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1챕터의 승부를 쭉 훑어 본 바, 기초 중의 기초에서 이탈한 작품이 몇몇 있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작품에 대해 뭐라뭐라 품평할 실력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신념이 뚜렷한 작가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바,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보고자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씹으셔도 좋고 까셔도 좋습니다.
1. 단어
책은 무얼로 이루어지죠? 장으로 구성됩니다. 각 장은 문단으로, 문단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럼 문장은 무얼로 이루어져 있죠? 단어입니다.
단어 하나라도 소홀히하지 마십시오. 어울리지 않는 단어, 있어서는 안 되는 단어, 중복된 단어, 잘못 쓰인 단어....
기본을 무시하는 글은 없었으면 합니다. 특히 1챕터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분들. 제발 단어에 신경 좀 써 주십시오. 단어가 뭐가 대수냐 하겠지만, 단어의 선택이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묘사에서 말이죠.
ex) 깃털처럼 솟구쳤다. : 맞는 문장 같습니까? 아닙니다. '깃털'은 '가볍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 '솟구친다'는 속성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2. 아는 척
작품에는 사실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감성도 아니고, 사상도 아닌, 순수한 의미에서의 지식 말이죠. 세계관도 여기 속할 수 있고, 세계관 이해에 필요한 상식도 여기 속합니다. 저는 별에 관련된 소설을 쓰고 있으므로, 천문학 지식이 제 소설에 필요한 지식이 되겠군요.
하지만 이에 너무 심취하거나, 자신만이 이걸 알고 있다는 생각 덕분에 아는 척이란 큰 병폐를 낳게 됩니다.
처음부터 장황한 스토리 설명. 특히 있어 보이는 대사나 단어를 사용하려고 하는 점. 사실 제가 지식in에서 판타지소설 전문가 랭킹이 20위 중반이라 간혹 평가해달라는 질문이 들어옵니다만, 지식in에 질문을 올리는 나잇대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잘난 척을 하는 작품이 많더군요. 네, 이른바 '중2병'입니다.
사실 단어의 선택 문제에 들어서면 작풍을 뒤바꿀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감히 말하렵니다. 유식한 척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한자어는 전부 불필요합니다.
한자어는 죽은 단어들입니다. 사어입니다. 생명력, 활력, 동력 등이 없습니다. 예컨대... "공허". 눈에 보입니까? 만져집니까? 냄새가 납니까? 들립니까? 맛이 납니까?
물론 한자어도 수식을 받아 생명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더 큰 감동을 주는 문장이 나옵니다. 하지만, "유식한 척"을 위해 사용하는 한자어에 이런 계산을 할 리가 없죠. 아웃입니다.
글은 진솔하게 써야 합니다.
3. 개연성
이번엔 표현 부분이 아니라 소설 스토리 부분으로 하겠습니다. 개연성은 "그렇게 되어야 하는 성질"입니다. 개연성이 없는 것을 우리는 "우연"이라고 합니다.
개연성은 중요합니다. 예전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개연성은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여주는 열쇠입니다.
중요한 사건인데 우연한 원인으로 인해 일이 벌어졌나요? 능력 없는 작가입니다.
작품의 도입부는 어찌저찌해서 우연한 일로 시작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절정으로 치닫는 과정 속에서 우연이 남발되면 재미가 떨어집니다.
개연성. 잘 따져 보십시오. 특히나 이 우연이란 녀석은 숨어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글은 경건하게, 정갈하게, 독자를 위해 써야 합니다.
자기 만족의 글을 간혹 쓸 수 있지만, 그 글을 읽는 것이 자신만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하길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