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노벨 시장은 일본에서 탄생한 것이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라이트 노벨을 번역해서 출판하는 것이 전부였거든. 라이트 노벨 = 일본 스러움(오덕들의 전유물) 이라는 인식이 생긴것도 이 때문이야.

그런데 몇년전 시드노벨이 짠! 하고 등장했어. 네이버 카페 같은 음지에서 라이트 노벨란에 글을 쓰던 수많은 아마추어 지은이들(차마 작가라고는 하지 못하겠다.)에게 시드노벨은 빛 처럼 보였을거야.

시드노벨이 처음으로 취한 행동은 '네임드 작가'를 섭외해서 출판한 거였어. 초인동이나 미얄의 추천이 스타트를 끊게 되었고, 이 두 작품은 지금도 시드노벨의 간판작품이야.(나중에 아이언 하트라는 작품이 어마어마한 떡밥을 가지고 출판하게 되어 이 바닥에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되지만 이건 따로 언급하지 않을게)

문제는 이 다음에 나타나게 되었지. 공모전이란 파격적인 원고수집 방법을 내걸었거든. 사실 이건 일본 라이트 노벨 출판사가 하는 것이지만, 설마 이것까지 따라할 줄은 몰랐으니까. 365일 1년 내내 공모를 한다는 말뿐인 공모전에 레알 엄청난 양의 글이 응모하기 시작했어. 여기까지는 참 좋아.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거니까.

그런데 피해가 생기기 시작했어. 사실 라이트 노벨은 장르가 아니야. 출판 형태지. 판타지를 정의 할 수 없는 것 처럼 라이트 노벨도 정의 할 수 없어. 어찌보면 판타지 보다 더 어렵지. 판타지는 바로 이거! 싶은 이미지가 있지만 라이트 노벨은 그렇지 않거든. 미얄의 추천 같은 소설도 있고, 반쪽 달이 뜨는 하늘 같은 소설도 있고 늑대와 향신료 같은 소설도 있으니까. 다 제각각이야.

머리에 뚜렷한 이미지가 없는 상태에서 라이트 노벨을 공모전이 열리니 응모되는 글들은 라이트 노벨의 팬픽 수준이었지. 지금까지 본 소설하고 비슷하니까 라이트 노벨이겠지 싶은 글들이 마구 응모된거야. 이건 음지인 라이트 노벨 카페 같은 곳에도 퍼져 나가.

그러다 보니 한국인인 작가가 한국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국 출판사에서 출판한 소설이, 일본 냄새가 살짝 나기 시작한거야. 이걸로 심하게 까인 작가가 있지만 누군지는 다 알거라고 생각하니까 여기서 말하지 않을게.

한국 라이트 노벨은 정체성 혼란에 빠진 거지. 한국적인 라이트 노벨이 뭔데? 라는 질문에 스스로도 대답을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계속 글을 양성하고 있어. 어떤 사람들은 '그런거 없음. 일본에서 시작한건데 무슨 한국색? 라이트 노벨이 한국적이면 망합니다. 사실 한국 라이트 노벨 안 읽는게 한국인 이름 나와서 짜증나서 안 읽음 --' 이런식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한국적 라이트 노벨은 존재 할 수 있다. 라는 정신 아래에 기획되고 출판된 글들은 좀 있었어. 바로 신화와 전설. 무속, 한 등을 이용한 라이트 노벨이야. 물론 이 중에는 존내 개념작도 있어.(넓게 보면 미얄의 추천도 이쪽에 속해) 나름 성공한거지. 독자에게 어필 했냐 못 했냐는 일단 뒤로 미루자구.

그런데 이게 하나의 형태로 단단하게 이미지가 굳혀지고 있는 것 같아. 나중에 네이버 지식인에 이런 글이 올라 올지도 모르지.

한국형 라이트 노벨을 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교과서에 써있는 동화를 소재로 쓰세요.

지금의 판타지 시장 처럼 말이야.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형 라이트노벨이 무언가 더 넓은 개념으로 잡혀야 한다고 봐. 형태로 정착되어서는 안돼. 그러면 지금 판타지 시장처럼 되버리거든.(개나소나 똑같은 소재와 스토리. 다른건 필력 뿐) 하나의 개념이나 생각으로 고립되어 라이트 노벨을 처음 읽는 한국인이 봐도 헐? 재밌네. 라는 말이 나오고 또 동감할 수 있게.

그러니까 우리들은 한국인 이름을 가진 히로인이 일장기 그려진 도시락을 먹는 글은 그만 쓰고 좀 더 한국적인 특성을 찾아 그걸로 라노벨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