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평 -

노블엔진 단편제 제 45회차 당선작은 없습니다.

전체 간략평입니다.

참가작은 적었으나, 이번주에는 제시문을 독특하게 활용하려는 작품이 몇 개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작가 안에서만 돌아다녔다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마지막까지 두 작품이 경쟁을 했습니다만, 어느 하나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이번 주의 당선작은 없는 것으로 심사를 했습니다.

각 작품의 짤막한 평입니다.

로임러스 님 <연금술사의 추억>

- 제시문의 변경을 하신, 슬픈 사연이 있는 작품입니다. 덕분에 소설을 전체적으로 잡아가던 존재가 사라지고 그에 연관되어 나오던 소나기의 모습마저 흐릿하게 변했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를 남성이 연금술로 도와주는데 있어 소나기는 그 둘의 만남을 이어주는 소재입니다. 그러나 눈이 주 소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소설을 관통하던 제시문이 흔들려버리니 소설 자체가 휘청거립니다.
문장은 전체적으로 무난하지만, 중간중간 지나친 어미 중복구가 보이는 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스타르트 님 <하늘이 닿는 거리>

- 무엇보다 간결하고 직관적인 첫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문장 길이에 대한 지적 또한 합평에서 나왔으나, 이전에 비해 길이가 구성에서 호흡을 잘 가다듬는 부분은 좋게 보입니다. 다만 소설 분위기가 달라졌을 때, 이를 어떻게 타파할 지가 관건이겠습니다.

고오름이라는 이름으로 상승적 의미를 주어 활용한 것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하늘과 소나기, 두 단어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지에 대해 충돌이 이어납니다. 소나기는 만남의 장이지만, 결국 질문은 하늘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름을 줄이게 되었을 시에 나오는 부정적인 면모는 그의 좋지 않았던 과거를 보여주는 용도입니다. 그러나 소나기가 내리면 만나게 되는 여주인공은 그 이름을 긍정함으로써 의미를 좋게 바꿉니다. 이는 감춰진 뒷 이야기를 독자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입니다.

어린사랑 님 <중2병 오덕녀>

- 제목에서 너무 소설 내용을 보여주고 시작한 소설입니다. 짧은 소설일 수록 소설 내용을 직접적으로 관통하는 제목은 좋지 않습니다(예외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덕분에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강조한 소설임에도 남주인공의 지나친 1인칭 설명까지 덧붙여져서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오히려 죽어버렸습니다.

무엇보다 제시어와 제시문의 활용이 덜 된 작품이었습니다.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소나기의 활용성은 떨어집니다. 소나기의 특성상, 남녀가 불같이 싸우고, 금새 화해하게 되는 모습을 잠시 비유로 보여줬을 뿐입니다. 제시문은 독특하게 활용을 했으나, 독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다름을 시선으로 처리한 것은 분명 색다르고 좋은 활용이라고 보았습니다만,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이 개념에서 잡고 가야할 것이 있는데,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게 아닙니다. 과연 다르다는 게 고쳐야할 부분인가는 조금 더 생각해서 독자들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광대K 님 <마법의 섬>

- 긴 문장 길이로 인해 비문이 많이 보였습니다. 문장의 길이는 읽는 독자 호흡의 문제이고 길이에 따라 소설 내에서 보여지는 상황은 분명 차이가 납니다. 때에 맞는 문장 길이 조절이 필요합니다.

1인칭 서술자의 심리 갭이 심합니다. 분명 자신에게 암울하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부분인데도, 첫 부분에서 가벼운 투로 '모든 걸 잃었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여기서부터 전재된 과거가 소설이 전개되면서 나오는데, 또 그것은 무척 작위적으로 쓰였습니다.

제시어의 활용은 여주인공이 바라던 눈이 소나기가 되었다, 는 것으로 활용했습니다. 여기서 제시문과의 연결을 하려고 했으나, 이는 제시문의 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으로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문장에서 그 의미를 독자에게 확실히 전달해 주어야 합니다. 눈을 고쳐주었다는 것을 눈이 내리게 해줬다는 의미로 쓰기에는 소설에서 보여준 것이 너무나도 적습니다.

아카토 님 <그 해 여름, 소나기>

- 충분히 서술로 풀어갈 수 있는 것까지 전부 대화로 풀어버린 느낌입니다. 그러나 그 대화라는 것 또한 소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지않고 있어 불필요한 것들도 보입니다.

분위기에 맞지 않는 내용 또한 지적할 점입니다. 어두운 분위기에 미스테리한 느낌인데 반해,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혹여 작가가 그 갭에서 나오는 서스펜스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인물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 집중적인 심리를 보여주는 게 공포를 일으키는데 훨씬 도움을 주었을 겁니다. 이는 위에서 말했던 1인칭임에도 대화가 많다는 것과도 연결됩니다.

제시어인 소나기는 단순한 배경으로만 나오고, 제시문은 인물의 설정일 뿐, 그 이상을 보여주지 않는 것 또한 잘 활용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반딧부리 님 <하늘은 높고, 대지는 넓고, 소낙비는 모든 걸 보듬어 안더라>

- 긴장감 있는 전투씬과 1인칭 서술자의 감정이 잘 녹아난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반딧부리 님이 소설 내에 보이시는 나름의 감성이 아직 작가 안에서만 놀고 있다는 평 또한 있었습니다. 분명 그런 감성을 조금 더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게 드러내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문장은 시제가 일치되지 않았고, 가끔 부분별하게 구성되어 혼란을 줍니다. 이를 잘 읽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잘 읽지 못하는 독자가 있습니다. 이는 위에 언급했던 보여주기에 따른 취향차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부분을 다듬을 부분은 분명 존재하고, 또한 시제는 소설 분위기 상 과거보다는 현재로 일치시키는 것이 더 맞을 것입니다.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구성에 맞춰 잘 나타났던 작품입니다. 1인칭 시점일 때 주인공의 모습이 이후 여주인공이 사라졌을 때까지 일정하고, 여주인공 또한 3인칭 서술에서 그 확고함을 절실히 드러냅니다.

소나기는 소설 내 모든 것을 순식간에 덮어주는 아름다운 것으로 더러운 세상을 씻어내는 것으로 표현되었고, 여주인공의 눈을 고쳐주지 않겠다는 제시문 또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맞물려 남주인공의 다짐으로 승호되는 좋은 활용입니다.

이번 주 참가하신 분들 중, 제시문을 활용한 분들은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악>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물론 다른 분들 또한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참가하신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건필하세요.

* 평은 작품의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되는 몇 부분을 잡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