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와이토레케입니다. 즐거운 감평 시간이 돌아왔네요.

키르렌트님의 『트라이얼』은 모험담입니다. 주인공이 위험한 모험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동료들을 만나고, 각종 시련과 통과의례를 겪는 모습을 보여 주는 장르죠. 숲이 일흔일곱 개의 '막'으로 구분되어 있고, 그 막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지주'가 내는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는 설정은 그런 면에서 꽤 편리합니다. 주인공을 가로막는 시련이 차례차례 나타나고, 그 시련들을 기발한 방법으로 돌파해나가는 구도를 짜기가 쉽거든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감평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야기

설정을 굉장히 공들여 짜신 것 같아요, 그렇죠? 구체적인 수치도 등장하고, 멋진 용어들도 등장하고요. 그런데 작가님, 그렇게 공을 들인 설정을 이런 방식으로 제시하시면 어쩌나요..... 설정을 글 처음부터 쭉 설명해놓으면 독자는 그걸 제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이 글에는 그런 부분이 너무 많이 나오네요. 이런 방법 대신에, 대화와 상황 묘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독자를 소설 속의 세계로 빨아들이도록 하세요. 그래야지 독자들이 막, 지주, 모험가, 클래스, 마나, 계열 등등의 설정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설정 자체가 좀 복잡하다 싶은 생각이 들긴 하는데, 이건 이야기에 잘 녹여내면 의외로 별 문제 아닐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스토리의 다른 요소에 대해서는 지금 분량만 읽고서는 크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주인공이 시험을 통과하고, 여자들을 만나고, 또 시험을 통과하는 와중에 몇 가지 떡밥이 뿌려졌죠. 결말까지 다 읽었는데 막 화가 난다면 뭐라고 말을 더 하겠지만, 아직은 초반이니까요. 초반 스토리만 읽고 소설을 논하는 것만큼 바보같은 짓도 없겠죠. 다만 주인공이 첫 전투 이후 한참동안 신나게 날아가다가 갑자기 당시 상황에 대해 분개하거나 하는 부분은 좀 어색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다시 읽고 수정해보세요.

2. 인물

* 야오르벤 크리셰 : 줄여서 야크. 이런 식으로 줄여 읽는 건 좀 어색하다 싶지만, 이 세계에서는 자연스러운 걸지도 모르니까 넘어가도록 하죠. 물려받은 신묘한 칼이 있고, 마법도 잘 쓰고, 머리도 잘 쓰고, 주변에 여자들도 꼬이고, 왠지 막 멋있는 말도 하는 캐릭터라...이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주인공이라면, 앞으로의 분량을 통해서 결함을 드러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는 좀 중세 기사도 문학 같잖아요. 저렇게 좋은 칼이 있으면 사람이 좀 결함이 있어야 밸런스가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