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밤에 심심해서, 이미 쉰 떡밥에 손을 대게 되네요. 글이 막히니 심심함이 몰려와요.

고로 자유게시판 성격에 맞게 잡담 삼아 해보겠습니다.

시시껄렁한 감상 쓰는 입장에서요. 잡담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말합니다. 비평 그거, 별로 볼 거 없다는 식으로. 특히 아마추어가 말하면 더더욱 그렇다고들 하죠.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편집자 > 일반독자 > 아마추어. 이 순으로 비평의 신뢰도를 따집니다. 아마추어 비평은 들을만하지 않아요. 오류 투성이입니다.

고로 좀 하는 사람 비평이 중요하며. 비평이 내용도 좋지 못한게, 괜히 글 쓰는 의욕만 꺾으면 더더욱 좋지 않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물론 겁내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좋아요.

근데, 쓰는 사람 입장은 좀 빠져 있어서 아쉽더군요. 약간 말을 덧붙여보도록 하죠.

일단... 아마추어는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작가 지망생 태반이 볼만한 글을 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건 진짜 격하게 동감합니다. 제가 아마추어에, 꼬맹이 학부생이라 더 그렇죠. 사소하게 소개를 하자면, 저는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비평이나 학술을 좀 더 좋아해서 취미 삼아 모르는 사람이나 아는 사람 글을 가끔 봐주겠답시고 나서는 편입니다. 꿈도 그쪽이고요. 그래서 틈틈이 연습 삼아서, 최소한 두달이나 한달에 한 번은 해보려고 합니다.

...근데 이게 좀 안습합니다. 진짜 쓰는 사람이 봐도... 많이 슬퍼요.

할 때는 꽤 재미있습니다. 글 쓰는 건 즐거우니까요. 문제는 그 다음이죠.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에 제가 다른 글들 감상한 거나, 나름 비평이랍시고 훈장질한 것들을 되돌아 보는데.

오, 맙소사, 내 눈과 멘탈이 썩을 거 같아.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아.

어떻게 사람이 이런 논리 전개를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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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생각을 하죠.

진짜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 됩니다. 아마 이 글도 그런 글이 되겠군요. 하하하.

그래서 비평가들이란 사람들은 언제나 압박에 시달립니다. 그 사람들은 알아야만 하고. 정확해야만 합니다. 가끔은 그것 때문에 질식해서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만 두는 사람도 있고요. 저도 가끔은 강박적으로 책을 찾아보게 됩니다. 하루 빨리, 더 정확한 감상을 하고 싶다는 욕구 하나로 책을 찾고, 대학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공부를 좀 더 해보고. 다시 보완하고. 또 나중에 보면 뭔가 아니니까 다시 하고. 하고. 하고. 충격 먹고, 조바심 느끼고, 공부하고.

그런 반복입니다. 꽤나 즐겁죠..

근데 이게 심각해보여도, 결국에는 대학교 과제에 개인 공부 추가 되는, 그런건 사소한 문제입니다.

생각해보세요. 감상한다 나서는 사람들, 죄다 한 자락 씩 하니까 감상질을 하는 겁니다. 보통 그짓하는 사람들, 1년에 책 200권은 기본으로 보는 양반일테니까요. (200이면 적을 수도 있는데, 반복해서 읽거나 학술서 걸리면 이야기가 다르겠죠.) 물론 새디즘으로 되도 않은 헛소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닌 사람도 분명 숫자가 꽤 됩니다. 허세로 글 적거나, 별 생각 없이 돈을 꿈꾸며 글 적는 지망생도 있지만. 진심으로 적는 지망생도 있잖아요?

진짜 문제는, 사실 전혀 다른 겁니다.

경험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나열해보죠.

더럽게 지겨운 글들이 제 멘탈을 갉아먹을 때도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뭔지. 라이트노벨 작가가 애니나 만화만 그럴듯하게 보고, 책이라고는 단 한 권도 안 읽은 게 티나는 글이 있습니다. 일단 적기로 약속은 했으니 적지만. 솔직히 짜증납니다. 너무 수준 이하이니 힘들어요. 물론 이건 어쩔 수 없지요. 출판한 글도 사람 멘탈 박살 내는 마당에, 출판 못한 글은 어떻겠습니까. (90%의 글은 쓰레기라고 한 편집자도 있죠.) 하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새디즘 따위가 아니라, 그냥 멘탈이 작살나서 으르렁대버리기 일수죠. 물론 사람이 저러면 안 됩니다만. 지뢰작 읽고 까는 건, 그 사람이 새디즘을 가져서가 아니라, 분노해서이기 때문이지요. 제 7광구 보신 분이라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거 제어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제어했다고 칩시다. 아니, 글이 좋다고 치죠.

근데 이걸 정확하게 잘 설명하는 게 고역일 때도 있습니다. "라이트노벨이 뭔데요?" 같이 원론적인 질문을 던진다면. 그게 의외로 설명하기 썩 쉽진 않거든요. "문학이 뭐에요?"하고 비슷한 질문입니다. 예시 하나만 들죠. "한국 현대 문학사" 이 강의 제목 하나에 교수님들의 전투들이 단어 단위로 베어 있습니다. 한국의 범위, 현대와 근대, 중세의 구분. 문학의 범위. 역사란 무엇인가 등등. '근대 문학'이 언제 시작되었나만 해도 박사논문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잘 쓰는 글이 뭔데요? 재미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야해도 상관 없잖아요? 표절의 범위가 어디까지인데요? 회사가 돈 따라가는 게 당연하지 않아요? 등등의 질문도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해보면 선이 애매합니다.

사실 저번에 세제여로 사단 일으켜서 야해도 상관 없잖느냐는 걸 조사해본 적이 있었는데.

...좀 처참했습니다. 중간에 집어치웠어요.

물론 편집자 마음을 계산해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평가표와 그 비중만 봐도 대충 보이지만. 가끔 몇 가지 개념은 이해하기 힘들거든요. 중고등학생이 좋아하는 컨셉이 뭘까? 편집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나는 뭐라고 첨언을 해야 도움이 되지? 거기다가 편집자가 사람 골때리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옛날에는 시드노벨 내부 룰 중에 "주인공은 남자에 중고등학생이어야 한다."라는 게 있었다더군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저런 규칙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충돌할 때는 또 어떤 말을 선택해서 이야기해야 하냐는 문제가 있죠.

솔직히, 제대로 된. 쓸만한 첨언을 아마추어 입장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좋은 글을 만들기 어렵듯이, 좋은 감상을 적는 것도 전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좋은 작가분들이 멘탈을 다스리고. 좋은 글을 위해 연구하고. 좋은 글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비슷하니까요. 노력해야죠. 그 동안 잉여로운 감상을 적어도요.

근데, 진짜로 참을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게 있으면 저는 전신에 피가 돌고. 가끔은 심각한 절망감도 느낍니다. 내가 하는 일의 모든 의미를 부정 당합니다. 이때만큼은 살의 비스무리한 게 튀어나옵니다. 토론이 논전이 되고, 순식간에 폭력으로 변할 뻔 하죠. 그때는 나가서 등산하고, 운동하고, 샌드백 때리고, 게임하고, 술마시면서 멘탈을 케어합니다.

(롤은 하면 오히려 악화됩니다. 하지 마세요. 농담 아닙니다. 트롤링하는 놈 보면... 아오.)

바로, 작가 지망생들이, "그래서 잘 썼다고 말하라고!" 같은 식으로 덤비는 거죠.

이 케이스가 제일 미치도록 싫은 케이스입니다. 칭찬하지 않으면 화냅니다. 당장은 아니어도 꼭 나중에 그러죠. 그리고 말합니다.

"너 때문에 글 쓸 의욕이 사라짐. ㅇㅇ. 다 니 책임임."

그런 사람들 보면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서, 나는 이게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는 상황이 이렇다. 라는 식으로 타진해봤자. 안 들립니다. 그런 대답을 원하지 않으니까요. 그냥, 잘 썼다고 할 때까지 사람 괴롭힙니다.

그것도. "솔직하게 해주세요. ^^" 라고 하면서요. 솔직하게 했더니 왜 솔직하냐면서 후려 패는 거죠. 요즘은 그래서, 절대로 솔직하게 안 적습니다. 일부러 거짓말을 하고, 희망을 타서 섞어주고, 안 괜찮아도 괜찮다고 속삭여줍니다. 그러면서 내가 이게 뭔 짓을 하나 모멸감도 느껴집니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도 그렇죠.

여러분은 안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더군요.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나는 안 그래."라고 말하면서, 위의 짓을 똑같이 했거든요.

아니, 생각을 해보십쇼.

여러분 글이 괜찮을 리가 있겠습니까?

10년, 20년 쓴 사람들이 여러분보다 머리가 나빠서 베스트셀러를 못 만듭니까? 아니면, 노력을 덜 해서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글을 쓰는 건 전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몇몇 천재들은 노력을 좀 덜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어느 선일 뿐입니다. 그런데 많은 지망생들이 자기 글이 시대를 바꿀 명작인양 생각합니다. 저도 내심 그런 마음을 품으며 글을 쓰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그게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자, 말도 안 되는 망상이라는 걸 명심합니다.

무조건 어떤 단점이 집히고. 혹평이 나오고. 사람을 물어 뜯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살살하라고 해봤자. 이제부터 고생 시작인 사람에게 뭐라 딱히 할 말도 없습니다.

이게 제 개인적인 경험만이 아닙니다.

제가 본, 비평협회에서 일하시는 분도 거의 비슷한 경험을 가지시고 계시더라고요. 자기가 비평협회 들어갈 정도로 실력이 있고. 이걸 한 번 테스트하려고, 다른 사이트에서 익명으로 해봤는데. 걍 욕 먹었다고요. 정확도나 섬세함이 아무리 높아도 상관 없었나 봅니다. 결국 그 다음부터는 거의 안 하시더군요.

아, 설마 고고한 순문학에서는 저런 일 안 일어 날 것 같나요? 아닙니다. 일어납니다. 그 깔끔하고 괜찮아 보이는 문예지 들어서 보면, 비평가가 소설가 욕조차 못 합니다. 주례사 비평이 문단 최고 문제 중 하나입니다. 소설가가 발끈해서 그 비평가를 공격하거든요. 그 소설 담당 편집자가 비평을 해서 비평가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결국 소설가는 비평가를 고아하게 욕하고, 비평가끼리 서로 인신공격하고 비방하기까지 합니다. 형편 없는 진흙탕 싸움이죠. 헌데 객관적으로 마음 차분히 생각해보면. 보통은 비판하는 사람이 핵심을 찌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득권층을 흔들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깨우쳐주거든요. 한국문학이 재미없다. 요즘 현실을 제대로 찌르지 못한다. 이대로는 베스트셀러란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등등. 2000년대 초 비평인데, 2012년에 하나 둘 일어났죠. 베스트셀러란에 소설이 줄고, 한국 소설은 훨씬 더 줄었습니다. 외국 소설만 늘어났죠. 하지만 사람들은 불편하기에 잘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건 거의 모든 문단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작은 라이트노벨판이던. 큰 순문학이던. 외국이던, 국내던. 죄다 똑같아요. 비평의 본질은 토론에 있고, 토론은 쉽게 난전으로 변하니까요.

첨언으로, 그렇게 비판을 잘했던 비평가들은 태반이 문단에서 쫓겨났습니다. 날카로우면 날카로울 수록 그렇죠. 2000년대 초에 일어난 문단권력 논쟁만 해도, 충분히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좀 슬프네요.)

사실, 사람들이 아마추어 감상은 쓸모 없다고 입에 욕을 달고 다는데. 그게 꼭 옳은 건 아닙니다. 아무리 아마추어라고 해도. 사람이 글을 보다보면 대충은 맞춥니다. 최소한 이게 한 그룹의 독자들에게는 졸작이거나, 평작이거나, 수작이리라는 걸 증명하죠.

아마추어 감상평을 싸잡아 후려치는 건, 지망생들 글이 쓸모 없다고 몰아 붙이는 거랑 별다를 바 없는 논리입니다. 쓸만 한 게 왜 없겠습니까. 여러분에게 헛소리하는 그 양반들도, 반면교사이거나, 한 유형의 독자정도는 대표할 수 있습니다.

고로 감히 말하겠습니다.

이 감상은 나한테 안 맞아.

이 감상은 수준이 낮아.

이 감상은 네가 성격이 더러워서야.

다 네 탓이야. 내 글은 썩 괜찮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그런 식으로 뭐든지 마구 넘어가시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감상이 부정확할 때도 있고. 말이 심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가지는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과 기준으로 글을 읽는가? 무엇을 내게 요구하는가? 거기서 나는 무엇을 걸러들어야 하는가?

책을 걸러 읽듯, 비평도 걸러 읽어야 합니다. 그게 기본이죠. 당연한 거일 뿐입니다. 대단하지가 않아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그다지 실력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어렸을 때는 정확함은 물론, 섬세함까지 바닥을 빌빌 기었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그럴 겁니다. 전 아마추어에 초보니까요.

하지만 나는 이걸 꼭 물어야겠습니다.

그거, 감상해준 사람 탓 맞냐고요.

원론적인데다가 별로 쓸모 없는 첨언이지만, 야밤에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어라? 아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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