 폐해를 보여주고, 노블엔진 팝으로 흑백일러를 뺀 라이트 노벨을 일반 소설처럼 팔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면 노블엔진 단행본은 부직포 재질의 토트백을 2만원에 파는 출판사가 책 뒷면의 소개 문구를 띠지로 옮긴 라이트 노벨로 얼마나 폭리를 취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시드노벨의 개와 공주 6권이 650페이지에 8500원이고, S노벨의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8권이 550페이지에 8200원일 때 470페이지에 11000원으로 제공해드리는 소설, 던전 디펜스 1권 평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서문은 읽을 필요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먼저 하죠. 이 소설이 재밌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제 생각엔 없는 것 같습니다. 근래 발매된 모든 소설 중 가장 화제에요. 인터넷 연재, 대여점 소설본, 그리고 이 버전까지. 전 본 적 없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꾸준히 읽혔고 팬층도 두텁습니다. 나무위키 항목도 드물게 자세하죠.

이런 소설을 평하는 건 되게 부담됩니다. 호평을 들을수록 제 안의 기대가 끝도 없이 커지는데 모든 실망은 기대에서 나오거든요. 그리고 사실 짐작도 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내가 볼 때 재미없을 것 같다. 제 취향이 아닐 것 같다는 기운이 광고에서, 소개에서, 그리고 드문드문 들려오는 평에서 '이 책을 사면 다른 이들은 몰라도 넌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고 저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전 이 소설이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궁금함을 이길 수 없었고, 결국 지갑의 1만원 지폐를 들고 서점에 가서 빌어먹을 가격을 욕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와 1천원을 더 들고 가서 초판도 아닌 책을 정가로 사버렸습니다. 경계선상의 호라이즌 외에 1만원으로 살 수 없는 라이트 노벨이 있는줄은 몰랐군요. 뭐 좋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죠.

2. 개괄적인 평가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 있습니다. 명문(名文)이에요. 필력이 기가 막힙니다. 이미 경험이 있는 작가라는 걸 감안해도 대단해요. 서술과 등장인물의 대화를 보면 감탄이 나옵니다. 뛰어난 문장은 인물에게 정확히 필요한 정도로 몰입하게 해주고 글의 흐름은 독자가 부담은 없지만 확실한 재미를 느끼는 속도로 진행됩니다. 이야기의 구성은 탄탄하고, 인물은 제가 근래 본 소설 중에서 가장 생동감 넘칩니다. 창작물의 등장인물 같지 않아요. 정작 이 작품의 인물들이 게임 캐릭터라는 설정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네요. 어쨌든, 이 작가는 어떤 내용이라도 재밌게 쓸 정도의 필력을 가지고 있고, 이 이야기는 그런 필력이 없었더라도 꽤나 흥미로웠을 것 같습니다.

재밌는 소설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겠군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근래 읽은 것중에는 바보 왕자와 강철의 메이드가 더 재밌었고, 비슷한 류로 한정해도 당신과 나의 어사일럼이나 노 게임 노 라이프가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저의 기대치와 취향의 문제인지 아니면 실제로 거품이 좀 낀 건지 지금이야 증명할 수 없지만요.

이 작품의 끝이 평작이 될지 대작이 될지 저야 모르겠습니다만, 시작은 수작 정도에서 그치는 것 같습니다. 단점이나 장점을 떠나서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죠.

3. 장르

일단 이세계에 와버렸다. 계열 작품입니다. 이 부분은 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초현실적인 사태에 대해서 주인공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것을 즐겨요. 이건 뭐 주인공의 성격 탓인 것 같고 그 점에 대해 별 불만은 없습니다.

어떻게 이 세계로 왔는지에 대해 최소한의 설명은 하지만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죠. 노 게임 노 라이프는 다른 세계의 신 테토가 게임 잘하는 주인공들을 자기 세계로 데려온 거고, 어사일럼의 경우엔 은사자 백작이 마법사입니다. 가장 대충대충 설명한 작품으로는 '이 세계가 게임이란 사실은 나만이 알고 있다'(약칭 고냥귀고냥). 정도가 떠오르네요. 그건 왠지 소원을 이뤄줄 것 같은 물건들이 창고에 있었고 그게 진짜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게임 세계로 떨어졌다는 설명을 합니다. 건성이고 설득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던디나 고냥귀고냥에게 있어서 그건 단점이 아닙니다. 노 게임 노 라이프와 어사일럼은 다른 세계를 이동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혹은 그런 능력을 가진 존재가 이야기의 핵심에 있죠. 그렇지만, 던디와 고냥귀고냥에게 있어서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요소인 겁니다. 그러니 대충 넘어가도 되는 거죠.

다른 특징을 살펴보자면, 요즘 라이트 노벨은 주인공이 좀 똑똑하길 바랍니다. 좀 사악한 구석도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다소 멍청하지만 동료를 끔찍히 아끼고 열혈. 노력으로 강한 적을 이기는 주인공은 옛날 소년만화에서나 나오라고 해요. 라이트 노벨의 주인공은 누구보다도 뛰어난 잠재력 내지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당장은 바닥에서 시작하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능력으로 전부 손에 넣을 것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게 요즘 대세에요. 뭐 외국 작품으로는 당장 노 게임 노 라이프가 생각나고 국내 작품으로는 당신과 나의 어사일럼, 반역기사의 성녀찬탈이 생각나는군요. 이 작품은 그런 계열입니다. 판타지 요소가 있고 실제로 언젠가는 싸울 것 같지만 그게 핵심은 아닙니다. 싸움은 주 갈등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도구나 장치죠.

이런 두뇌싸움 계열 작품은 실제로 작가가 좀 머리가 좋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머리와 계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이 똑똑해 보이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멍청해 보이거든요. 그렇지만 사실 이 작품은 그런 문제에서 살짝 벗어나 있습니다.

4. 주인공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실 그렇게 똑똑해 보이진 않습니다. 똑똑하다기보다는, 달인이죠. 심리전의 달인, 사람 마음의 빈틈을 파고드는 달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능력을 한계까지 활용할 수 있는 달인. 판을 몸소 짜기보다는 준비된 판에서 이득을 최대한 본 다음, 다른 판으로 갑니다. 주인공의 뛰어난 두뇌능력은 계산이나 치밀한 계획 수립, 추리력에 있지 않습니다. 관찰력, 연기력, 임기응변, 이길 확신이 있다면 위험부담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하는 대담함에 있죠. 뭐 전자의 면모가 없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제대로 드러날지도 모르지만 1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니까요.

작품의 여러 설정이 주인공을 묘하게 깎아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광고에서는 최저 최약 최악의 마왕이라고 했지만, 그리고 실제로 초반 대우가 비참하긴 했지만 진짜 바닥에서 시작하는 건 아닙니다. 마왕이라는 이름값만으로 백작가 직할령의 1년치 예산을 그냥 빌릴 수 있죠. 자기 몸이 담보고, 그 몸에는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겁니다. 최저 최약 최악의 마왕이라는 건 모든 금수저 중에서 가장 별로라는 거지 금수저가 아니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주인공은 문제를 해결할 때 자신이 알고 있는 게임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사람의 호감도를 알아내는 능력도 가지고 있죠. 주인공에겐 상당히 큰 자유가 주어져 있고 마왕이라는 이름값만으로 어지간한 사람은 다 만나고 돈만 있다면 뭐든지 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의 심리는 그냥 읽어낼 수 있죠. 이 세계의 언어는 그냥 쓸 수 있어요. 원래 세계에 미련도 별로 없었습니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죠.

어사일럼의 주인공은 고문용 장난감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세계에 대해서 아는 건 쥐뿔도 없고 자기와 가장 많이 대화하는 사람은 그 속을 짐작할 수도 없는 정신병 환자에 주 업무는 혓바닥으로 그 환자를 씻겨주고 체취를 들이키는 겁니다. 씻는 걸 싫어해서 목욕도 안 하는 그 정신병자를요. 만나는 다른 사람들 역시 정신병자죠. 역시 주 업무는 그 사람들의 발냄새를 맡는 겁니다. 허락을 못 받으면 화장실도 갈 수 없고 사유재산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세계의 언어는 공부해야 쓸 수 있었죠. 원래 세계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이 세계에서 해야 할 일도 너무 많습니다. 그 어깨에 수많은 사람들의 미래와 현재가 걸려 있고 그것을 위해 애쓰죠.

시원시원한 맛은 있습니다. 어사일럼의 주인공은 너무 불쌍해보이거든요. 아닌가? 소녀의 발냄새를 좋아하는 변태로 보이나? 어쨌든 편한 시선으로 보긴 힘들어요. 던디는 좀 더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재미를 가지고 있어요. 어사일럼은 취향 엄청나게 갈립니다.

5. 총평

던전 디펜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볍게 읽어나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한국의 라이트 노벨이라는 것이 말이죠, 재밌는 소설이야 많지만 좀 보면 그게 일반적인 라이트 노벨 내지 판타지의 재미라기보다는 그 소설, 그 작가의 재미 같은 느낌이거든요. 비슷하면서도 똑같이 재밌는 걸 찾기 너무 힘들어요. 어떤 의미로는 한국적 라이트 노벨 같은 게 없었다는 거죠. ~~적 이라는 건 좀 닮은 요소가 있다는 거니까. 출판사 수도 적어서 출판사의 특색이 발매되는 소설에서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점에서 던전 디펜스는 한국적 라이트 노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대여점 판타지장르 쪽을 계승하면서도 라이트 노벨이라는 그 애매모호한 정의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거든요. 최근에 시드노벨의 드래곤X프린세스X블레이드도 그렇고 질주하라 스프린티나! 나 은둔마왕과 검의 공주도 그렇고 슬슬 업계에 일반적인 색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서 좋군요.

뭐, 결론을 말하자면 재밌는 소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말이죠. 그것만으로도 책을 살 이유는 충분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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