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 느낌이요.
"어...?"
한 순간이었다. 그의 눈앞으로 누군가가 뛰어들고, 그의 눈앞에서 누군가가 상처 입고 쓰러졌다.
붉은색의 무언가를 흩날리며 지면을 향해 그대로 고꾸라진다.
김노블이었다.
"노...블....아?"
왼쪽 시야가 위에서부터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이물감이 느껴지면서 눈의 안쪽에서부터 따끔거리는 통증이 일었지만,
그런 건 어찌되든 상관 없다. 조건반사를 일으키는 신경계가 마비라도 된 것 마냥 눈이 감기지도, 안면 근육이 움찔거리지도 않는다. 그저 멀거니 서있을 뿐이다. 현실감이 없었다.
제어가 불가능한 고장난 로봇에 깃든 영혼이 된 느낌이다. 아무리 노력해보아도, 눈앞의 강렬한 상황을 마주한 그의 사고회로가 삐걱삐걱 그 자신을 제3자의 입장을 고수하게끔 한다. 요약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감각.
"크크크킄크킄캬캬캬카카카크크쿠큐큐커커ㅏ캬켜ㅑ켴!!"
그런 그의 귀를 때리는 소녀의 목소리. 아니, 목소리라고 하기 보다는 괴성에 가까운 환희에 찬 웃음소리였다.
멀거니 서있던 그의 등줄기에서부터 오싹한 느낌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한다. 혈액 속 헤모글로빈의 분자의 운동을 5분 늦춘 듯한 끈적함과 싸늘함이 전신을 지배했다.
미친듯이 웃어대던 소녀는 이내 웃음을 뚝 멈춘 듯 싶더니,
"죽어, 인간."
왼쪽 시야에 이어서 반대쪽 시야까지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제3자의 입장을 고수하던 자신의 머리가 이제는 제4자의 입장을, 제5자의 입장을, 제6자의 입장을.
서서히 멀어져간다.
의식과 함께 온몸의 감각이 서서히 멀어져간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드디어 때가 온 모양이구나.
그토록 기다려왔던, 나 자신의 무력함에서 벗어나 상황을 타개할 '힘'을 얻는 순간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나 자신의 초조함에서 벗어나 상황을 생각할 '힘'을 얻는 순간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나 자신의 불안함에서 벗어나 상황을 인식할 '힘'을 얻는 순간이.
"으아아아아아아아!!!!"
그는 생각하고, 외쳤다.
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한 명의 인간이다.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할만큼 세상을 향해, 아니, 눈앞의 인간 아닌 자를 향해 외친다.
의식은 멀어진다.
의식은 멀어지고 있었지만,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명확한 '목표의식'은 오히려 더욱 뚜렷하게 윤곽을 잡아갔다.
"뭐, 뭐야......?!"
이미 두 눈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진즉에 암흑이 되어있었다.
당황한 소녀의 기색이 또 하나의 감각으로 전해져왔다.
그는 나지막히 소리내어 말했다.
"인간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 빌어먹을 육체를 통해 깨닫게 해주마, 인간 아닌 자."
....대충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봤는데요.. 어쩄든 이런 느낌은 어떠신가요? 오그리토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