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진지한 글쓰고 싶진 않은데, 뻘글만 올라오는것도 그러니까 좀 도움되는걸 써보겠음. 굳이 시드노벨 공모전이라고 한정짓지 않는 이유는 앞으로도 시드노벨외에도 여러 공모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고 거기에 상정해서 올리는 글이기도 하기 때문.
시드노벨 공모작들을 한 번씩 쭉 읽어본 결과, 신인들의 단점이라고 할 만할건 여러가지 나오는데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재미니 글빨이니 몇인칭 시점이니 하기 이전의 문제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건 대부분의 작품이 몇권에 걸친 시리즈물을 전제로 내는 작품이라는 것. 작품의 구성이 애초에 긴시리즈로 조율되어 있는게 많다. 이게 아주 나쁜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라노베의 권단위 출간방식을 들었으면서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작품을 보면 기존 판타지 소설과 별다르지 않는 구성이 많다.
일본에서도 공모전 수상작이 판매되어 바로 히트작까지 되는 경우는 드물고, 긴 시리즈로 이어지는 경우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사실 라이트노벨은 소설이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작가 혼자 힘만으로 결과를 모두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물론 작가의 글이 작품의 핵심이지만, 일러스트레이터는 작가의 글을 읽고 거기에 맞는 캐릭터와 일러스트를 그려내고, 이 과정에서 작가와 어느정도 협의를 거치기도 한다. 편집부에게는 라노베 한 작품을 내는것은 하나의 기획이다. 글과 그림의 매치에 신경쓰는건 물론, 작가의 작풍과 장단점을 파악해서 때로는 작품의 구상단계에서부터 개입해서 작가를 보조하기도 한다. (이걸 간섭이라고 생각하면 당신의 생각을 바꿔라. 당신이 방구석에서 혼자 끙끙대며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의 담당과 상담하는 것이 훨 낫다)
실제 일본의 백만부 이상 팔린 작품의 많은 수가 작가,일러스트레이터,편집부가 모두가 합심해서 일궈낸 업적이라고 할수있다.
그럼 여기서 "그게 신인인 우리와 뭔상관이야?" 라는 말이 나올거다. 근데 상관있다. 신인의 공모전 작품(데뷔작)은 판매량같은 상업적인 부분을 경시할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는 장래성있는 신인의 발굴. 이것이 우선이 된다.
즉 데뷔작의 판매량이 시원치 않았다해도 당신의 라노베작가인생 끝장난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당신의 공모전 작품은 말그대로 공모전 작품이다. 편집부는 당신의 작풍도 능력도 모르기 때문에 당신을 제대로 보조할 수 없다. 또한 일러스트 부분에서도 조인트가 안맞는 부분이 생길수도 있다. 이렇게 나온 라노베 데뷔작이 단숨에 대박? 세상 날로 먹을려고 해도 정도가 있지. 이것이 공모전 데뷔작들의 대다수가 히트작이 못되는 이유다(물론 그런데로 잘팔리는건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작가 특유의 '원색'이 가장 짙게 뭍어나오는게 공모전 데뷔작이기도 하다. 편집부는 이 작품으로 당신의 장래성, 상업적 가치, 강점과 단점을 조목조목 파악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공모전에서 공격을 걸어야할 포인트는 무엇인가?
"이것이 다른 이와 구별되는 나의 작품입니다!" "나는 1권으로 정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쓸수있는 작가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다.
"나의 작품" 이라는 것은 자신의 특색과 강점을 작품을 통해 드러낼 수 있어야 함을 말한다. 이것은 당신의 "가치" 가 된다. "재미만 있으면 되지" 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리는게 좋다. "재미만 있으면 되지" 라고 말하는 놈은 자기가 그 "재미"에 대해서 생각하기 싫거나, 원초적 재미이상을 추구하지 않는 것 뿐이다. 독자는 그래도 되고, 양판소 쓸 때도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냉정하게 가치와 실력을 평가받는 곳에 작품을 내는 작가는 그러면 안된다.
어떤 재미를 줄 것인지 구체적인 비젼을 당신이 만들어야 한다. 당신은 작품내에서 자신의 개성을 만들어내고 어필해야 한다. 그냥은 이해하기 힘들테니, 지금부터 내가 읽어본 일본의 각 출판사 공모전에 입상한 작품들이 가진 특색에 대해서 말해볼테니 읽고 감을 잡기 바란다.
부엉이와 밤의 왕 (ミミズクと夜の王) 제13회 전격소설대상의 <대상> 수상작이다. 마물의 숲에 찾아온 뺨에 332라는 낙인과 양손양발에 쇠사슬이 채워져있는 자신을 '미미즈쿠(부엉이)'라고 부르는 마음이 부서진 소녀가 고독한 밤의 왕을 만나면서 부서진 마음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판타지 물이다. 이 작품은 소재도 독창적이지만 동시에 문장과 내용자체가 직선적이고 은은하다.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거의 동화에 가까운 작풍이라고 할까. 읽다보면 어릴때 동화책을 펼치고 읽고있던때 같은 묘한 느낌이 들 정도. 1권으로 깔끔히 마무리되며, 남녀노소를 특별히 가리지 않는 작품이란 것도 특징.
늑대와 향신료 (狼と香辛料) 제12회 전격소설대상 <은상> 수상작. 새내기티를 벗고 세파에 맞서 꿈을 이루려는 행상인 로렌스와 늑대의 귀와 꼬리를 가진 소녀모습의 풍작의 신 호로의 여행이야기. 장사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중세 경제체제를 잘 고증해낸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중세상인이 거래하는 수법, 당시 상품의 유통, 환전으로 이윤을 내는 방식등, 참신한 소재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그리고 있다. 호로와 로렌스의 따스한 마음의 교류나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하는 점도 잊지 않아 신선한 맛이 강한 작품이다. 물론 1권만으로도 이야기가 깔끔하게 매듭지어진다.
시리어스 레이지 (シリアスレイジ) 제11회 전격소설대상 선거위원추천상 수상작으로,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동물을 변이시켜버리는 'the demon hand' 약칭 TDH라는 사상최악의 바이러스에 의해 생태계가 바뀌어 버린 세계를 무대로, 변이된 환경의 조사와 샘플 채취를 하는 '변이종채집자(레이스 헌터)'를 목표로 하는 주인공 모리야 아츠시의 이야기를 그린 서바이벌 액션물. 기본적으로 환경적인 위해와 인위적인 위해를 동시에 상대해야하는 급박한 서바이벌 액션영화 구성을 가진 작품이다. 치밀한 배경설정과 뛰어난 액션묘사가 특징. 단 캐릭터 조형이나 인물관계묘사는 전격문고의 전형성을 답습하고 있다. 액션묘사는 좀 표현과잉. 그럭저럭 팔려서 6권까지 나오고 있음.
크리스마스 덤벼! (クリスマス上等) 제1회 MF문고J 라이트노벨신인상에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크리스마스 이브에 쓸쓸하게 손가락만 빨고 있던 평범한 남자고등학생 텟페이앞에 갑자기 이세계(異世界)에서 온 쇼프로 리포터가 나타나, 하루동안 산타클로스가 되어 불행한 소녀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텟페이는 얼떨결에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는 내용. 전체적으로 좀 허술한 작품이긴 한데, 가장 신인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음. 뭐라해도 내용이 처음부터 시작까지 일점돌파. 폭탄테러, 학교점거 뭐 이런 어마어마한 상황에 쥐뿔 능력도 뭣도 없는 주인공이, 에이 씨박!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소녀를 구하기 위해 우아아아! 분투하는 뜨거운 내용. 아 눈물날라 그래(...)
헌티브 (ホーンテッド！) 제0회 MF문고J 라이트노벨신인상 우수상 수상작. 미틴넘이 쓴 글 (...) 러브코메디의 왕도를 그대로 따라가는척하다가 병시나 속았지 하면서 러브코메디 공식을 비웃듯이 인정사정없이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작품. 에로물을 의식한듯한 자극적인 개그와 대사가 많고, 반전도 웃김. 문체또한 에로게임을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문체로 쓰여져 있는게 특색.
이브는 새벽에 미소지으니 (イヴは夜明けに微笑んで) 제18회 판타지아장편소설대상 ‘가작’ 수상작. 부르고 싶은 것과 같은 색의 촉매를 사용하여 그 이름을 찬미하는 노래를 불러 대상을 소환하는 ‘명영식’이라는 마법을 배우는 마법학교를 무대로 하고 있는 판타지물. 라노베에서는 보기 힘든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과 묘사로 소년과 소녀의 꿈과 약속, 마음의 소통을 애절하게 그려냄. 일반적인 오락성을 추구한 라이트노벨의 기존작풍을 거의 배제한 개성이 강한 작품.
제시한 예가 적어서 이해가 갔을지 잘 모르겠는데. 보면 알겠지만 각 작품마다 다른 작품과 확고히 구별되는걸 한가지씩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거다. 공모전에서 당신이 가장 어필해야하는 것은 그것이며, 기획 단계에서 부터자신이 표현하고, 드러내고 싶은 부분에 대한 비젼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편집부에서 당신이 어떤 가치, 어떠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1권으로 알수있도록 하자. 그것이 공모전에서의 공격을 걸 포인트이다.
조금 길었지만 이번에는 이상입니다. 모두 열심히 공모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건의는 댓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