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의 애정주의보
프롤로그
<누군가에게 주목받고 싶은가 . 그럼 나는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써라.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가.
그럼 덧붙이자면 학교에서 말이다 . 그것도 학생이>
지금까지 내 9년의 학교생활을 돌이켜 보면 최대의 위기는 아마 2가지 정도인것 같다.
첫째가 화장실. 초등학교 때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 화장실이 급한데도 수업이 끝날때까지 참았다. 학교에서 집까지 별의 별 생각을 하고 걸었다. 하이라이트는 그래 엘레베이터! 그떄 나의 집은 17층 이었다. 그리고 난 17번의 번뇌를 겪었다. 분명히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그때는 왠지 부끄러웠다.
두번째는 중학교 32도의 푹푹 찌는 여름에 에어컨이 고장이 났을 떄, 그나마 나의 위에서 터덜터덜 시험에 떨어진 수험생 걸음걸이 마냥 힘 없이 돌던 선풍기 마저도 멈춰을 때. 그래 그때. 난 숙제를 해왔어야 했다. 벌로 선생님이 뒤쪽에 나가 손들고 있으라 했고 손을 들었을때 나의 양쪽 겨드랑이에서는 한반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후 나의 별명은 중학교 3년동안 한반도였다. 그래. 그래. 그래. 이 험난한 생활을 난 견뎌왔다.
그리고 지금 고등학교 첫 날 저 멀리 화장실 옆쪽에서 인생의 황금기를 마음껏 뽐내는 그분들이 요단강 저편에서 저승사자가 ‘이리와’ 하듯이 나에게 손짓한다.
“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난 이고진이야 . 우리 친하게 지내자”
머리는 노랗게 물들고 귀에는 피어싱을 , 한손은 여자애의 허리를 감고 일진A가 나에게 말한다.
“어. . . 그래 . 나도 반가워 하하”
예. 예. 반갑지 말입니다.
나는 겉으로 최대한 상냥하게 애기했다. 자연스럽게 . 그냥 항상 있는 신경 쓸 필요 없는 공기 마냥.
“아. 그래 .근데 우리 친구는 학교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네 . 아주 멋있어, 그지? 해영아”
“그러게 . . .” 일진 옆에 있던 여자애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이 대답한다.
아, 공기는 선글라스를 못쓰지.
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의 동정심을 자극하기로 한다.
“내가 눈이 많이 약해서 햇빛을 보면 안되거든. 햇빛을 보면 각막 상피 세포에 일시적인 화상 증세가 나타나 염증을 유발해서 반나절 정도가 지난 후 통증과 함께 시야가 흐려지고 이물감, 시림 증상, 충혈이 나타나 계속 눈물이 나게 되거든.”
“. . . . 아 그래. 그럼 그 약한 눈 내가 개선 좀 시켜줄게 새끼야”
공기는 일진a의 동정심이 아닌 분노를 자극했다.
이고진은 나의 멱살을 잡고 벽에 밀어 붙인다. 그 바람에 선글라스가 바닥에 떨어지며 알이 깨진다.
나는 애써 그들의 ‘그것’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는다.
그때 되서야 주위의 애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멈추고 우리를 쳐다본다.
적막함이라는 물감이 묻은 붓이 교실 복도라는 종이를 칠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점점 적막함에 물든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때 어떤 여자애의 웃는 소리가 적막함을 덧칠 했다.
“해영아. . 왜 그래 ?”
이고진은 방금까지 나한테 화냈던 사람치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여자애에게 말한다.
웃었던 여자애가 이고진 옆에 있던 해영이라는 앤가 보다 .
“고진아, 이제 그만하자 . 종칠 떄 됐어.”
정정한다. 여자애가 아니라 또라ㅇ 흠흠 인것 같다.
“아니 , 뭘 그만둬 . 너가 먼저 이 자식한테 시비걸ㄹ . . . “
“이고진.”
눈을 감고 있지만 마치 직접 보는 것처럼 싸늘하게 굳은 그녀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다
“ 아. . . . 미안해 해영아 내가 잠시 흥분을 해서 그래서 . . . 그. . . 제발 날 버리지 마”
이고진은 마치 자신이 죽을 죄라도 지은 것처럼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한다.
“아냐. 고진아 내가 널 왜 버리니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우선 종 칠 때 됐으니까 각자 반으로 돌아가자.
방금 느꼈던 싸늘함은 마치 내 착각이었던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다정다감하다.
“그으래 . 알았어. 어이 선글라스. 너 해영이 때문에 산 줄 알어 .다음부터는 깐족 되지 마. 야 너희들도 반으로 돌아가 해영이가 돌아 가래잖아”
그러자 주위 애들이 ‘그래 돌아가자 해영이가 반으로 돌아 가래잖아’ 하면서 서둘러 발걸음을 옴기기 시작한다.
점점 발걸음 소리가 없어지자 난 문득 해영이라는 애의 ‘그것’ 이 궁금했다.
대체 어느 정도 이기에 저 녀석이 저렇게 애원하는지 . 애들이 불평하나 없이 그녀의 말에 복종하는지. 첫날에 어떻게 이 정도로 ‘그것’을 쌓았는지.
나는 슬며시 눈을 떴다.
이고진의 뒷모습이 보인다. 교실로 돌아가는 애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문자’들이 보인다.
내 뒤에서 문자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아까 선글라스를 통해서는 보지 못했던 수많은 문자들로 뒤덮인 그녀. 해영이가 보였다.
*가볍게 써봤어요 ㅎ ㅎ 이런 느낌은 어떤 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