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이제 일어나는게 좋지 않아? 사람을 죽이는 직업이면서 그렇게 둔감해서야 살아남겠어?"

습기가 찬 탓인지 여기저기 곰팡이가 피어있는 방에 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가 지내는 기숙사의 한 방이지만, 평소에 모든 방을 청소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특별한 자리가 없는 물건들을 쌓아두고 조금씩 정리하는데 사용해서 청결도는 좋지 않았다.
그런 방에 원래 있던 물건들은 없고 한 남자가 사각팬티를 제외한 나머지 옷가지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채 의자에 묶인채 정신을 차리려는 것처럼 고개를 흔드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인과 레이가 지켜보고 있었다.

"으윽.. 젠장, 이게 어떻게 된거지?"
그레이스는 분명 제대로 행동했는데라고 애써 정신을 차리며 생각했다.
데려가야 할 목표에 이상한 남자가 붙어버렸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대장에게서 내려온 지시대로 오차 없이 움직여서 쉽게 끝나게 될줄 알았는데 어느샌가 이렇게 잡혀버렸다.
"오, 벌써 정신 차렸어? 살인마.. 아니 사람은 안 죽였으니까 납치준비범이라고 해야 할까?"
"네 녀석은.. 그런가 너도 그 여자와 같이 총을 쏴도 맞지 않는 타입인가."
그 말에 레이가 인의 어깨를 잡았지만, 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투로 반응했다. 고작 이런 일에서 신경질 적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으니까.

"다들 크게 신경쓰진 말자고. 그리고 해야 할 일도 있으니까."
"해야할 일이라는게 내게서 정보를 빼내려고 하는 건가?
정보를 빼낸다라. 정보를 얻어낸다고 하면 비슷한 의미일진 모르지만 억지로 뺏는 행동을 하려는건 아니었기에 인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막상 생각해보면 명칭은 정당히 얻어내는 거라지만 지금부터 자신이 할 행동은 사실상 빼앗는 거나 마찬가지로 보일거다.

"뭐, 빼앗는 거라고 표현해도 상관없으려나? 시간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천천히라도 알아내야지. 우선 이름은?"
"...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말과 함께 인상을 찌푸렸다. 심문받는게 치욕적으로 느껴져서 일까 라고 생각했지만 의자가 작게 덜컹거리는걸 보니 아마도 자신의 몸을 묶은 끈이 풀리지 않아서 인가보다.
여기 도시가 허투루 발전한 것도 아닌데 저렇게 쓸모없는 곳에 힘을 쓰다니. 뭐랄까 여기라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이름은 그레이스. 그러면 왜 내 집에 쳐들어왔지?"
"쳇, 사람을 놀리는 건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저 여자를 납치하려 했다."
"그래, 그래. 그렇다면 누가 이 일을 시켰지? 아아 아니지. 이 질문이 아니라. 네가 있는 단체는 뭐지?"

사람 한명 납치하는 의뢰로 능력자들이 넘쳐나는 도시에 들어올 바보는 없다. 거기다 만약 이 도시의 기업과 연관이 있다면 능력자를 보내지 일반 병사를 소모품으로 보내진 않을테니까.

"말할 수 없다. 말하지 않아도 이유는 알겠지. 이런 상황에선 언제나 나올 전형적인 멘트니까."
"아아, 정말.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대답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인가요, 전형적인 악당씨."
인이 팔짱을 풀며 움직였다.
그냥 말해준다면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을 생각이지만, 어째서 악당들은 이런 상황에 자존심을 찾으려고 하는지 라며 마음 깊은 곳에서 짜증을 발산했다.

"그런데 레이."
"네?"
"아마도 지금부터 조금 피가 튈지도 모르는데. 나가려면 나가도 돼. 아니, 가능하면 나가줬으면 한데.."
"인씨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나가있을게요. 제 능력이라면 다칠 일도 없으니까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되요."
레이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갔다.
확실히 '행운'이라는 재능이면 어느 피해도 받지 않을테니까. 지금은 그것보다,

"자, 이제 둘이서만 남게됬네?"
"그래서 뭐라도 할 생각인가? 네가 무슨 일을 하던지 나는 대답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정말로 그럴까?"
확실히 이때까지 모습을 보면 그럴만큼 정신력이 있을거 같아 보인다. 더군다나 군인들 뺨치고도 남을만큼 단련했으니 고통은 참을 수 있다는 의미겠지.
인은 그레이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조금은 긴장한 기색이 보이는 그레이스의 턱을 왼손으로 잡았다.

"자, 한번 더 질문할게. 네가 있던 단체는 뭐지?"
"말할거라 생각하진 않겠지. 그래서, 얼굴이라도 때릴 생각인가 고등학생?"
"아니, 그럴 생각은 없는데?"
인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른손을 그레이스의 얼굴에 가져갔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그레이스의 앞니를 잡았다.

"얼굴을 때려서 뭔가 나오면 그건 이빨이겠지. 그러니까 반대로 이빨을 뽑는다면 뭔가라도 나오지 않겠어?"
그리고 강하게 힘을 줘서 이빨을 강하게 잡아 당겼다.

"크으아아아아! 아프, 아프긴 하지만 이정도론 아직 멀었다!"
이빨 한개는 완벽히 뽑혔지만, 한개는 중간에 부러졌다. 그렇지만 그레이스는 입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까드득 소리가 나게 어금니를 물며 고통을 버텼다.
"흐응, 고통으론 무리라는 걸까?"

'귀찮네, 이런 경우는 영화에서도 자주 나오지 않던데...'

뭐, 주인공의 경우도 악당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라고 인은 그레이스에게 조금 떨어져 온몸 구석구석. 얼굴 주위를 풀었다.
"... 뭐하는거냐. 퉷. 이젠 때리려고 운동이라도 하는거냐?"
"뭐, 직접 때리려는 생각은 아니지만, 고통을 주려고 준비중이지."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군..."
그레이스가 다시 퉷 하고 입에 고인 피를 뱉었다. 그 모습에 인은 조금 화가 났다.
다른 사람을 무시하기만 하고 있달까 너무 편안한 생각만 하고 있어 그냥은 넘어가기 싫다는 일종의 오기였다.

"뭐, 네가 이곳의 사람들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너는 이게 뭔지 알겠지?"
철로 만든 듯하지만 검은 색의 피가 뭍은 철덩어리. 그건 총알이었다.
"그건! 내 총알일텐데!"
"아까전에 네가 말한건 조금 틀렸어. 왜나면 나는 총에 머리를 맞았거든."
인이 장난치듯 손으로 총모양을 만들어 머리에 가져갔다. 그와는 반대로 그레이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고 동시에 숨도 거칠어졌다.
"어, 어떻게 머리에 맞고도 살아있는 거.. 거지?"
"뭐, 이런 부분은 직접 보여줘야 할까. 이것도 필요한 과정이니까."
라며 인은 자신의 입에 손가락들을 집어넣었다. 제대로 말하자면 왼손으로 입천장을 오른손으론 턱을 잡았다.
"지, 지금 뭘 하려는.."

그리고 양손에 힘을 줘서 위아래로 잡아당겼다.
주욱! 이라고 설명해야 할까. 쯔윽! 이라고 말해야 할까. 대충 그런 소리와 같이 인의 입술의 양옆까지 있던 구멍이 넓어지며 볼이 찢기고 더 넘어가 목의 가까이까지 뜯겨 턱이 덜렁거렸다.

"하아, 하아아.. 이, 이게 지금 무슨 일이야!"
확실히 총을 맞고 죽은 사람도 지금 인의 모습보다는 양호할거다. 양 볼에서 솟구치는 인의 피는 마치 그가 피를 토하는 모습과도 같이 보여 누구라도 잊을 수 없는 모습이 되었다.
그런 모습에 그레이스는 눈을 감고 싶어도. 아니, 눈을 감아도 그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 상처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이제서야 보여지는 인의 능력이라고 할까. 상처의 끝에서부터 살들이 부글거리며 천천히 달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아, 아아.. 으아하아아악!"
"이제 말할 수 있겠네. 그래서"
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젠 말할 생각이 생겼어?"

느낌이 오시다 시피 인이 주인공 레이가 히로인 그레이스는 그냥 평범한 적1 입니다.

대충 이런 내용인데.. 가능하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