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자꾸 이런 글로만 찾아뵙게 되어 죄송합니다. 이번에 올 때는 매치스틱 케이스 감상글이나 소학명 완결권 감상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네요. 일전에 설 연휴인지도 모르고 이벤트 처리 지연 문제로 글을 남기고 나서, 설 연휴때 내내 마음이 무거우셨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고 연휴 직후 바로 사과 공지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조금 기다릴 걸 괜히 나댔나 싶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조금 더 기다리면 노엔측에서 어련히 수습하시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만, 혹 아직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이시라면 독자 입장에서 어떤 것을 바라는지 말씀드리는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설 연휴 직후 사과 공지가 올라오면서 어느정도 일단락 되리라 생각했지만, 저 자신도 그 공지에 대해 불만이 좀 있고 또 다른 분도 이벤트 처리에 관해 불만을 터트리시는 것 같아 약간 언급할까 합니다. 해당 공지에서는 그동안 편집부가 바빴고, 그래서 새로 영입되신 마케터 (왓칭M) 분께서 이벤트 처리를 하시리라고, 또한 그동안 밀린 이벤트에 대해서 사과하는 뜻에서 소정의 추가보상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벤트 상품들은 이제 주문이 들어갔다고요.
다만 지금까지 밀린 이벤트들이 하나 둘이 아니고, 이 모든걸 배송하시는 것이 금방 해결될 문제라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금 제가 노엔에 대해서 불만을 표하는 것은 상품 자체를 가지지 못했다는 문제라기보다는 노엔에 가지는 신뢰를 잃어가기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단 저는 그렇습니다. 어떤 이벤트는 처리되는데 어떤 이벤트는 처리되지 못하는 것에서 '아,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편집부에서 밀어주지 않는 건가?' 하는 상대적 박탈감도 있고요. 그래서 공지에서 가장 바랬던 것, 그리고 지금이라도 새로 이벤트 처리를 맡으신 왓칭M님께서 해 주셨으면 하는 일은 투명한 스케쥴 공지입니다.
- 먼저 지금까지 처리되지 못한 이벤트 (공모전 시트지 발송 등을 포함해서) 를 밀린 순서대로 배열하고,
- 각 이벤트가 처리될 수 있는 시한을 분명하게 명기 (급할 필요 없습니다. '확실한' 약속이 필요합니다. 빨리 처리하려고 급히 날짜 잡았다가 또 약속 어기게 되어 생길 실망감을 유발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시면 새로운 이벤트를 처리하시면서도 (이쪽도 분명한 날짜를 표시하시면서) 기존 이벤트 기다리시는 분들도 아무런 기약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언제 처리될지를 기다릴 수 잇는 것이지요. 혹 어떤 분은 왜 더 빨리 처리 안되냐며 화를 내실 수 있겠지만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지느니 - 즉 또 한번 신뢰를 잃느니, 느리더라도 분명하고 확실한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켜나가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언리쉬드 쿠폰 문제
이 부분은 겨우 처리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재발 방지만 확실히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우리집 아기고양이 파본문제
우리집 아기고양이를 사지도 않은 사람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기가 곤란한 측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당사자가 아니니까요. 다만 노엔이 가지는 신뢰성 차원에서 한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경쟁하는 모 사에 비해 구설수가 적었던 노엔이니만큼 여러 사건이 한번에 터지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가해지는 타격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원칙론 적인 측면에서 말씀드리자면 파본 교환은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내용이 없어졌거나, 읽기 불편하거나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한 페이지가 더 들어간 것 뿐인데 뭐가 문제냐'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요. 그런 분들이 아마 다수일 거라 생각합니다. 저 같아도 조금 불만은 있어도 뭐 그냥 어쩌겠어 하고 넘어갈 테지요. 이후 보상문제로 시끄러웠는데 그건 다른 분들이 더 잘 정리하셨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뭐가 되었던 간에 특전 상품 등을 보상으로 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덤이라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파본에 대한 책 교환, 즉 처음에 책을 구입하는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그냥 괜찮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어떤 분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보시겠죠. 유난 떤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약속은 약속입니다. 다만 사정상 전량 리콜은 무리라는 것은 잘 압니다. '난 도저히 페이지 중복조차 참을 수 없다, 교환해 달라'라고 하시는 분들께 개별적으로 구매인증절차를 거쳐 새 책을 보내드리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는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6권 초판 사면 5권 파본 보상이 된다는 처음의 제안은 정말 상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 지금 화를 내시는 분들의 대다수는 그것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딱히 6권 더 팔자는 상술이라기 보다는 그게 노엔 입장에서 가장 적은 비용 (시간적, 금전적)으로 보상을 배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러신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건 '5권 산 사람은 당연히 6권도 살 것이다'는 잘못된 전제를 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분들이 99%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방식입니다.
손해가 막심하더라도 5권 파본을 원하는 분들께 교환해 드리는 것이 옿은 일이며, 지금의 위기아닌 위기에 대해 노엔이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이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단순히 파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전의 이벤트 처리 지연 문제, 언리쉬드 쿠폰 불량 사태에 이어 연달아 우리집 아기고양이 파본 사태가 발생한 것은 어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편집부에 심각한 업무적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노엔이 새로운 사업과 웅지를 펼칠 때, 그 과정에서 기존의 사업들조차 확실하게 해내지 못한다면 누가 노엔의 역량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작은 장르 풀, 그 안에서 또 라이트노벨 판, 심지어는 라이트노벨조차도 특정 출판사만 보기도 하는 이 좁디좁은 시장에서 한 두명의 신뢰를 잃는 것만으로도 그 한 두 사람이 앞으로 구매할 여러 권의 다른 책들을 잃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런 역량으로 앞으로 더 많은 대중 독자들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포부가 가당찮은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무섭습니다.
지금 노블엔진은 언덕을 올라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고비, 이 위기만 넘기면 꿈에 그리던 한국 라이트 노벨 애니화, 해외 수출, 사업 다각화, 판매시장 개척 등 꿈같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언덕을 올라갈때 엔진이 힘을 싣지 못한다면, 지체없이 기어를 한 단계 낮춰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엔진은 엔진대로 무리하지만 속도는 나오지 않고, 어쩌면 속된말로 엔진이 퍼지는 사태까지 일어날지 모릅니다.
어쩌면 별 일이 아닐지도 모르는 작은 일에도, 원칙적으로 확실하게 대처하는 것이 노엔이 조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브랜드 이미지 재고를 통해 더 큰 도약을 할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속사정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사람이 나서서 죄송합니다. 이미 모 작가님과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노엔을 타박하는 것은 분노 끝에 노엔 망하라고 고사지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데 아쉽다는 마음에서 타박하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