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산만하고 돌발행동이나 딴짓을 많이 했습니다. 나이 먹고는 의식적으로, 예의상 그런 부분들을 많이 억눌렀는데, 최근 들어서 무언가에 오롯이, 특히 글쓰기와 읽기에 집중하기 힘들어서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에 가기 전부터 조사했던 것처럼 ADHD 나왔습니다.(의사선생님이 "너 바보."라고 진단할까봐 조마조마했습니다.) 일단 일 2회 보름치 약 받았습니다. 약명은 복잡해서 기억이 안 납니다.

의사양반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ADHD란 게 아직 어느 정도 연구 중인 단계랍니다. 게다가 미성년자의 경우 연구 중인 부분은 많지만 현재까지 많은 연구와 사례가 보고되어있으나, 성인의 경우 리포트가 적어 연구와 사례가 미진하다고 하더군요.(나이 서른 먹고 주의력 결핍!!!) 의사선생님이 보여준 의학서적을 보니 성인의 경우에는 분량이 1/4가 될까 말까 하더군요. 성인의 경우 자연스럽게 ADHD가 치료되거나, ADHD에 의한 문제를 의식적으로, 예의적으로 억누르게 되기에 사례가 적다고 하시더군요. 제 생각에는 "나이 먹고 집중력 결핍이라니! 쪽팔리잖아!" 란 체면 문제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받아온 약은 약효가 대략 3~4시간 지속된다고 합니다. 복용하고 나면 이마 앞으로 뭔가 모이는 기분과 전두엽 좌우의 회로가 연결되는 기분이네요. 어떤 일을 하다가 잠시 다른 일을 하고 다시 그 일로 복귀했을 때 해당 일에 대한 회복력도 빨라졌습니다. 목소리 톤이 조금 차분해지는 건 덤인 듯. (그리고 그 집중력으로 몰겜한 건 비밀. 게임 실력이 늘어나는 부가효과도 비밀.) 특이하게도 주의력 결핍 관련 약물의 경우 미성년자는 대체로 효과를 보나 성인은 약 78% 정도만 효과를 보며, 12%는 제대로 효과를 못 본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중 소수는 오히려 역효과를 보인 경우도 있다는군요.

상황에 따라서는 병원이 진료기록에 대해 감사를 받을 때 ADHD를 증명하기 위해 뇌파 등 추가 검진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ADHD약이 세상에서 속칭 '공부 잘하는 약'이란 소문을 듣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의사선생님에게 "혹시 이 약의 소문 때문에 일부러 ADHD 증세로 진단받고 약을 타려는 사람들도 있느냐." 라고 물었더니 씁슬하게 웃으시더군요.

마지막으로, 약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더군요. 약물치료 뿐만 아니라 이에 병행하여 스스로의 의지로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도 (당연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주변 환경을 정리하여 주의력을 흐트리는 요소 제거, 스스로 집중하도록 노력할 것, 그리고 집중이 잘 안되고 일이 잘 안될경우 오히려 다 놓고 휴식을 취하며 긴장완화를 하라고 하더군요.

덧 :

무작정 주의가 산만하다고 정신과에 가서 ADHD가 나오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막상 병원에 왔지만 단순히 호기심이 많거나 활달하다는 등 개인의 기질과 성격 문제일 뿐인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병원비는 22,000원 나왔습니다. 혹시 자신이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 싶으면 심사숙고하여 병원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주의력 결핍이든 우울증이든 강박증이든 뭐든 말이죠. 하지만 병원도 중2병과 바보는 못 고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