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사슴, 목, 기린, 거리, 자부심'등등의 것들이 돌연 나타날 때 가장자리 끄트머리에 서 있던 나의 인생이 끝났다. 하지만, 그런 것들과는 상관 없이, 이제껏 자부해 왔던 나 자신과의 거리를 벌릴 때다. 초등학교까지만 해도 수업에 참여하는 일이 극도로 많았고, 그런 내가 있었다는 것(나라는 관점을 너무나도 많이 피력하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만, 이곳은 장편 소설 쓰는 곳도 아니고, 단편 소설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아무튼 저는 인간적으로 이것이 제게 있어서 정말이지 똥눌 곳 가리지 못하는 사람과 대등하게 대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어찌됐든 이곳은 자유게시판이므로 그런 것과는 하등 관계 없는 게 아닐지 싶기도 하고.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실이 만약 거기 있다면, 잠깐 거기 당신. 이런 글을 여기까지 읽고 있었단 말이야? 물론 긴 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짧게 읽고 갈 글도 아니라고, 임마, 시간을 아껴, 만약 지금도 읽고 있다고 하면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기 바라.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충고다. 충고의 끝을 마무리로 계속 끄적여 나가자면), 그런 것들이 머지않아 참된 발견을 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을 때 발생한 일이다. 만약 내가 그곳에, 그러니까 상엽초등학교에서 그녀를 발견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지. 무수한 나무가 그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태양이 나무 사이사이를 꿰뚫고 떨어지는 나무 그늘의 그물 아래, 하얀 손으로 옷매뭄새를 가다듬고 있던 그 여자가 나를 보더니, 손짓 하더라고. 그때 당시에는 초등학생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 즉 순수한 나 자신만이 있을 뿐이라서 나는 그녀가 손짓하는 것에 홀린듯 다가간 거다. 다가가다가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했지만,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듯(그러니까 쪽팔리는 것만큼은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 공손하게 두손을 뒷짐 지고 걸어갔지. 걸어가다가 그녀가 살짝 웃는 게 보이더라고. 그 웃음은 순수한 웃음이었어. 그러니까 나를 순수하게 내버려둔 건 거기까지였단 이야기지. 내가 다가가자, 이제는 그녀의 얼굴 앞까지 놓이게 되는 그 시점에, 나는 그녀가 나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사타구니로 가져다 대는 걸 억지로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는 이상한 비문을 늘어놓고 있잖아. 그만둬. 그만둬.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순수한 그 때 그 시절의 보잘 것 없는 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 그래도 추억 속으로 잠겨 보면 이제는 그 지긋지긋한 세상과는 안녕이라는 게 참으로 다행인 일이다. 그 세상 말이다. 그녀와 처음 만난 세상. 아니, 이제는 그녀라고 하기에도 뭣하지만, 어쨌든, 그 속옷의 닿는 감촉을 보았다. 냄새 맡고, 이런 게 어떤 유상을 가져다 주지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자연이 하라는대로 내버려두지 않는 건 어째 부자연스럽잖아. 부자연스러움을 내버려두면 결코 이루어지는 건 없을테고. 사타구니. 그녀의 사타구니. 왜 사타구니인 줄... 아니, 그것보다 이성적으로 묘사를 계속 해보자. 그녀의 다리 사이에 매끄럽게 들어가야 할 손이 잇아한 돌기를 만지기 시작했지. 돌기였어. 그것은 돌부리처럼 솟아올라와 있었고, 나는 그것이 딱딱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지. 그 나이 때에 딱딱하다니. 잠깐. 나는 잠깐이지만, 그러니까 나의 순수성을 잃었던 시절의 나는 잠깐이었지만, 왜지? 라는 감정이 솟구쳐 올랐지. 책을 읽다 보면 왜 이럴까? 라는 감정이 처음 솟아올랐을 때의 그것처럼, 나는 거기에 빠져들었어. 그 알 수 없는 감각, '왜?'에 말이야. 대체 왜 이런 곳에 돌기 같은 것이 솟아 있을까. 다리 사이에 말이야. 인간은 선천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 중 하나인, 사타구니 쪽의 그 감각이 조금이지만 자못 뒤틀려 있다고 생각 됐지. 이제 끝이다. 이걸로 끝이야. 나는 생각했어. 식은 땀이 목구멍을 타고 사타구니 쪽으로 흘러 내리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나는 그녀에게서 손을 땠어. 땔 수 있었어.

"나는 남장여자란다."

그녀의 한 마디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