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제가 그 사람을 엄청 싫어한다는 것이죠. 30 40대 정도 나이 먹은 인간인데. 제가 이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를 서술하자면

기본중의 기본을 몰라 몇 번을 가르쳐 줘도 전혀 배우려하지 않고 계속 물어보러오고, 저도 겨우 시간 맞추는 것이 고작인 작업을 하고 있는데 염치도 없이 자기가 다한 거(엄청 간단한 거) 잘했는지 검사를 해달라며 제 작업을 방해합니다. 거기까지는 그냥 조금 많이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눈치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싫어하는 정도까진 아니에요. 저도 눈치 없다며 핀잔 들었던 적이 한 둘이 아닙니다. 제가 이 양반을 환멸하게 된 일이 있었는데. 

바빠 죽겠는데 자기 나사를 조여 달라고 부탁해요. 드라이버 질이 나쁘고 나사가 닳았나 싶어서 도와주러 가 봤더니 아니 이 XXX이 제어판에 핀 박는 게 힘드니까 다른 저에게 부탁한 거더라고요. 그 이후부터 저는 이 인간과 말을 섞지 않습니다. 대부분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물어봐도 좀 쌀쌀맞게 대답하고 같이 밥도 안 먹어요. 엮이기 싫어서 말이죠. 나이 30 40먹고 그 정도면 답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얼마 전 책을 읽고 있는데 이 빌어먹을 인간이 관심을 보이더군요. 

독서가 취미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자기랑 책을 바꿔서 읽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더군요.

제가 미쳤습니까? 책을 좋아하지도 않고, 그냥 평소에 자기 도와줄 인간이 요즘 들어 쌀쌀하다. 근데 이 양반이 독서가 취미네? 취미를 공유하면 좀 친하게 가르쳐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은 뭣도 모르면서 제 책 빌리고 관리도 안하며 책도 집에 쳐박혀 있을 청소년 탈무드 같은 10년 20년 넘은 책을 빌려줄 게 뻔 뻔데 말이죠. 아니면 한 번도 펴보지 않은 데카르트 철학서가 올 지도 모르겠네요.(데카르트 탈무드를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미쳤다고 싫어하는 인간에게, 교과서도 그냥 막 던지는 책 손상시킬 것이 뻔한 에게 책을 빌려줍니까?

다행이도 제 책 남이 만지는 거 싫어한다고 거절했습니다. 정확히는 책 손상될 까봐 꺼리는 것인데 거짓말은 안했습니다.

그러던 오늘날 

삼학연희 3권을 들고 온 저에게 이 CBN이 갑자기 지대한 관심을 보이더군요. (만화책으로 알고) 그리고 분명히 전에 책 남이 만지는 거 싫어한다고 했는데 평범히 읽으려는 책을 뺏어들더군요. 그 무래한 행동에 짜증이 난 저는 약간 심하게 책을 도로 뺏어 들면서 미안한데 전에 말한 대로 남이 제 책 만지는 거 엄청 싫어한다고 심하게 행동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책을 가방 안에 넣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 아 정말 아직도 짜증나네요...

그리고 그 사건으로 삼학연의 3권이 구겨졌습니다. 

지금까지 신세한탄이었습니다. 불쾌하신 분들도 있으셨을 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PS. 아오 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