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일단 제 소개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노블엔진 자게에서 눈팅을 하며 서식중인 흔한 눈팅러이며,

지난 20일자로 올라온 라구엘님의 글 "라노벨의 대중성에 대해 (노블엔진 팝이 출구이지 않을까?)"

http://novelengine.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18003699

를 읽고 생각한 바가 있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논의를 전개시키기 전에 한국의 출판 시장 내에서 한국 라이트노벨 시장의 규모는 어느정도를 차지하고 있는가 살펴보고 시작하겠습니다.

문광부 자료, '한국출판연감'을 보면 지난 2014년 한국 출판시장의 총 규모는 약 2조 9천억원(29,438억원)이며,

기업 공시 기준  2014년 디앤씨 미디어의 매출은 약 80억원(79억 8296만원), 2013년 영상출판미디어(2013년 7월 설립 기준)의 매출 약 18억원(18억 1333만원)이다.

이에 대해 영상출판미디어의 매출을 보정하여 추산을 하면, 2013년 기준 약 40억원 내외로 추산이 가능해 보이며, 디앤씨 미디어와의 총계 120억원 내외의 매출 규모를 도출하였다.(여기에는 영상출판미디어의 자료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으므로 대략적인 추정치로 논한다.)

이 120억원의 매출은 라이트노벨 이외의 다른 출판 사업 매출 및 기타 미디어 사업을 포함하므로, 라이트 노벨 사업의 매출은 더 적으며, 또한 라이트 노벨 사업 중 한국 작가의 라이트노벨 사업 규모는 더 작을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이는 국내 출판 시장 규모 중 두 출판사의 점유 비율이 0.4% 미만이며, 한국 라이트노벨 작품의 전체 시장 점유 비율은 더 낮은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이 비교는 전체 시장 중 라이트 노벨이 차지하고 있는 점유 비율과 라이트 노벨 시장 내에서의 한국 작가가 쓴 라이트 노벨들이 차지하고 있는 점유비율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반 대중을 목표로 한 출판 사업 전개를 논하는데 있어서는 유의미한 지표가 될 것 같다.

일반적으로 출판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자기계발서류, 참고서류, 전공서 등 교육서를 꼽는다. 이 외에는 극히 소수의 점유율로 문단문학 작품과 대중문학 작품이 양분하고 있다.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내용은 한국 출판 시장은 교육서 위주의 시장이라는 점이다.

(이는 웹툰의 등장 이전 고사상태에 이른 만화업계의 마지막 생명줄이 교육만화였다는 점만 보아도 쉽사리 알아 차릴 수 있다.)

쉽게 말해 한국의 대다수 대중들이 유흥, 취미의 수단으로 '책'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중들이 유흥, 취미의 수단으로 '책'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대 사회의 매체 환경을 생각했을 때 매우 요원한 일이다. 영상, 시각, 음향 등 복합 매체의 화려함과 인터넷의 편리함은 '책'이라는 구시대적 매체를 선택하는 대중의 숫자를 급격하게 줄여놓았다.

그렇다면 다른 대책은 무엇인가? 출판 시장 내에서 같은 문학의 카테고리에 있는 문단문학을 향유하는 대중을 흡수하는 것이다. 허나 이 또한 요원한 일이다. 문학을 계급화 시키는 관점이 강한 독자층이 많은 문단문학 시장의 독자들을 흡수한다는 것은 스스로 라이트노벨이라는 정체성을 지우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이것을 문단문학 독자의 단순 인식 문제라 치부하기도 어려운 것이, 문단문학의 독자층이 요구하는 '문학성'의 요소는 라이트 노벨에 있어 함량 미달로 판단되기 쉽우며, 현재의 문단문학조차 과거에 비해 문학성이 떨어지고, 상업성으로 점칠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는 곧 문단문학 시장의 침체로 이어지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인식 개선의 차원 이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즉 시장 수요자가 아예 다르다는 것이다.

흔히 말해지는 대책으로는 '중간문학론'이 있다. 문단문학으로 이행하는 대중문학으로부터의 교량으로의 역할을 라이트노벨로 해보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문단문학 쪽에서도 존재해 왔는데, 흔히 말하는 '청소년 문학'(청소년 문학에 있어서도 많은 입장이 있지만 여기서는 전문 작가에 의해 쓰여진 청소년 독자 대상의 문학으로 한정한다.)이 바로 그것이다.

문단문학의 침체와 함께 신규 독자의 유입을 위한 유도책으로 제시된 중간문학의 실험은 현재 계속되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청소년 문학의 경우 학교 교육 현장에서 그 이론적 유용성을 주장하며 권장도서 목록을 제안하는 등 작품 내적 요인보다는 작품 외적 요인에 의존하며, 학부모에 의해 선택된다는 문제, 즉 구매 주체가 실제 향유층과 괴리되어 있다는 문제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작품 내적 요인이 결정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순수한 의미에서 작가의 표현의도가 성취될 수 없는 형태이다.

이는 중간문학이 문단문학 혹은 제도권 문학으로 이행하는 교육도구적 목적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그 작품의 수준, 질, 내용에 의해 가치가 판단되는 것이 아닌, 제도권 문학의 제도화된 문학적 규칙을 어떠한 방식으로 수월하게 교육시킬 수 있는가가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문단문학의 독자를 흡수하는 방향이 라이트노벨의 정체성을 흐리는 수준이었다면, 중간문학으로서 라이트노벨은 종말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해법은 없는가?

이는 라이트 노벨의 정체성에서 찾아야 한다. 라이트 노벨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이는 케케묵은 라이트 노벨의 '정의' 문제와는 다르다. 라이트 노벨이란 무엇인가? 의 문제가 아닌, "무엇이 독자로 하여금 라이트 노벨을 읽게 하고, 무엇이 작가로 하여금 라이트 노벨을 쓰게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에 관한 논의는 무책임해 보이겠지만 차후의 것으로 미루고자 한다. 지금은 라이트 노벨 시장에 관한 것으로 내용을 한정하도록 하자.

그러한 의미에서 시장 점유율을 논하면서 일반 대중을 논하기에는 거시적인 차원의 문제가 너무나도 많이 산적해 있다. 단순히 표지의 그림이 일반 대중에게 기피를 불러일으킨다거나, 내용에 있어서 일반 대중의 지적 허영심을 부추길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 중간문학으로의 이행 등의 주장들은 시장의 구조적인 난관으로 인해 사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오히려 필자는 라이트 노벨의 독자 생존을 주장하고 싶다. 이미 라이트 노벨 시장은 어느정도 독자적 수효와 공급 시장을 구축하고, 미디어 믹스 전개 등, 라이트 노벨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수요자의 수급 방식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영상화, 캐릭터 상품 개발이 용이하다는 라이트 노벨의 특성에 기반한 전략이다.

물론, 그러한 시장 전개가 라이트 노벨 시장 자체의 시장 전개가 아니라는 문제점은 존재한다. 하지만 전체 시장을 어디로 잡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흔히 말하는 덕후 시장을 논할 것이냐? 아니면 라이트노벨 시장을 논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잠재 수요자의 규모가 큰 덕후 시장을 노리는 것이 대국적 판단이라 볼 수 있다.

(첨언으로, 이와 같은 전략의 전개는 웹툰에서도 나타나는데, TV드라마 전개 및 메신저 이모티콘 사업 전개는 웹툰의 특성(거대 자본 주도의 시장, 무차별 대중 노출로 인한 친밀성 높음)으로 인해 가능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독자 대중 이외의 대중을 새로 수급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대중성 추구는 기존 독자를 외면하는 것이며, 대중에게도 큰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할 방안이며, 라이트 노벨의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이다. 

현재 라이트 노벨 시장은 독자 생존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고, 외부로 미디어 전개에 나설 수 있을 정도의 독자 결집, 자본 결집을 이룬 상태이다. 이에 비추어 기존의 논의에서 나타나는 '대중성' 확보, '대중'이라는 존재는 일종의 착란적 환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시장의 확대 자체는 분명 논의의 가치가 있으나, 그 방법에 있어 현재의 기반을 해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현재의 기반이야말로 시장 확대의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으로 두서없는 이야기를 헛소리로 나불대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