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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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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이상한 나라의 항해자
글쓴이: 블루헤븐
작성일: 12-10-31 23:55 조회: 3,169 추천: 0 비추천: 0
프롤로그

긴 검은색 생머리에 높은 코 약간 옆으로 찢어진 보랏빛 눈을 가진 공주는 그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무표정과 절도있는 몸가짐으로 주변에 투명한 막을 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 공주를 따라 나와 파트너가 들어간 곳은 고위 귀족들이 생활하는 그레이트 체임버로
특별히 공주와 친한 귀부인이 자주 애용하는 방처럼 보였다.
아치형으로 되어있는 창문으로 들어온 빛은 붉은 나염지 커튼에 잘게 잘려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이곳의 자색 방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을 등지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공주는 그 방과 어울리는 붉은 계통의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위로는 검은색 가운을 살짝 걸치고 있었다. 아무리 나이를 많이 쳐봐야 10대 후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공주에게는 나이에 비해 성숙한 느낌을 주는 옷이었지만 신분에 맞는 위엄있는 분위기로
공주가 아닌 왕비가 아닌가 라는 착각을 주면서 생각보다 잘어울렸다.
그런 공주에게 나는 웃으며 물었다.
"그럼 무엇을 의뢰하시겠습니까?"
얼굴에 쓰고 있는 흰색가면 때문에 얼굴전체로 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오빠가 진실을 모르게 해주세요."
단호한 공주의 목소리 속에는 일말에 죄책감도 담겨져 있지 않았다.
정말로 그 여자와 공주는 모든 부분이 닮았다.
"네, 알겠습니다. 당신의 의뢰는 받아들여졌습니다."
사랑은 질투를 부르지만 질투가 사랑을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쩌면 집착적인 모습도 어떻게 보면 사랑일지도 모른다.
당사자가 아닌 방관자로서 나는 담담히 그녀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우선 말씀드렸던 대가를 선불로 받고 싶은데요?"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공주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공주는 그 즉시 하녀에게 대가를 가져오라 명하였고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공주는 우리에게
대가를 주었다.
"이걸로 감춰진다면 부탁드려요."
공주는 그 말을 끝으로 이곳 그레이트 체임버에서 내실로 사라졌다.
공주가 사라짐과 동시에 내 뒤에서 나의 파트너는 참아왔던 입을 열었다.
"이중계약은 사기야. 하물며 삼중계약이라니. 쯧쯧, 여러분! 여기에 사기꾼이 있어요!"
"쉿쉿, 이건 의뢰내용이 다 다르니까 상관없어."
나는 고개를 돌려 나를 가리키며 계속 사기꾼이라고 외치고 있는 나의 파트너를 보았다.
그녀는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붉은 생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 특히 머리색과 대조를 이루고 있는
커다란 에메랄드 빛 두눈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아름답긴 아름답.......
"뭘 야려. 조금 놀린거 가지고 삐진거냐?."
신은 공정하다.
그녀에게서 외모를 너무 높게 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성격을 나쁘게 만든게 틀림없다.
"엘리스. 가자. 열쇠수집은 끝났어."
그녀-엘리스는 나를 보며 웃었다.
"헤에, 빠른데?"
"아니, 의뢰 날짜를 생각하면 오히려 늦은 거지."
"그럼, 어디로 모실까요? 고객님?"
"뻔하잖아. 로미오에게 간다. 근데 확실히 한번에 갈 수 있는거야?
또 아까처럼 이상한데로 떨어진다거나....도대체 믿을 수가....."
-퍽-
"크흑"
순간 옆구리가 통증을 호소해서 그 곳을 보니 엘리스의 앙증맞은 오른손 주먹이 보였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아니, 내 옆구리가 문은 아닐텐데. 그리고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두드려라!"
-퍽퍽퍽-
엘리스의 현란한 좌우 콤비네이션은 나의 허술한 가드를 뚫고 양 옆구리에 내려 꽂혔고
나는 고통속에서 외쳤다.
"믿...믿습니다!"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신앙고백이었다.
-퍽-
"필요없어!"
엘리스의 응답은 짧았지만 좌우 콤비네이션은 너무나도 길었다.
옆구리가 너덜너덜해지고 나의 신앙고백이 극에 달했을 때
그녀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후우,후우......오늘 예배는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철권을 거두었고 나는 그녀의 광신도가 되어있었다.
"쿨럭...아....멘"
"자, 그럼 손내밀어."
방금전까지 나를 두들겨 팼던 손이 내앞에 다시 한번 나타나자
무조건반사처럼 몸을 움추리긴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럼 간다."
"그래."
"Move! 목표 유저 로미오!"
시동어와 동시에 강렬한 빛이 시야를 덮었고 그 후 땅이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 이 세계에서는 허락되지 않는 공간이동이다.
그녀는 엘리스. 나의 유일한 파트너이자. 위저드이다.

********

오늘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달빛을 머금어 은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밤이었다.
은색 빗줄기 사이로 흰색 가면을 쓴 내가 찾아간 곳은 명문가
캐플릿가 집으로 미리 초대 받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이곳으로."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한 사람이 나와서 누군가가 이미 마중 나와있었다.
그 사람은 백발의 집사로 머리가 한가운데부터 빠지기 시작하고 있었는지 휑하였다.
"로렌스 수사?"
"네, 맞습니다. 이곳에서는 브라운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 집사가 나를 인도한 응접실에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은 검은 당고머리에 은색 머리핀을 하고 있었으며 검은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들고있는 빨간색 부채를 펴서 얼굴의 반을 가려서 사실상 나를 노려보는 보라색 눈 밖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나요?"
의뢰인인 그녀는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예, 물론입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고 다 실패했어요."
"저는 다릅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르다는 거죠? 지난 한달동안 수 많은 항해자들이 왔어요. 그리고 그들 모두
당신처럼 자신만만했고요. 그리고 그들 모두 실패하고 돌아갔어요.
아직도 오빠는 눈을 뜨지 못했고 이제는 의뢰할 곳도 '아틀란티스'정도 밖에 남지 않았어요.
저는 이제 지쳤어요.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었는데 뜬금없이 흰색 가면을 쓰고 나타나서
하는 말이 의뢰를 하라고요?"
그녀의 검지 손가락이 나의 흰색 가면을 가리켰다.
"죄송하지만 가면은 벗을 수가 없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내 가족을 맡기라 그 말이군요."
나는 가족이라는 말을 할 때 그녀의 일그러지는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던 가정에 퍼즐을 더했다.
"좋아요. 의뢰를 하죠.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니까요."
나는 웃으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무엇을 의뢰하시겠습니까?"
"제발 오빠가 살아돌아오게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당신의 의뢰는 받아들여졌습니다. 대가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두번째 의뢰를 받아들였다.

********

공간이동 이후
시야를 회복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왕궁은 온데간데 없고 울창한 나무만이 보였다.
한줄기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우거진 숲.
땅에 박힌 검 옆으로 그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내가 인사를 건내자 그제서야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는 덥수룩한 수염과 야윈 볼 아무렇게나 흩으러진 장발하고 있어서 미리 보았던
모습과는 다른 얼굴이 되어있었다.
순간 그의 얼굴 위로 놀라움이라는 표정이 지나갔지만 그 다음 표정은
경계심이나 친근감이 아닌 당혹감을 나타내는 표정이었다.
"아.....어....."
그는 마치 말 못하는 어린아이처럼 한참동안이나 입모양을 바꾸며 소리를 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입을 열어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답을 했다.
"아..안녕."
말하는 게 익숙치 않은 모습과 모든 날이 상해 버린 그의 검을 보며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숲을 뒤지고 있었는지 짐작해본다.
5년? 10년?
하늘을 덮고 있는 나무때문에 밤만 존재하는 이곳에서 그는 얼마나 긴 악몽과 싸워왔을까?
"안녕이고 나발이고 당신 이름은?"
나의 상념을 바로 박살내버리는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의 주인공은
볼 필요도 없이 나의 하나뿐인 파트너였다.
"로....로미오. 그쪽 이름은?"
"로미오라...... 기대도 안했지만 자아 확인 단계 실패."
"무......슨?"
"바퀴, 숫자 사, 기름,운반수단 이와 연관되는 단어나 생각은?"
"자..잠깐 뭐하는 거지?"
"시대 확인 단계도 실패.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은 적이 있는가? 있다면 한달 몇회 정도?"
"......"
엘리스의 속사포같은 질문에 로미오는 할말을 잃은 듯 멍하게 있었다.
"저기, 엘리스 그만해."
"왜? 아직 질문할게 197가지나 남아있는데."
총 200문항이나? 많기도 하네.
"미안한데 넌 너무 성급해. 그리고 여기서부턴 내 전문분야라고."
"오오, 지금 날 가르치는 것처럼 들리는 건 내 착각인가?"
에메랄드 빛 두눈이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은 사자처럼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요!.아..아니. 제발 나에게 기회를 좀 줘"
순간 쫄아서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그래, 이런 천한 일은 천한 것이 해야지. 수고해."
휴우, 오늘 특히 엘리스의 성격이 날카로운 것 같다. 혹시 그날인가?
-퍽-
익숙한 옆구리에 가해진 충격. 나는 고개를 돌려 옆구리를 보았고 그 곳엔 익숙한 손이 보였다.
"크흑, 갑자기 왜?"
"너 이상한 생각했지?"
"아...아니야!"
"정말?"
"정말이야!"
나는 등에 흘러내린 식은땀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신에게 외쳤다.
오, 신이시어. 저에게 생각의 자유까지 빼앗는 겁니까.
흉악한 파트너만으로도 저는 벅찹니다.
"좋아, 왠지 찝찝하지만 그냥 넘어가겠어."
불순생각이란 죄명에 대한 엘리스의 무죄판결을 들으며 나는 안도했다.
그리고 그 안도감이 가시기도 전에 의뢰를 떠올리며 로미오 앞에 앉았다.
"제 파트너 때문에 놀라셨나요? 우선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백토끼 왕궁에서 당신을 찾으라고 보낸 추적자입니다.왕자님."
만일 내 얼굴을 가리고 있는 흰색가면이 없었다면 그는 내가 짓고 있는
이 비웃음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여동생이 보낸 것이겠군."
"네."
"아직도 동생은 날 기억하는가?"
"네. 물론입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로미오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걸 시작으로 한참이나 어린아이처럼 그는 소리내어 울었다.
하지만 울음이 그치자마자 그는 언제 울었나 하는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동생에게 나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전해주게나."
"혹시 실례가 안되면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나는 아직 원하는 걸 이곳에서 얻지 못하였네."
"설마 이곳에서 용의 숨결이란 꽃을 찾고 계십니까?"
"그걸 알고 있는가?"
"물론이지요. 그 꽃만 있으면 죽은 자를 부활 시킨다는 전설의 꽃 아닙니까?
아주 오래전에 이곳에서 단 한번 발견된 것으로 유명하고요."
"그래, 난 그 꽃을 찾기 전까지 이곳에서 나가지 않을 것일세."
"누구지요? 그 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내 연인일세."
로미오는 품안에 있던 펜던트를 꺼내 그 속에 있는 그림을 보면서 슬픈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그럼 한가지만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품속에 있던 양피지와 펜을 꺼내 그에게 건내주었다.
"로미오씨의 연인과 같이 살았던 마을이 윈체스 맞으십니까?"
"맞네."
"로미오 왕자님. 사실, 저는 왕자님을 추적하기 위해 윈체스 마을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가?"
"그리고 그곳에서 저는 사람들에게 왕자님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물어보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느 누구도 왕자님의 연인에 대해 말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건 그녀가 집에만 있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일 걸세."
"왕자님. 왕자님이 사신던 곳에는 한사람의 식기, 한사람의 옷, 한사람의 침대, 한사람의 옷 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나의 파트너와 만나기 전 윈체스 마을에서 본 로미노의 집을 떠올렸다.
그 곳에는 로미오의 흔적 이외에는 다른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무슨 나는 분명 내 손으로 독에 걸려 숨진 그녀를 묻었네."
"혹시, 집 뒷편에 무덤을 말씀 하시는 겁니까?"
"그...그렇네."
"송구스럽지만, 제가 그 무덤을 파내 관 속을 확인해 봤지만 그 속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순간 그는 말하기 전에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당혹감 속에 빠진 그에게 나는
다른 질문을 하였다.
"그럼 그녀의 취미는? 그녀가 좋아하는 색은? 그녀가 키우던 동물의 종류는 무엇인지 기억하십니까?"
"아...아....."
로미오는 표정을 엉망으로 찡그렸다.
"그녀의 이름은 기억합니까?"
입을 벌리고 절망에 빠진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기억이....기억이 나지 않아."
"정말로 존재하는 사람입니까?"
그 말과 동시에 로미오는 허겁지겁 품속에서 펜던트를 꺼내었다.
-달칵-
펜던트가 열리면서 그 속에 그림이 보였다.
"하,하지만 이 여자는 누...누구지?"
로미오는 나에게 답변을 요구하였다.
나는 웃으면서 왕실에서 의뢰에 대가로 받았던 한장에 종이를 펴서 그에게 주었다.
그 종이 위에는 로미오가 어렸을 때 그렸던 가족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고 펜던트의 여인은
로미오의 어머니와 무척 닮아 있었다.
"이곳에 오기전에 왕실에 들려 공주님께 받은 초상화 입니다. 그분은 당신의 어머니이십니다."
"아니야! 아니야! 나는......나는 연인이 있었어! 내가 진실로 사랑했던 연인이 있었단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런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아......말도 안돼. 나는...나는....."
"그녀는 정말로 존재하는 사람이 맞습니까?"
"아.....아니야! 이건....이건......."
나는 표류하고 있는 그를 보며 건질 준비를 하였다.
우선 알아둬야 할 사실이 있는데 표류자를 만났을 때 표류자를 구출하는 방법으로는 세 단계가 존재한다.
첫째 이곳과 저곳의 차이를 인지시키는 것.
둘째 이곳이 어떠한 곳인지 인식시키는 것.
셋째 있는 힘껏 끌어당길 것.
"당신의 연인이 키우던 동물은 이구아나, 좋아하는 색은 하늘색, 취미는 영화감상."
"......! 맞어. 그랬어. 근데 그걸 어떻게?"
나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로미오를 보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이름은......"
"줄리엣! 맞어. 그녀는 실존 인물이야! 너도 알고 있잖아!"
"아니요. 이곳에서 그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하는거야! 방금전과 말이 다르잖아."
분노하고 있는 로미오를 보며 때가 됬음을 깨달았다.
첫째 이곳과 저곳의 차이를 인지시키는 것.
"제가 말한 줄리엣은 저곳의 줄리엣입니다. 이곳에는 줄리엣은 없는 사람이지요."
"무슨 소리 하는거야?"
"당신은 아직도 이곳이 현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당신이 말한데로 큐브와 연결단자를 준비했어요. 근데 정말 혼자 큐브에 들어가도 괜찮나요?"
두번째 의뢰인이 나에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네트워크에서 제 일행이 합류하기로 했거든요."
"이건 싱글용 큐브인데 어떻게 합류한다는 거죠?"
나는 외모는 출중하지만 성격은 다른 의미로 출중한 파트너를 떠올리며 대답하였다.
"걱정하지마세요. 제 파트너는 위자드. 위자드급 해커니까요."
순간 두번째 의뢰인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순간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누워있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츄리닝에 팬티만 입고 있었고 두눈을 감고 있었다.
"한달이나 의식을 잃은거 치고는 상태가 괜찮군요."
"개인의사들이 관리하고 있으니까, 아직은 괜찮아요."
"아, 이제 대가를 말해도 될까요?"
"뭔가요?"
"제가 성공한다고 해도 어차피 장기간 표류로 인해 바로 일어나지는 못할테니 병원에 입원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겠지요."
"그럼 입원할때 성애병원으로 해주시겠어요?"
의뢰인은 잠시 고민하는 듯 했지만 이내 수긍하였다.
"알겠어요. 근데 왜지요?"
"하하, 제가 아는 사람이 거기 입원해 있거든요."
"무슨......."
"하여간 감사합니다. 그럼 다이브하겠습니다."
나는 머리와 연결단자를 차례대로 연결하고 스위치를 올렸다.
순간 의식이 바다 즉 가상현실로 빨려들어감을 느끼고 눈을 떴다.
내가 떨어진 곳은 윈체스 어떤 시골 마을이었다.

*******

"무슨 소리를 하는가! 여기가 현실이 아니라고!"
"네, 로미오 왕자님 아니 박철수씨. 순간 당신도 의심하지 않았나요?"
"그....그건"
가상현실을 바다라고 표현하고 그 바다에 너무 심취한 사람들을 일컬어
우리는 흔히 표류자라고 한다.
그리고 이 표류자를 구하는 우리를 항해자라고 표현한다.
이 표류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가상현실에 대한 불신과 의심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확실한 증거를 보여줌으로 현실을 기억나게 해야한다.
둘째 이곳이 어떠한 곳인지 인식시키는 것.
"증거를 보여드리지요. 그 양피지에 아무 글자나 생각나는대로 써보십시오."
로미오 아니 박철수씨는 군말없이 시키는 대로 종이에 우리는 알아볼 수 없는
이 곳에 언어를 썼다.
"엘리스 우리 머리위를 가리고 있는 나무들 좀 쳐줘"
"Shift delete 목표 나무"
어둠이 걷히고 밝은 빛과 함께 푸른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그 하늘에는 이 곳 언어로 되어진
금빛 글씨가 세겨져 있었다.
포로텍터인 저 글씨는 표류자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당신의 글씨체와 같지 않나요?"
사실 이 곳 언어를 몰라서 글씨체가 같은지 다른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양피지를 부들부들
떨며 하늘을 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나에게 같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이곳은 가상현실 나의 이름은 박철수."
아마 하늘 위 글씨는 저런 내용인가보다.
박철수씨는 소리내어 말했고 그는 모든 것을 기억했다.
"하지만, 저곳에서 그녀는 죽었다고!"
"네, 당신의 진짜 연인 영희씨는 이미 죽었지요."
"안돼! 이건 아니야! 나는 용의 숨결을 찾아야...."
"더이상 도망가지마세요. 박철수씨."
"아...아아안돼...."
엎드려서 오열하고 있는 박철수씨를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이런 집착적인 모습이야말로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셋째 있는 힘껏 끌어당길 것.
"엘리스, 로그아웃시켜. 기억이 돌아왔으니 아무 문제 없을거야."
"알았어."
박철수씨 주변이 금빛으로 변하더니 그는 잠시후 사라졌다.
"의뢰가 완료되었습니다."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Y/N
"Yes"

*********

"감사해요."
두번째 의뢰인은 처음보는 웃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천만에요."
"어떻게 단 두명이서 항해가 가능한지 이해가 안가지만 정말 고마워요."
사실 그녀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다.
원래부터 다이브는 기본적으로 5명이 팀을 이룬다.
"업계상 비밀입니다."
나 또한 웃으면서 물론 가면 때문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그녀에게 답하였다.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 입을 열었다.
"혹시 이 큐브는 어릴 적에 오빠와 둘이서 들어간 적이 있는 큐브인가요?"
"어? 네, 어떻게 아셨지요?"
"당신과 닮은 사람이 이 속에 있었거든요."
왕성에서 봤던 공주는 정말로 그녀와 닮아있었다.
"아 그래요?"
순간 의뢰인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사실 이 큐브 안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무슨?"
"공주가 존재하지도 않는 왕자의 연인을 독살했다는 소문이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어차피 큐브 안은 가상현실이 아닌가요?"
"네, 당연히 큐브 안은 가상현실이지요. 근데 그거 알고 있나요? 사람의 잠재의식이
사실상 깨어있는 의식보다 더 많은 정보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뢰인은 표정은 더더욱 싸늘하게 변했다.
"......무슨 증거로 그런 말을 하는거죠?."
"하하, 걱정하지마세요. 당신과 똑같이 생긴 공주가 세번째 의뢰로 진실을 함구하기를
요구했으니까요. 절대로 저는 말하지 않을 겁니다. 만약 대가만 잘지켜지기만 하면요."
순간 의뢰인의 부채가 형채를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일그러지면서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높은 코 옆으로 찢어진 보랏빛 눈은 질투로 얼룩져있었다.
"알았으니까! 나가!"
"그럼"
나는 웃으며 의뢰인에 저택에서 나왔다.
그리고 상상했다.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는 첫번째 의뢰인과 박철수씨와의 만남을.
로미오와 줄리엣 결말이 맘에 들지 않으면 바꾸는 수 밖에 없다.
"그럼 무엇을 의뢰하시겠습니까?"
"제발 그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줄리엣은 독살로 죽기전에 나에게 의뢰했고 나는 그와 그녀의 만남만이 그가
행복하게 되는 유일한 결말임을 알았다.

나의 이름은 백토끼.
항해자이며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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