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문제의 감평 내용을 다시 짚어봅시다. 문제의 감평 원본은 디씨인사이드 판타지 갤러리에 있군요

문제의 감평 원본이 있는 게시글 주소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장기적인 플롯 없이 머리가 아닌 척수반사적으로 적어나간 탓이겠지요.'죠.

네, 그렇습니다. '머리가 아닌 척수반사적으로 적어나간'이라는 표현은 제가 볼 때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비하적으로 받아들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인 즉슨 애초에 문제가 있는 문장표현이었다는 이야기죠, 감평의 다른 부분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문제입니다.

왜 문제냐? 이걸 잘 모르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이거 충분히 비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입니다. 저 척수반사 이야기는 안 들어갔어도 전혀 문제 없는 부분이었어요. 왜 남의 집 귀한 자식한테 넌 머리가 아닌 척수반사로 글을 쓰냐라는 모욕적인 표현을 던지냐 이겁니다. 쉽게 말해서 '넌 생각도 안 하고 사냐?'라는 말을 돌려 말한 거랑 똑같습니다. 그것도 좀 좋게 돌려말한다면 모를까 아예 직설적으로 머리가 아닌 척수반사 운운하고 있군요. 이건 정상적인 감평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단평은 어디까지나 작품을 평하는 것이지 사람더러 넌 생각을 하니 안하니 평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그 사람이 글을 잘 썼건 못 썼건 간에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입니다. 게다가 중요한 것, 이거 비공식적인 피드백이나 내부적인 소통이 아닌 공식적으로 노블엔진 측에서 지망생에게 보낸 단평입니다. 쉽게 말하면 회사의 공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그런, 공개 가능한 회사 차원, 그 회사를 대표하는 답변메일에서 저런 표현을 쓴다? 이건 제가 볼 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예의를 어겼을뿐더러 '갑'인 편집부 입장에서 '을'인 작가지망생에게 자기 멋대로 하는 '갑질'로 밖에 안 보이는군요.

네 이렇게 말하면 또 반박하실 분들이 계시죠? 어제부터 쭈욱 자게를 둘러봤는데 거의 대다수의 자유게시판 유저분들은 편집부측을 옹호하더군요. 

그 분들의 논리를 대략 정리해봤습니다.

아닙니다. 애초에 성추행이나 모욕, 비난 등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결정되지 하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친구 사이를 잘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을 던져놓은 친구가 여러분이 꿍해있다고 해서 '장난이었는데 왜 정색해 임마!'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그 말을 장난이라고 생각할 건가요? 이런 논리를 펼치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할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머리가 아닌 척수반사적으로...'운운하는 대목은 충분히 당신 생각도 안 하고 사냐, 정도의 모욕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하고 이렇게 쉴드쳐봤자 여전히 편집부가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유리멘탈 운운 이야기는 바로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잘못된 겁니다. 이 정도 이야기에 상처받다니 이거야말로 가장 위험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모든 사람이 강철멘탈일순 없습니다. 사람 하나하나의 가치관은 전부 다른 거고 여러분은 이 가치관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설령 편집부라도 마찬가지지요. 그그리고 이전부터 이것이 행해져 왔다고 해서 지금까지 묵인하는 것 또한 안 될 일입니다. 

군대로 바꿔 봅시다. 여러분은 군대 관련 이야기 중에서 '요즘 군인들 군기가 빠졌다.' 내지는 '군인들은 원래 맞아야 군기가 든다.' '겨우 저 정도로 징징대냐 내가 있을 땐 더 심했는데 ㅉㅉ'라는 주장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사람들은 군기라는 것을 위해 병영부조리는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다, 내지는 내가 있을 때는 저것보다 더 심했는데 요즘 애들은 왜 이러냐 등등 소위 말하는 꼰대질을 하고 있죠.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금, 여러분께서, 하고 계신 겁니다.

저기서 말만 좀 바꿔봅시다.

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표현을 다르게 하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어록을 보고 가겠습니다.

자, 맞는 말입니다. 여러분 말 대로 틀린 말 한 게 아니죠. 아 그러고 보니 2번이랑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많군요. 그런 부당한 감평을 받았을 때 상대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해가지고...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웃음) 그런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청년들에게 폭풍같이 까였습니다. 엥? 틀린 말 한 게 아닌데 왜 까이죠?? 맞는 말이잖아요? 의문이 막 새록새록 솟아오르지 않습니까?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볼까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쓰신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청년을 향한 격려와 힐링을 해주는 에세이집이죠. 베스트셀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지금은 긍정적인 반응보다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김난도 교수님이 틀린 말을 해서일까요? 김난도 교수님이 한 말 중에 틀린 것은 엄밀히 말하면 없습니다. 그저 열심히 청년들을 위로해주려고 했을 뿐이죠. 그런데 욕을 먹으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그렇죠?

결국은 맞는 말이라도 표현 방식이 어떠냐, 말 한 사람이 누구냐, 사회 환경이 어떠냐에 따라 충분히 우리는 비난을 할 수 있고 그런 발언을 한 사람은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게다가 위에서 예로 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나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척수반사로 쓴 게...'라는 비하적인 표현은 한 마디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노블엔진 편집부의 그것은 애초에, 위에서도 말했지만 작가와 편집부 이전에 인간 대 인간으로서 예의가 아닌 발언입니다!

이거야 말로 반박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입니다. 네? 뭐라고요? 이건 일반적인 혹평이 아닙니다. 상대방을 비하적인 발언이죠. 그런데 그런 비하적인 발언이 도움이 된다고요? 그건 도움이 아니라 트라우마라고 부르는 겁니다. 더 이상 논할 일고의 가치도 없어요.

굳이 논한다면 위에 쓰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 중 하나를 인용할 수 있겠군요. 

어때요? 여러분이 한 이야기랑 똑같지 않습니까? 저런 말을 하신 분은 이 발언에도 동의하시겠죠? 결국 여러분이 말한 건 의지드립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세상에 의지만으로 다 되는 것은 없으며 사람의 멘탈의 강도는 다 다릅니다. 하물며 이건 일반적인 혹평이 아닙니다. 제가 일반적인 혹평이었으면 이런 말도 안 합니다.

글을 잘 썼건 못 썼건 간에 이러한 표현은 절대로 하면 안 됩니다. 그럼 이거 무대를 바꾸어 볼까요?

자, 여러분이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막 일병을 달았는데 행보관이 작업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저런, 작업이 너무 어려워서 정말 못했습니다. 누가 봐도 화날 정도로요, 그때 행보관이 여러분을 뭐라하면서 소리칩니다.

네, 일을 너무 못 해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죠? 이런 주장 하시는 분들은 당연할거라고 여기실거라 믿습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 보죠. 여러분이 모자란 스펙을 가지고 어찌어찌 국내 굴지의 대기업 현대자동차그룹의 서류전형을 겨우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면접을 너무 못 봤어요. 그래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불합격 통보 문자가...

네, 당연한거죠? 그쵸? 아무것도 없이 서류전형까지 통과했다가 면접에서 떨어졌고 내 스펙이 형편없는 게 맞고 면접도 개판쳤는데 이런 평가, 이런 불합격 통보 문자가 당연한거죠?? 그렇죠??? 하물며 회사의 면접관들은 노블엔진 공모전 따위와는 차원도 다른 정말 수천수만명의 원서를 보고 면접을 보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기본 자격도 안 갖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정도는 허용되지 않나요? 프로잖아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에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보낸 답변메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메일에 척수반사 운운하는 표현을 적어놓는다? 아무리 글의 형식이 감평이라고 해도 너무 도가 지나친 표현이에요. 공식적인 답변에 쓸 만한 말이 아닙니다. 얼마 전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의 문의메일 답변에서 '닥치시고 와이파이가 잘 되는...'운운했다가 몰매 맞는 일이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맞는 말이잖아요. 다음모바게 고객대응팀은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잖아요?

아닌 겁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예요. 아무리 프로라고 한들, 편집자라고 한들, 감평이라고 한들, 그 사람에게 상대방을 비하할 권리는 없습니다. 게다가 설사 비하적 표현이 아니라고 해도 공식적인 메일에 이런 문제될 만한 발언을 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군요.

결국 결론은 이것입니다. 노블엔진은 기업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의견을 말하는 데 있어서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했으며 이것은 출판사 이전, 기업의 태도로서 잘못된 겁니다.

제 긴 의견은 여기까지입니다. 잘 들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여러분들이 동의하실수도, 안 하실 수도 있습니다. 동의 안 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할 글귀를 몇 자 적고 이 글을 끝맺겠습니다.

"질투하는 대신 선망하라,타인의 성취를 인정하라

설령 그의 성공에 문제가 많아 보일지라도 그대는 오히려 그에게서 존중할 만한

점을 애써 찾아 그것을 배워라,

한껏 부러워해라.그래야 이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성취를 보고도 부러워하지 않는다면,그게 오히려 지는거다"

"연습하는 자와 저축하는 자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

연습과 저축은 모두 미래의 달콤함을 위해

기꺼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는 행위다.

그리고 그 감수는 1만 시간처럼 무지막지한 양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대도 한번 실천해 보지 않겠는가?

기적이란 천천히 이루어 지는 것이다."

"추락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마라.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더구나 그대는 젊지 않은가?

어떤 추각의 상처도 추스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너무 무서워하지 마라.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했다. 자신있게 줄을 놓아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날개를 펼치고"

- 글귀 출처 :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님의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