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족쇄만 늘어나는 멍청한 한국 인터넷 사이트들의 규제들 때문에

한국에서 살 시절에 만들어놨던 다음아이디가 락 되어있었는데,

루리웹이 다음과 합병되면서 그 사이에 느슨해진 규제를 뚫고 계정을 언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 돌아본 것은 과거에 들렸던 카페들과 메일함.

뭐, 당연하게도 메일함에는 각종 성인광고와 다단계,

그리고 예전에 가입했던 카페들의 카페지기분들이 보내신 메일과 쪽지들로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다음을 이용했던 때가 무려 5년전.

카페리스트를 들어가자 삼분지일의 카페들이 휴면상태가 되어있었고,

나는 허탈함에 내가 가입했던 카페들을 하나하나 지워갔다.

어차피 그들은 날 기억하지 못할테니까.

딱히 내가 존재감이 있게 활동한 적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나하나, 카페들을 탈퇴하던 중, 문뜩 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중학교 시절에 가입했던 선생님의 카페였다.

호기심에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삭막한 카페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최근에 쓴 글이 무려 4년전 글. 내가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썼던 글은 무려 7년전 글이다.

검색을 통해 내가 옛날에 썻던 글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한것도 놀라웠지만 가장 마지막 글에도 손수 댓글을 남겨주신 선생님의 모습이 더욱 놀라웠다.

...물론, 그것도 벌써 4년전에 달린 글이지만.

그렇게 카페를 둘러보다보니, 문뜩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카페지기이자 내 중학교시절 날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인 그분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선생님 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다.

카페여기저기 친구들이 남겨놓은 사진들.

그 얼굴에서 친숙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누구의 이름도 떠올리지 못했다.

이제 내게는 앨범도 없다.

그들을 기억할 방법도, 만날 방법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 선생님의 이름이 기억이 날 리가 만무하지.

뒤돌아서 생각해보니 사실 난 중학교, 초등학교시절 날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중

단 한사람의 이름도 떠올리지 못했다.

물론 내 기억 저편으로 안개처럼 희끄무레하게 남아있는 그들도 날 기억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곳에 온지 어느덧 6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내가 전화를 한 적은 있어도.

단 한번도 전화를 해준적이 없었거든.

그렇게 일방적으로 보내던 과거와의 교류도 5년전에 끊어졌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남자새끼들이 서로 연락할 일이 뭐 있겠어? 그렇게 잊고 사는거지.

...라고 스스로 자위도 해 보았지만 조금 슬프기는 했다.

매정한새끼들, 어떻게 연락한번 없을 수가 있는거지.

처음부터 나는 안개낀 거리를 홀로걷고 있었던게 아닐까-하고,

조금은 서글픈 마음에 아무도 오지않는 카페에서 새로고침 버튼만 하염없이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이 정리되고 나자, 우울함은 금세 가라앉았다.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과거를 외면해버리기로 했다. 훌훌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차피 앞으로 만날일 없을 이들이라면 없는 사람치고 잊어버리는것도 나쁘지 않겠지.

선생님께 오랜만이라는 안부인사를 남기고 카페를 탈퇴했다.

이름도 모르는 선생님께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과 함께 카페목록에서 모든 카페들을 지웠다.

이제 두번다시 돌아볼 일은 없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