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제 워드머신입니다.

워드머신이라고 했지만 이 녀석으로 글을 쓰는 것은 물론, 그림을 그리고 간단한 3D모델링도 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들고다닐 수 있는 이 녀석이 있었기에 6개월동안 710kb를 작성할 수 있었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정확히 말하자면 조금 다릅니다.

저는 글을 좀 써야겠다고 작정을 하면 이 녀석을 들고 자리가 넉넉한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에 틀어 박혀 글을 씁니다. 집에 있는 컴퓨터가 훨씬 화면도 크고 키보드나 마우스도 편하고 빠릅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도저히 효율이 오르지 않아요. 집에서는 이것 저것 할게 많고 재미도 없는 인터넷을 괜히 켜보게 되고 하면 도저히 글이 별로 써지질 않습니다.

반면 저 녀석을 들고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 처박히면 처박히면 8시간동안 내내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어제만 해도 오전 10시에 들어가서 오후 6시가 다되서 나왔었죠.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서는 글 쓰는 것 말고 할 게 없으니 글을 쓰게 됩니다.

설령 막히는 대목이 나와서 "안돼, 안돼, 이 다음으로 넘어갈 수가 없어"하는 상황에서도 3시간이고 4시간이고 어떻게든 키보드와 화면을 붙잡고 계속 씨름하면 다음 장면이 나옵니다.

제 글 EDS매내트워도 별 생각 없이 쓰다가 주인공들이 돌파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면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몇시간 동안 틀어박혀 돌파구를 구상해내는 일이 반복되며 써졌지요.

이처럼 작가를 글 쓰는 것 외엔 할 수 없는 상황에 가둬 놓고 글을 쓰게 하는 것을 업계 용어로 "통조림"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정말 통조림은 글쟁이에게는 전가의 보도요, 약속된 승리의 검입니다. 조루를 근성가이로 만들고, 막히는 대목을 뚫고 나가게 하며,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합니다. 그 위력은 정말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만약 글쓰는 데 부스터가 필요하다면 통조림을 해 보십시오. 통조림이야 말로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 낼 수 있게 합니다. 만약 통조림을 해도 소용이 없다면... 그건 글쟁이로써는 참 걱정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족이지만 요 몇일의 성과입니다. 이 분량은 곧바로 연재가 가능합니다.

공모전이 4일 남은 시점에서부터 점점 페이스를 올리고 있긴 한데 역시 무리군요. 한 2주일 정도만 먼저 반응했으면 기간 내에 퇴고까지 완성했을 지도 모릅니다. 이제 다시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하니 걱정입니다... 이래서야 또 올려놓고 수정하는 방식이 되지 않으면 진척이 지지부진해질텐데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