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기본은 갖추어야 합니다. 캐릭터가 이름+나이 빼고 아무 특징이 없다면 안 되겠죠.

말씀드렸듯이 '최소한의 요건'을 만족한 경우에서는 장점을 살리는 편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좋은 캐릭터가 어설픈 스토리 속에서 방황하는 느낌이다."하는 평을 받았다면

스토리를 고치는 편도 좋겠지만 캐릭터가 확실히 드러나는 일상물을 다루는 편도 좋겠지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단점을 고치는 건 힘들고, 장점을 살리는 건 비교적 쉽기 때문입니다.

캐릭터성이 약하다고 무수히 말해봤자 캐릭터 짜는 게 수월하지 않은 사람은 마찬가지일 테죠.

장대한 스토리를 짜는 것보다 단일 에피소드를 기획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에피소드형 전개가 적합하겠고요.

그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있다면 결국 글쓰기가 자기 만족의 영역에 있다는 점입니다.

소위 말하는 '워너비'의 입장에서는 딱히 글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편집자분께 글을 넘겨야 하는 작가나 숙제로 글을 제출해야 하는 문창과 학생이 아니니까요.

이 말은 즉, 단순히 흥미를 가지고 글을 쓴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흥미가 사라지면 글을 쓰지 않겠죠.

단점을 고치려고 애를 쓰다 보면 지치기 쉽습니다. 아예 때려 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점을 살리면 스스로도 기분이 좋고 에너지가 넘치지 않을까 싶어요.

자, 길고 긴 서론은 여기까지였고요. 그러한 측면에서 감평이 어때야 할지 생각해볼까요.

J로 시작하는 어떤 분이 1챕터에 올라온 글에 날카로운 감평을 날린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이곳 자유게시판에서 1챕터에서 탈락한 사람들 간에 감평을 주고 받은 것도 같은데, 맞나요?

J모씨의 감평과 1챕터 탈락작 감평이 지니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방향성입니다.

J모씨는 짤막하게 '이 글이 만족하지 못한 최소한의 요건'을 짚어 줬습니다.

최소한 글을 읽어 내리는데 어려움을 주는 부분이 없다면 '좀 더 지켜보자'는 식으로 보류했죠.

더 나아가 1챕터 만으로도 특출난 장점이 보이는 글은 해당 부분을 언급하며 호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챕터 탈락작 감평은 목적부터가 '탈락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 글이 만족하지 못한 최소한의 요건'이 있든 없든 글에 담긴 문제점을 찾아내야 하는 거죠.

뭐라도 단점은 찾아야겠고, 반대로 장점을 언급할 이유는 없게 됩니다.

그러니 지적 받는 입장에서는 이게 그리 큰 문제인가, 하고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본인의 글이 소위 '까이는' 것 자체에 불만을 품어서는 안 되겠죠?

자, 다시 본제로 돌아와서.

감평은 글쓴이의 부족한 점을 짚어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모자란 부분을 채운 다음부터는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좋았던 부분을 찾아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모든 과목이 75점인 것보다 모두 70점이고 수학만 100점인 편이 좋다고 봅니다.

사실 저도 탈락한 입장이고, 아직 갈 길이 몇 만 리는 되지만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덧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