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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풀릴 때 대처법
작성일: 11-04-18 00:13
조회: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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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풀릴 때는...
술을 마셔요.
소맥을 오부오부로 말아 콜라 넣고 후딱 빨아삐리뽀~는 퇴갤입니다. 글을 써야 하니 정신줄 놓으면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 맛 좋고 영양 좋고 항암물질이 맥주&와인보다 10~25배 많은 먹걸리 추천합니다. 전 암으로 죽고 싶지 않으니까요.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우왕~하면서 글을 쓰게 됩니다.
엄청 잘 써집니다. 놀랍습니다. 과연 내 머릿속의 뉴런들이 반짝거리면서 만들어낸 전기신호가 맞는지 의심하고 싶어집니다.
결국 오늘 쓰겠다는 분량을 초과 달성하는 것도 모라자 퇴고까지 하게 됩니다. 기분 좋게 노트북을 끕니다. 옆에는 한 병인 줄 알았던 술병이 여러 병 놓여 있습니다.
다음날은 일찍 깨어납니다. 원고 수정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목이 마릅니다. 개박살날 것 같은 머리를 감싸쥐고서 컵에 물을 채웁니다.
이런. 물이 술로 보입니다. 갑자기 위가 격하게 반응합니다. 간이 푸아그라 해도 될 정도로 팅팅 부은 것도 같습니다.
모든 건 술 때문이 아니라 간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협박을 합니다. 그렇게 억지로 물을 마시고서 소파에 쓰러집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원고 수정을 해야 합니다. 걸을 때마다 누군가가 머리통을 후려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프로가 아닌 저는 아마추어 정신으로 노트북을 켭니다.
자랑스러운 한글이 지렁이로 보입니다. 글을 읽어 보면 이건 뭐........
결국 어제 쓴 분량은 전부 지웁니다. 뭔가 허무해져서 책장에 만화책을 뽑아 봅니다. 저는 용자이므로 제 집에 있는 만화책의 상당수는 섬나라 언어로 쓰여 있습니다.
응? 이게 한국 정발본인지 수입 도서인지 헷갈립니다. 둘 다 똑같은 지렁이로 보입니다. 아아....
다시 잡니다.
눈을 떠보면 황금 같은 일요일이 증발해 있습니다. 남격도 못 보고 1박2일도 못 보고 개콘도 못 봤다는 걸 깨닫습니다.
술은 다음부터 절대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며칠 가나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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