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올린 글을 수정해서 이 곳에 올립니다.
대중성은 창작계 전반에서 논의해온 고전적인 주제입니다. 그것이 정확히 뭔지, 중요한 요소인지, 어떻게 재 볼 수 있는지 하는 이야기를 꺼내자면 지겹도록 오래 논의해볼 수 있겠지만 여기는 노블엔진이고 작가지망생 분들이 많으신 만큼 '폐쇄적인 대중성'으로 이야기를 다르게 꺼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라이트노벨을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잘 팔리는 라이트노벨을 쓰려고 유행 요소를 모아서 '내 여동생이 츤데레 메이드일 리 없어'라는 제목을 붙이고 공모전에 입상된 뒤 책을 내서 꽤 잘 팔렸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책은 대중적인 요소를 채용하여 쓴 책입니다. 내용도 대중적이고,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던 클리셰에 자신만의 개성을 조금씩 넣었을 겁니다. 이 개성이 크더라도 주류 입맛에만 맞는다면 대중적인 책일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대중성은 모에 문화에만 한정되어 있습니다. 만약 대한민국 주류 문화를 기준으로 하고 이야기를 꺼내자면 위 작품은 대중성과 거리가 먼, 오타쿠 취향에 맞춘 특수취향 소설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특히 내 여동생이.. 뭐라고요? 답이 없군요.
즉, 장르문학 작가들이 보통 말하는 노리고 쓴 글이나, 팔리는 소설이라고 하는 물건은 너무나 좁은, 그것도 다른 매체(TV드라마, 영화..)에 이어질 수도 없는 폐쇄적인 대중성만 고려한 전략일 뿐입니다. 다수 계층과 다른 매체에 '열려 있는 대중성'을 갖춘 문화거나(영화, 웹툰, 순문학) 폐쇄적인 대중성이라도 그 분야 자체가 매우 크다면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의 모에 문화는 그 어떤 것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열려 있지도 않고 그렇게 크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소수 마니아층의 인기만 연연해서 이미 한참 우려먹은 레파토리를 들고 와 그걸 대중성을 노렸다고, 머리 좀 써봤다고 하면 자살행위나 다름 없습니다.
이건 장르 전체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잘 써도 고전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 힘든 라이트노벨은 시간이 흘러도 작품기반을 쌓기 힘듭니다. 명작이 밑거름이 되어야 자립하기 쉽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그나마 라이트노벨의 본고장인 일본의 생태계에 얹혀 살아가면 지금 상태로도 성장가능성은 있지만, 만약 일본의 라이트노벨 시장이 하락세를 겪으면? 독자적인 기반이 부족한 한국 라이트노벨은 박살이 날 겁니다.
결론을 내겠습니다. 상업주의 노선을 타는 작가라면 반드시 넓은 대중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시장에서는 최대한 좋은 작품 자원을 가져야 하고, 보통 장르문학이 넓은 대중성을 갖추기 어려우니 최대한으로 연결성을 만드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대표적인 연결점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이 글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참 부족한 글이므로 비판이나 지적은 달게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