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제까지나 문학소년이라 자칭하고 싶은 만년 언더 더 씨 스법군입니다.

얼마 전에 혈중 알코올 농도 0.2% 상태서 소설 건드렸다가 뭔짓을 한 건지 반토막이 나버렸습니다. 흑흑.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마 캐릭터의 동기 문제 같았습니다. 아마도?

간단히 말하면 위기 상황이 직면하자 주인공이 히로인에게 연민의 정을 느껴 구해주게 된다. 그런데 과거의 여동생 같았던 점 등으로 쓸데없는 감정이입 덕분에 '너만은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발언을 해버린 탓에 스스로도 절찬 고뇌중. 덕분에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와 히로인 둘 중에 골라야 하는 선택지에서 무심코 히로인을 구해버리고 동료들이 떼죽음 당하는 걸 보고 어쩔 수 없었다며 자기합리화.

뭐라고 해야할까. 제 스스로 만든 캐릭터지만 놀라울 정도로 허술하고 어정쩡하더군요.
긴박한 상황에 떠밀렸다지만, 그저 가족과 닮았다는 이유와 과거 회상이 플래시팩해서 생전 처음 보는 히로인을 구해주고,
그 탓에 그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들을 죽게 놔둔 것이 현실성 없다고 해야하나.
보통 주인공이라 한다면 '난 포기하지 않아! 히로인과 동료들 양쪽 모두 구하겠어!'라는 생각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막상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주인공 인성이 쓰레기가 되어버리더군요. 아마 이 부분을 술김에 고치려 했다가 잘 안 되서 반토막이 난 듯 ㅠㅠㅠ

물론 주인공 버프를 받아도 뒤집을 수 없을 만큼 전멸에 가까운 위기에 직면하면 둘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선택지가 있을 테고,
히로인을 구하든, 동료들을 구하든, 둘 다를 구하든, 자기만 살든, 고르는 것은 자유입니다. 이건 작가가 아니라 캐릭터가 고르는 거니까요. 다만, '캐릭터 자체가 현실성 없는 선택을 취하게 한 건 아닐까?'싶어서 조심스레 적어봅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열심히 캐릭터에 감정이입하려 했지만, 아직 멀었나보군요 ㅠ
작가가 자기 캐릭터에게 감정이입을 못하다니, 이건 무슨 망언인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