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글을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현재 국내의 모든 라이트노벨 공모전은 일본과 달리 '재투고', 즉 권리문제가 없지만 이미 타 공모전에 투고되었던 원고를 다시 투고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저 글은 이에 대하여 반대하는 제 견해에 대해 정리한 글이므로, 일독해주시면 이 글을 읽으시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 글의 끝에, 저는 국내 라이트노벨 출판사와 관련된 분들께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작가 지망생들과 라이트노벨 팬들은 공모전의 재투고 제한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으며, 우리 중 일부는 이 제도를 폐지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히는 출판사에 호의적인 견해를 밝힐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이메일과 각 레이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이에 관하여 3사에 직접 질문했고, 그중 시드노벨과 노블엔진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http://litale.kr/374962 (이 글이 이미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부득이 링크를 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드노벨은 재투고 제한 폐지에 긍정적이며, 노블엔진은 그렇지 않습니다. 노블엔진은 상시 투고라는 제도를 통해 재투고되는 원고를 받는다고 합니다만, 입선 시 인세와는 별도의 상금을 보장하는 공모전과 비교하여, 구체적인 요강도 찾기 어려운 상시투고에 큰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이 건에 관해서는 노블엔진 측의 상세한 답변을 요청합니다).
이 답변에 관하여, 저는 한국 라이트노벨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께 다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라이트노벨 독자여러분, 이것은 단순히 떨어지면 다시 새 작품을 열심히 쓰면 된다고 하는 이야기와는 다르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것은 말하자면 새롭고 독창적인 라이트노벨을 키워내는 토양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공모전에 투고했던 작품을 (시간을 들여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는 한) 다른 공모전에 투고할 수 없다면, 많은 작가 지망생은 자연히 굉장히 안전한 길을 택하기 마련입니다. 즉, 목표로 하는 공모전을 통해 출판된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검증된 작풍의 라이트노벨을 쓰게 되기가 쉽습니다. 최소한 3개월의 노력에 주어지는 기회가 삼분의 일로 줄어든다면, 집필에 드는 모든 시간과 비용과 청춘을 스스로 부담하는 지망생으로서는 이러한 위험부담에 굉장히 취약해질 테니까요.
결국 지망생이 쓰는 라이트노벨은 대부분 지금까지 나온 기존 작품과 다를 바가 없는 소설이 되기가 십상입니다. 그 원고가 당선되어 출판한 라이트노벨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 작가는 그때야말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을 시도해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생겨버린 작가 자신의 이미지를 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고, 무엇보다 이런 구조는 지망생 시절부터 '지금까지와 다른' 라이트노벨을 쓰도록 선택할 수 있는 상황과는 전혀 다릅니다.
재투고 제한조항이 라이트노벨의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자기복제만을 거듭하는 엔터테이먼트는 발전하지 못하며, 단순히 생각해도 똑같은 라이트노벨을 계속 읽게 되면 어떤 독자분이라도 재미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문제점과 비교하여, 이 재투고 제한조항이 라이트노벨 팬분들과 작가 지망생분들께 어떤 이득이 되는지 도저히 떠올리기가 힘듭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재투고 제한조항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며 누구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지를 물어야 마땅합니다. 저는 이에 관하여 3사에 질문했습니다.
그리고 시드노벨로부터는 "타사의 공모전 경향에 의해 부득이하게 변경하게 되었다"라는 답변을, 노블엔진으로부터는 그것(재투고 제한)이 "현재 한국 라이트노벨 현실에 맞게 정한 저희의 원칙"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http://litale.kr/talk/374479 ).
두루뭉술하기로는 매한가지인 답변들입니다만, 저는 특히 노블엔진의 답변에 의문을 느낍니다. 답변의 내용처럼 타사의 재투고 제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시드노벨(물론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과 달리, 처음 제한을 시작한 노블엔진 측에는 더 확실하고 절실한 이유가 있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노블엔진은 저 답변에 덧붙여, "공식적인 답변으로는 적절치 않은" 이유가 있다고 썼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업이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면, 우리 지망생, 소비자, 팬들은 '이유를 알 수 없고 명백히 해를 끼치며 어떤 이득이 되는지 알기 힘든' 어떤 것에 대하여 당연히 반발하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유로운 시민의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따라서 저는 재투고 제한 폐지 논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한 시드노벨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한국 라이트노벨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과 아직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루트노벨 또한 이와 같은 입장에 서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또 노블엔진 관계자께서는 이에 관하여 재고해보시면 어떨까하고 조심스레 제안합니다. 아시다시피 재투고제한 폐지는 3사가 함께 뜻을 모으지 않으면 진전하기 힘든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짧지 않은 졸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문은 형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퍼가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