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문장력"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서, 단순히 문법상의 오류라는 어학적인 측면이라든지, 아니면 문장 사이의 연결이라는 논리적인 측면을 볼 수도 있고, 문장의 호흡 조절이나 묘사 능력, 단어의 활용 같은 폭넓은 개념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이 모든 측면에서 다각도로 문장력을 검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나를 면밀히 관찰하려고 하다 보면 다른 하나에는 소홀해지기 마련입니다. 무슨 불확정성의 원리 같네요.

문법엔 약해도 묘사가 기가 막히는 사람, 묘사는 잘해도 문장의 논리적인 연결에 취약한 사람, 문장끼리 잘 어울려도 호흡에서 흐트러지는 사람 등등... 사실 문장 하나에서도 잘하는 것 못 하는 것 나뉘기 마련이지요.
작가가 스스로 자신의 글을 완벽히 평가하지 못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만,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넘어선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자신이 취약한 부분은 자세히 살필 수 없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사실 창작과 비평은 다른 분야입니다. 훌륭한 비평가가 뛰어난 소설가라고 할 수 없고, 좋은 소설가가 멋들어진 비평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렇기에 이번에 자발적으로 흥한 단편제라는 것은 좋은 의미를 가질 수 있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평가를 맡긴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 취약한 부분의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고, 그런 점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채팅방에서 "토론"의 형식을 빌어 한 작가의 문장력을 평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