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을 위해서입니다. 판타지가 아닌 이상, 현실을 묘사하는 소설에서 현실을 외면하면 곤란합니다. 픽션이라 해서 너무 사실과 동떨어져 있으면 아무래도 공감하기가 좀 어렵겠죠. 예를 들어 역사 소설을 쓰고 있는데, 임진왜란이 일어난 연도를 서기 1600년이라고 써 놓는다면 어떨까요? 10년도 차이나지 않는 오류지만, 역사에 민감한 독자들에겐 결코 작은 오류가 아닙니다. 현대가 배경인 소설을 쓰고 있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본 재임기간을 6년이라고 써 놓는다면? 읽는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사실이 아닌 걸 사실처럼 보이게 해야지, 사실인 걸 사실이 아닌 걸로 묘사하면 안 된단 말입니다.
모두 작품의 완성도와 깐깐한 독자들 때문입니다. 깐깐한 독자들이 원하는 건 하드SF에 가까운 현대 판타지 소설 따위가 아닙니다. 그들은 작품에 들인 작가의 성의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작품에 투자하는 것. 자기 작품을 사랑하는 작가라면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테지요.
우리가 뭐 과학자도 아니고, 과학자의 검수를 일일이 받을 수도 없으니, 완벽한 고증을 해내는 건 당연히 어렵겠죠. 그런데 몇몇 분들께서는 아예 고증을 생각지도 않으시는 것 같아 조금 우려가 됩니다. 과학적 고증은 절대 SF에게만 요구되는 게 아닙니다.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간단한 고증조차 무시한다면, 작품의 질적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치만 뭐든 과한 건 좋지 않습니다. 독자들이 원하는 건 현대 판타지 소설이지, 하드SF가 아니니까요. 오바한다 싶을 정도로 과학을 따지는 몇몇 독자분들도 마찬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