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좋았습니다. 글 쓰는게 너무나도 재미있었죠. 하루에 30장도 가능했습니다.

뭐, 사람이란게 욕심이 생기나 봅니다. 더 잘 쓰려고 노력하고, 더 좋을 글을 쓰려고 하다보니까 속도가 느려지더군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책에 관심을 가져봤습니다. 제 슬럼프는 거기서 찾아왔습니다. 세상에는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저한테는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죠. 제가 죽을 때 까지 써도 그렇게는 못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글쓰기란 술 먹기하고 비슷해서, 끝을 보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못하겠더라구요.

즐겁던 글쓰기가 고통으로 바뀌면서 현실과 직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는 재능이 없습니다. 밤에 몇 문장을 붙잡고 계속 쓰면서 뼈져리게 느낀 점입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학업에 부딪히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부모님은 공부할 시기에는 공부를 하라고 말했고, 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들도 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글은 써보지도 않은 놈들이 제가 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 할 때 마다 화가 나고 울적해져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포기할까 생각했습니다.

아니 실제로 포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욕구는 이길 수 없더군요. 한 달 동안 글을 쓰지 않았을 때 제가 했던 일은 써야 할 문장들을 입으로 외우거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글짓기로 연관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면 그것보다 못난 글을 없었습니다. 고통스러웠죠. 저는 많은 작가들이 이 지점에서 포기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계속 썼죠. 글에 파묻혀 살았습니다. 밖에서도 글을 쓰고 싶어서 돈을 모아 아이패드를 샀고, 그것으로도 글만 썼습니다. 그렇지만 느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기교가 느는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죠. 제가 쓰는 문장들은 어느새 의미없는 단어들의 행렬일 뿐이었고, 이미 어딘가에서 다른 작가들이 다 썼던 것이었습니다. 모두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미치겠는건 저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제 작품에 다른 작가의 문체가 깃들어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재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는 결국 무의식적으로 남의 재능을 빌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건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죽을 듯이 힘들었죠. 하지만 계속 썼습니다. 피와 살을 깎아가며 죽을 각오로 썼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황이 역전된 것 입니다.

제가 글을 좇는 것이 아니라 글이 저를 좇고 있었죠.

그렇게 괴로운 글에 좇겨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 문득 생각이 들어 저는 제가 옛날에 썼던 글을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는 굉장히 놀랐습니다. 제가 감지하지 못한 사이에 제 글 솜씨가 몇배나 늘어버렸던 것입니다. 거의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제가 모르는 사이에 성장하고 있던 것입니다.

사실 그 성장통은 누구나 겪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만 그런 고통을 느낀다는게 아니란걸 알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전부 몇년간 글을 써서 힘들게 등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자 왠지 제가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했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처럼 노력했구나. 그리고 더욱 더 포기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제서야 글쓰기가 다시 즐거워졌습니다. 하루에 한 장도 쓰기 힘든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고통스럽지는 않았죠.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제가 훌륭한 작가라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평균 이하의 널려있는 작가입니다. 이제 어느정도 스킬을 갖추고 어디 작품을 디밀만한 실력이 된 겁니다. 그래도 지난 2년 동안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재능이 없음을 알아차리고 더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2년간 발판을 만들었으니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깐 못쓴다고 좌절하는 사람들, 포기하지 마십시오. 문학에 천재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씁시다. 이번 공모전 출품한 사람들, 모두 좋은 결과를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