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그의 컴퓨터 그래픽 카드가 먹통이 되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화면이 총천연색으로 변했던 것이다. 부품을 사러 용산에 가는 길에, 그는 우연히 동네에서 한 간판과 마주쳤다. '네트워크 섹션'이라고 쓰여있었다. 사실 간판이 너무 소심하게 걸려있어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게 정상이었을 것이다.
 PC방이나 컴퓨터 부품점에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임대하고 있는 건물 외벽이 지나치게 허름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설마 이런 곳이라도 256mb 그래픽 카드가 없겠냐 싶었다. 트레이닝 복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올라간 그곳엔,
 컴퓨터는 없고 한 소녀와 늙어 보이는 개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오빠, 연애하러 왔어요?"
 소녀는 개를 끌어안은 채 무표청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트워크 섹션'엔 싱크대가 있고, 설거지를 앞둔 냄비 그릇이 있고, 김 군이 매일 먹는 라면 봉지가 있고, 화장실이 있고, 쌍팔년도 티비에 냄새 날 것 같은 냉장고가 있었다. 조명은 전구가 약해서 그런 건진 몰라도 은은한 정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