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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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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이세계의 달.
글쓴이: 느티나무
작성일: 12-04-30 23:53 조회: 3,026 추천: 0 비추천: 0

“심봤다....!!”

산중턱, 한남자의 고함이 산을 뒤흔들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전부 토해내기라도 하듯, 필사적으로 고함을 지른 남자는 곧, 무언가 받아들이듯이 양팔을 벌리고는 눈을 감았다.

지금의 기분을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이 기분을 대체 무엇에 빗댄단 말인가. 복권에 당첨된 또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띠리링.

감상에 젖어있는 그를 방해하기라도 하듯,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야, 똥개. 너 어디야? 만나기로 해놓고. 지금이 몇신데.......”

툭, 그는 그것을 무시하듯 전화를 껐다.

평소라면 화를 냈을 별명을 분명히 들었지만, 그는 이내 무시하기로 했다. 그만큼 작금의 상황은 그를 맘껏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그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작은 종잇조각을 꺼냈다.

[제 222회 복권........]

무려 1등이다. 2등도, 3등도 아닌 1등. 상금은 무려 22억. 세금을 제하더라도 엄청난 금액에 틀림없다.

22억이면 평범한 사람은 평생 가져보기도 힘든 금액이며 이남자, 강아지 또한 평범한 사람에 속한다. 당연히 그 또한 상상조차하기 힘든 금액이다.

막상 이런 큰 금액이 손안에 들어오자,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무리 볼을 꼬집어봐도 현실로 돌아올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껏 얼마나 힘들게 살아 왔던가.

아지의 집 경제사정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풍족하지는 못하다. 어렸을때야 밥걱정없이 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집 경제 사정을 알기에 하고싶은 것도 별로 누리지 못했다.

대학생활에 접어들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행히 성적은 우수한터라 매번 장학금을 타기는 했지만, 자취방 방세나 식비 등을 대기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던가.

이것은 지금까지의 보상을 받은게 틀림없다. 적어도 아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고 싶었다.

종이를 바라보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것만 있으면 남들처럼 돈걱정은 안하고 살 수 있다.

학교 졸업까지 방세나 등록금은 물론이거니와, 집도 더 크게 장만할 수 있을 것이라. 특히, 지긋지긋한 컵라면 생활도 이제 끝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로 인생이 성공이라도 하듯 느껴졌다.

“그래. 이정도면 성공이지. 좋아, 돈 받으러 가기전에 일단 집에가서 밥부터.......”

거기까지 생각하고, 아지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직도 컵라면 생각이라니. 곧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하늘이 번쩍였다.

“하품을 뭘 그렇게 하냐?”

연신 하품을 하는 아지가 안 돼 보였는지, 수연이 다가와 물었다.

“어. 그냥.”

그녀인것을 확인하고는, 아지가 대충 대답했다.

“또 알바야?”

“그렇지 뭐.”

그녀가 뭐라말할 것 같은 기세로 입을 꿈틀 거렸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그렇다고 알바를 그만두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 그건 그렇고 오늘도 알바야?”

갑자기 뭔가 생각난듯, 그녀가 말했다.

“아니. 오늘은 쉬어. 어제 대신 뛰었거든.”

아지는 기억을 더듬듯 말했다.

오늘도 이렇게 피곤한 이유가 그것이다. 본래 그는 저녁타임 이지만, 어젯밤 갑자기 나오지 못하게된 동료 알바생 대신 뛰느라 아침까지 일을 해버렸다.

“어, 정말?”

그녀가 의외라는 듯 놀랐다.

“웬일이야? 너 이런거 잘 참석 안했잖아.”

아지는 오늘 저녁에 있는 과 모임을 기억해냈다.

“다른 알바생 대신 뛰어준거 뿐이야.”

“그래? 어쨌든 그럼 잘됬다. 너하고 술마셔 본적도 꽤 오래 된거 같거든.”

수연이 자기일처럼 뛸 듯이 기뻐하며 말했다.

“야, 잠깐. 난 아직 간다한적 없어.”

뭔가 이상하다는 듯, 아지는 말했다.

“뭐? 가끔씩은 이런데 가도 되잖아. 평소에는 알바 때문에 바쁘니까. 쉬는때라도 가서 얼굴 익혀야지.”

수연이 따지듯 말했다.

“집도 청소 해야하고, 장도 봐야 하고. 또.......”

숫자를 세듯, 아지는 손가락을 일일이 굽혔다 펴가며 자신이 해야할것을 정리했다. 가끔씩 이렇게 쉬는날에는 청소하거나 그제서야 자신을 돌아보고 했는데, 요 근래에는 이런날이 없어서 자취방은 이미 돼지우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기각.”

수연이 아지의 손가락을 강제로 쥐여 굽혔다.

“얼굴 너무 자주 익혀두면 내가 곤란해져.”

아지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자리는 별로 참석할 기회도 없으니 얼굴 익혀봐야, 참석률 나쁜 학생으로 찍히면 곤란하지 않은가. 누가 언급하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하는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럼 자주 참석 좀 하던가. 어찌됫든 오늘은 참석해. 자, 약속.”

하고, 수연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아지는 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도대체가 대학생이나 된 남녀가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이라니. 누가 볼까 무섭다고 생각했다.

“네 지능 지수는 유치원생 수준이냐.”

아지가 괜히 툴툴 거렸다. 조금전부터 근처에 있던 여학생 둘이 킥킥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이 마주치자 그녀들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는 사이 수연이 아지의 손에 재빨리 새끼 손가락을 걸고는,

“자, 이걸로 약속은 체결 됐어.”

괜히 근엄한 표정을 하고는 으름장을 놓았다.

“장난하냐!”

아지는 항변하듯 말했다.

“후우.......”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수연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좋아. 그럼 내가 부탁해도 안 돼?”

툴툴. 아지는 그것을 흘러넘겼다.

수연이 모든 것을 체념한듯 한숨을 쉬었다. 아지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으나,

“할 수 없지. 너희 부모님과 상담한번 해야겠다.”

“뭐?!”

조금 목소리가 컷는지,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돌아보았다.

아지가 평소에 이런자리에 참석을 하지 않는 것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벌기 위한 거라는 것을 알면 부모님은 분명히 실망하실 것이다. 수연이 그걸 모를리 없다”

‘영악한 계집애.’

아지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승승장구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 보고있었다.

“알았어. 가면 되잖아. 좀.”

하는 수없이 체념한 아지가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설마하니 그녀가 부모님께 말할 리도 없겠지만, 적어도 수연의 표정은 진지했다.

“꼭 이렇게 까지 해야겠냐. 치사하게.”

아지가 툴툴 거리며 말했다. 반면, 수연은 얼굴에 승리자의 미소를 머금으며,

“이렇게까지 안하면 안갈 거잖아. 뭐 어때. 자주가는 것도 아닌데.”

“누가보면 세상 등진 놈인 줄 알겠다. 누누이 말하지만, 난 바빠서.......”

수연이 그의 말을 잘랐다.

“그래. 그러니까 오늘같이 바쁘지 않을 날은 가는 거지?”

졌다. 아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야.”

계단을 내려와 건물 로비로 나와보니 누군가 나를 불렀다.

소리나는 쪽으로 돌아보니, 수연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혼자가 아니였다.

“안녕.”

옆에 있던 여자아이 무리중 하나가 손을 흔들었다.

“어, 안녕.”

아지도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아지야.”

동시에 다른 여자애들도 인사를 건넸다. 일일이 인사를 받아주느라 아지는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다.

가장 끝에 서있던 모자를 쓴 여자애가 옆에있던 친구에게 슬며시 귓속말을 했다. 분명 귀속말이어야 하지만, 아지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근데 누구야?’

‘몰라? 우리과 동기잖아.’

‘그래? 이름이 뭔데?’

‘넌 어떻게 같은 과 동기 이름도 모르냐? 그러니까 이름이......이름이.......’

아지는 순간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은 기분을 느꼈다. 참다 못한 아지는대화가 들리지 않을 정도 거리까지 수연의 팔을 강제로 끌고 왔다.

“야, 아파! 놔! 왜 그러는데?!”

끌려가면 서도 수연이 억울하듯 따졌다.

마침내 대화가 들리지 않을 정도까지 오자, 아지는 다짜고짜 따졌다.

“우리 둘만 가는거 아니였어?!”

“무슨 소리야. 명색이 과 모임인데 우리 둘만 갈 리가 없잖아.”

무슨소리 하냐는 듯, 수연이 말했다.

“그거 말고. 왜 쟤네들까지 있는 거야?”

“뭐, 어때. 내 친구들인데. 그리고 동긴데 뭐 어때. 앞으로 마주치면 인사라도 해.”

수연이 어물쩡 넘어가려는 듯 킥킥 웃었다.

“아니면 나랑 둘이서 갈거라고 생각한거야?”

“어.”

당연하잖아. 아지는 대뜸 대답했다.

“말도 안 돼. 누가 보면 오해할거야. 안 그래도 요즘, 애들이 cc잡아낸다고 혈안인데.”

그렇게 말하고는, 수연이 어째선지 얼굴을 붉혔다.

“오해라도 일으키면 곤란하잖아. 너도.”

“흠. 하긴 큰일이지.”

아지는 수긍했다. 그러나 어째선지 수연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뭐가 큰일인데.”

“어, 아니야. 미안. 취소. 실수였어. 용서해줘.”

그제서야 아지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바로 사과했다.

“어쨋든 빨리 가자. 얼마 안남았어.”

“흐음...”

수연이 아지를 노려보았다. 아직 화가 안 풀렸는지, 미간이 찡그려져 있었다.

“오늘 하는거 보고.”

흥. 새침하게 말하고는, 수연은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하는 수 없이, 아지는 한숨을 푹 내쉬며 걸어갔다.

모임 장소인 고기집으로 가는 동안, 여자애들은 서로 대화상대를 붙잡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지는 대화상대가 없으므로 멍하니 걸었다. 그러다 아까 자신의 친구에게 아지에 대해 묻던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는 미안해.”

여자아이가 아까 일을 떠올렸는지, 사과하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뭘? 하고 물으려다 아지는 아까 일을 떠올렸다.

“어, 아니야. 다 내 존재감이 문제지 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아지는 멋쩍게 웃어보였다.

“근데.......미안한데 정말로 이름이 뭐야? 아, 기분나빠 하지는 마.”

여자애가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강아지.”

자기 이름을 말하면서도, 아지는 눈물이라도 흘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입학한지 2달이 지나서야 동기에게 이름을 알려주는 일은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였다.

여자애는 재밌다는 듯이 킥킥 웃으며,

“재밌는 별명이네. 근데 정말 이름이 뭐야?”

“어? 강아지.”

아지는 당연하다는 대답했다.

“그니까 이름.......”

“강아지.”

여자애느 슬슬 짜증남을 느꼈는지, 얼굴에 웃음을 지웠다.

“그러니까 이름이.......”

“아, 오해할까봐 말해두는데 걔 이름이 강아지야.”

아지가 뭔가 말하려는 찰나, 수연이 끼어들었다.

“이름이 강아지라고? 그러니까.......성이 강 씨고 이름이 아지?”

여자애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어. 웃긴 이름이지?”

이름을 가르쳐 줄때 마다 느낀 기분이라 이제 별 감흥도 없는지, 아지가 농담하듯 말했다.

그러자 여자애가 킥킥 웃었다. 동시에 수연을 제외한 다른 여자애들도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아지는 다시 한번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미안.”

아지의 표정을 읽고는, 여자애가 사과했다. 그러고는 문득 생각났는지 덧붙였다.

“근데 너 내 이름 알아?”

“..........”

아지의 말문이 막혔다.

제3자에게 들은 풍문이라도 있다면 끼워맞추기 라도 할텐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개탄스러워졌다.

“그럼 내 이름은?”

“나는?”

다른 여자애들이 재밌다는 듯이 물어왔다. 그 때문에 아지는 당혹감을 느껴야만 했다.

“미안.”

결국 순순히 인정하고야 말았다. 여자애들은 재밌다는 듯이 킥킥 웃어대기만 했다.

“야, 왜 애를 놀리고 그래?”

보다못한 수연이 끼여들었다.

“벌써부터 신랑 챙기는거야?”

여자애들이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 바람에 아지와 수연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장난하지마. 내가 이런애랑.”

수연이 당황했는지 변명하듯 말했다.

“거참, 이런애라 미안하네. 내가 죽을죄를 졌어.”

자존심이 상한듯, 아지가 얼굴을 찡그렸다.

“야, 뭐 장난으로 그런걸 가지고 그러냐!”

뭘 그런걸로 그러냐는 듯, 수연이 약간 큰소리쳤다. 그러나 아지의 기분은 나빠질대로 나빠진 후였기에 아지는 무시했다.

수연도 뭐라 궁시렁 거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여자애들은 괜시리 눈치만 살폈다.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내가 괜히 장난쳐서.......”

처음에 이름을 물어보았던 여자애가 사과했다.

“됐어. 너 때문에 그런거도 아닌데.”

아지의 말에 여자애들이 괜히 어깨를 움츠리며 긴장했다.

“다 저 아줌마 때문이지.”

그렇게 말하며, 아지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이것만큼은 참지 못하겠는지, 수연이 돌아보았다.

“뭐? 아줌마?”

“혼잣말이야. 혼잣말.”

진정하라는 투의 아지의 말에 수연이 그를 향해 노려보았다.

“너 나중에 둘만있을때 보자.”

아지는 혹시 잘못 들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여기지?”

한참을 걷던 수연이 멈추어서며 말했다.

[먹고가도돼지?]

수연의 뒤를 따라 아지는 고깃집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와.”

인상이 훤해 보이는 남자가 아지들을 반겼다. 아지는 그가 학회장인 것을 기억해냈다.

학회장이 수연들을 비워져있는 테이블로 안내했다. 그러고는 아지의 앞을 팔로 가로막았다.

“여자애들하고 마시는 것도 좋은데, 가끔은 남자들끼리 한잔 하는게 좋지 않겠어?”

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이 힐끗 보더니, 옆쪽 테이블을 가리켰다.

아지가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아지까지 총 6명, 그러나 분명 어색한 공기는 흐르고 있음에도 다들 불편한 기색은 들지 않았다.

아지는, 그제서야 회장의 의도를 눈치챘다. 친구들끼리 앉히는 것 보다는 선배들과 적절히 섞어 놓은 것이다.

“이름이 뭐니?”

정면에 마주보고 있던 머리띠를 쓴 선배가 아지에게 물어왔다.

“예. 강아지입니다.”

“아니, 별명말고.”

그러고는, 선배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제 이름이 강아지입니다. 성이 강씨에요.”

아지가 체념하듯 말했다.

그 말에 다른 사람들도 참기 힘들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는 피식 웃었다.

‘그래. 웃어라.’

“재밌는 이름이네. 아, 내 이름 모르지? 백승민이야.”

하고 승민이 소주병을 들었다.

“아, 예.”

의도를 알아챈 아지는, 바로 잔을 내밀었다.

“술 못하는거 아니지?”

아지가 따로 부정하지 않자, 승민이 잔에 소주를 가득 따랐다.

그가 마시려는 찰나,

“잠깐, 아직 마시지마. 좀있다가 선배제의부터 할거야.”

근처에 서있던 학회장이 그것을 제지했다.

괜히 머쓱해진 아지는 잔을 내려 놓았다.

올 사람은 다 왔다고 생각했는지, 학회장이 자신의 테이블에 앉았다. 언제 왔는지, 교수들도 자리에 앉아있었다.

“건배제의 하겠습니다.”

학부의 탄생년도부터 시작해, 작년에 있었던 큰 사건까지 언급한 회장은 잔을 높게 띄웠다.

“이번년도도 잘 지내길 바라며. 취업이든 뭐든, 다들 대학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길 바라며.....!”

학회장을 따라 아지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도 잔읗 올렸다.

“건배.”

한 테이블의 있던 사람들끼리, 일제히 잔을 부딪혔다.

잔을 들이키자, 강한 알코올성분이 몸에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크으~”

조금 전부터 굽고 있었던 삼겹살을 집어 먹으며, 승민이 입을 열었다.

“근데 너넨 요즘 뭐하고 사냐? 대학교 많이 달라졌어?”

“음........전 요즘 기타쳐요.”

그의 옆에 앉아있던 모자를 쓴, 남자애가 말했다.

“너가 승영이지? 동아리는 들었어?”

승민이 힐끗 보더니

“예. 기타동아리에 들었어요.”

“그럼. 너는 어때?”

승민이 이번엔 아지를 가리켰다.

“전 알바하는데요.”

아지는 대뜸 대답했다.

“다른건 안해? 취미 생활이라던가.”

승민이 의외라는 듯, 대답했다. 취미 생활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기 때문이다.

“가끔 쉬는 날에 방바닥긁는게 취미라면 취미죠.”

진심으로 놀라며 승민이 동정하듯 말했다.

“너 여자친구는 있니? 조금전에 같이 들어온 여자애들중에......”

뭔가 생각난듯, 승민이 말했다.

“없어요.”

“흠, 내가 너에게 이런말할 자격은 없지만 넌 일단 인생을 즐기는 편이 좋겠다. 뭐하면 여자 친구라도 사겨봐? 아까 애들 많더만.”

“글쎄요.”

아지는 어깨를 으쓱할뿐,

“뭐, 나도 가정형편이 그리 좋지 못해서 말이야. 그래서 알바하면서 틈틈이 이런거라도 위안을 삼고있지.”

하며, 승민이 주머니에서 종이다발을 꺼냈다. 흥미가 생겼는지, 테이블의 앉은 사람들 눈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보다시피 복권이야. 아참, 넌 하지마. 하라고 보여준거 아니니까. 이게 중독되면 못 끊는단 말이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종이 다발이라니, 새로 발견한 승민의 모습에 다들 놀란 눈치였다.

“뭐, 이런거라도 낙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지금까지 산 복권을 다합치면 몇백은 되겠지만. 하하”

그렇게 말하고는 승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삶의 낙’

아지는 승민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물론 복권에 빠질 생각은 없다. 자꾸 사다보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테니까.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저렇게 되겠지.’

그는 한숨을 쉬며 승민을 보았다. 어째선지 그에게 연민의 감정이 느껴졌다. 동시에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지는 술김인지, 어색하던 애들과 말도 트게 되었다. 폰번호도 주고 받았다. 연락을 하게 될 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길가다 만나면 인사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그 뒤는 핑핑 돌아가는 아지의 정신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갔다. 한명씩 교수들에게 인사도하고, 선배와도 잔을 기울이고, 여자애들과도 마시고나니, 머릿속 무언가가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는 어느시점에서 정신이 끊겼다.

잠에서 깨어난 아지는 누군가 두개골을 직접 때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심한 두통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어제.......’

그저서야 아지는 어제일을 떠올렸다. 다만 그뿐이었다. 술을 진탕 들이킨것 까지는 기억나지만, 그후로는 누군가 강제로 기억을 지우기라도 하듯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으응........”

흠칫, 누군가에 신음 소리에 아지는 저도 모르게 온몸의 털을 곤두세웠다. 그러고는 주변을 빠르게 훑는다.

“..........”

그것을 보고는, 말문이 막힌 아지는 멍하니 그것을 보고만 있었다.

정확히는 옆 자리, 아지가 자고있던 바로 옆자리에 수연이 웅크리고 있었다.

“야, 야.”

툭툭 쳐가며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끔씩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젓는 것을 제하고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째선지 더욱 두통이 세지는 것을 느끼며, 하는 수없이 아지는 방 구섞에 조그마한 냉장고를 열어 물을 들이켰다.

차가운 냉수가 들어가니 조금 머리가 깨어졌다. 그제서야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상적인 판단을 하게된 직후 실행한 것은 수연을 깨우는 일이었다.

“야, 야. 너 뭐야. 니가 왜 여기있어.”

역시 툭툭 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것을 아지는 직감했다.

순간, 머릿속으로 찬물이 생각났지만 그래서는 방이 더러워질뿐이다.

‘찬물보다 더 좋은게 있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지는 냉장고 윗켠에 따로 구비된 얼음박스를 열었다. 그리고는 그 중 하나를 집어 수연의 목에 댓다.

“우응.......”

뭔가 반응이 왔다. 하지만 그뿐이다.

‘버티는군. 하지만 그것도 지금뿐이다.’

킥킥 괜히 웃음을 지으며, 아지는 얼음을 잡고 목에 문질렀다.

“꺄악!”

수연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발버둥을 쳤다. 그 바람에 얼음을 놓친 아지는 손을 벗어난 얼음을 찾기위해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물방울 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찰나, 수연이 괴로운듯 자신의 몸을 끌어 앉았다.

“뭐, 뭐야. 어디 아파?”

“아니.,.....그게.......”

그제서야, 아지는 얼음의 행방을 눈치챘다.

‘설마........’

수연이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얼음을 빼려내려 했지만, 가뜩이나 옷을 껴입은 탓에 별 효과는 없는 듯 했다. 어제 모임이라고 옷을 신경써 온게 화근이었다.

“으읏...!!”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수연이 바지속에 집어넣은 윗옷들을 밖으로 꺼냈다. 그제서야 얼음이 빠져나왔다.

“후우.......”

얼음이 빠져나온 것을 확인하고는, 수연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찌릿, 수연이 아지를 노려보았다.

“미안. 실수였어.”

아지는 필요이상으로 손을 내저으며 변명했다. 그러나 실수라는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다.

“너........”

수연이 아지를 노려본채로 다가와 목을 졸랐다. 물론, 별로 힘은 들어가있지 않았다.

“얼마나 차가운지 알아? 너도 당해봐.”

그러고는, 그녀는 아지가 했던 방법대로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냈다.

아지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서 벽을 등졌다. 수연이 장난스레 웃으며 점점 다가왔다. 그의 눈에서 강렬한 의지가 느껴졌다.

‘포기해........’

병을 등진 아지는 도망치기위해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너도 느껴봐. 얼마나 차가운지.”

그녀의 포위망을 뚫는 것은 둘째치고 밖으로 나가기위해 문을 여는 시간보다 잡히는게 더 빠를 것 같았다.

“야,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

아지는 잘못을 빌듯 타일렀다. 그러나 그녀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런 말 듣고 포기할정도로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 할 것 같아?”

절대아니지. 아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어느정도 가까이 왔을찰나, 아지는 발치에있던 배개를 발로 찼다. 배게는 정확히 수연의 배에 맞았다. 발로 올리기만했으니 충격은 없을 것이다.

그녀가 당황하는 찰나, 아지는 재빨리 이불을 주워 수연에게 덮었다.

“야! 뭐야! 치워!”

물론 치울거면 덮지도 않았다. 수연이 당황하는 사이 아지는 재빨리 문을 열고 나가려했지만, 그녀가 건 태클에 맞고 바닥에 엎어졌다.

“으악!”

아지의 비명이 들리자, 자신의 태클이 성공했음을 직감한 수연은 재빠리 덮고있던 이불을 겉어내 그에게 도로 씌웠다.

“뭐, 뭐야!”

갑자기 이불이 자신에게 덮어지자, 아지는 당황했다. 다만, 수연은 만연의 웃음을 지으며 아지를 덮쳤다.

“크큭. 감히 네가 이 누님에게 기어오르려 하다니. 1억광년정도는 가뿐히 이르단다.”

“항복! 항복!”

아지는 재빨리 항복을 선언했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수연은 여기저기 주먹을 꽂았다.

장난으로 때리는지, 주먹자체는 세지 않지만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상태라 아무런 방어도 못해 생각보다 아프게 느껴졌다.

몇 대 더 때리고는 수연도 지치는지 멈추었다. 그녀가 숨을 고르쉬고는,

“자 항복이랬지?”

이불이 겉어진다. 아지는 눈을 빛낸다.

“내가 가만히 맞고만 있던것은........!”

그러고는 이불이 겉어지는 순간, 양팔로 이불을 반대로 밀었다.

“너를 당황하게 함 이였다!”

반대로, 이번엔 수연이 이불에 감싸졌다. 아지가 그녀가 했듯, 만연의 미소를 지으는 찰나,

“!”

아래에 묵직한 통증이 느꼈다. 그대로 아지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곳에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여자앞이라 체면은 지키려했으나 그렇다고 아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였다.

“야. 괜찮아? 많이 아파?”

생각보다 아지가 많이 아파하자, 수연이 오히려 당황해졌다. 그녀도 이렇게까지 아파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야, 잠깐 나봐.”

수연이 괜찮냐고 다독여주었지만, 솔직히 이상황에서는 별로 성가실 뿐이였다. 아지는 괜찮다는 뜻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야, 많이 아파? 자 천천히 숨쉬어봐.”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허리를 쳐주었다.

후우 후우.......그녀의 말을따라 아지는 천천히 숨을 쉬어본다. 그러자 조금 편해졌다.

“괜찮아? 진짜로 미안해.”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 수연이 두 손을 모아 사과했다.

“근데 그건 어디서 배운거야?”

아지가 궁금하다는 듯 말했다.

“뭐를? 아, 이거?”

무슨말을 하냐는 듯, 수연이 궁금해했지만, 곧 뜻을 알아차리고는 대답했다.

“어렸을때 친척동생이랑 놀다가 걷어찬적이 있는데, 엄마가 이렇게 하더라고. 그때 난리도 아니였지. 죽을 것 같다면서 울고불고. 지금도 친척동생이 애 못낳으면 책임지라고 농담 하기곤 해.”

“..........”

친척동생이 진심으로 말한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아지는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정말이지, 다시는 느끼고 싶지않은 고통이다.

“그러게 누가 덮치래?”

수연이 새침하게 쏘아붙이자, 아지는 괜히 할말이 없어졌다.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면 시작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거야.......근데 대체 너가 왜 내 집에 있는 건데.”

갑자기 근원적인 물음이 떠올랐다. 이런 중요한 걸 왜 지금까지 잊고 있었을까.

“뭐긴뭐야. 여기서 자고간거지.”

수연이 너무도 당당하게 말하니, 아지는 오히려 할말이 없어졌다.

“넌 다 큰 여자애가........”

“어휴. 니가 지금 그런말할 처지가 아닐텐데?”

수연의말에 아지는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꽐라되서 쓰러진 한심한 남자애를 챙긴게 어디사는 누군데?”

그러고는 한심하다는 듯, 수연이 아지를 위아래로 훑었다.

“아. 그래?.......잠깐, 뭐라고?”

뭔가 이상한 단어를 듣고는, 아지가 흠칫 했다.

“너 꽐라되서 내가 데려 왔다고 여기까지.”

“내가.....꽐라가 됬다고? 말도 안돼.”

아지는 인정하기 싫은듯, 따지듯 말했다.

“어휴. 뭣하면 애들한테 물어보던가. 너 완전히 개되가지고 날라다녔어.”

그 순간, 아지의 얼굴이 영악으로 물들었다.

“말도 안돼.......인정못해.”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멍하니 중얼거렸다.

“인정 못하면 어쩔거야? 적어도 교수들이나 애들은 기억할텐데.”

귀찮다는 듯, 수연이 하품을 하고는 말했다.

“교수? 교수들까지 봤다고?”

아지가 황급히 그녀를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어.”

최악이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평소에 코빼기도 안비치던 신입생이, 모임에서 개가 되다니.......! 사람들은 다들 뭐라고 생각할까.

“......났어.”

“뭐?”

“끝났다고.......난 이제 끝났어.......킥킥.”

아지는 멍하니 중얼거리며 킥킥 웃었다. 허탈한 나머지, 갑자기 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좋게 생각해. 적어도 재미는 있었으니까.”

수연의 말에 말에, 희망을 가지고 아지는 돌아보았다.

“학교 역사상 교수앞에서 노래부른건 네가 처음일걸?”

끄아악. 아지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야, 안먹어?”

툭툭, 흐트러지게 누워있는 아지의 엉덩이를 수연이 살짝 걷어찼다.

“.........”

그러나 대답이 아지의 없다.

“된장찌게 잘끓였는데 아깝다.”

그렇게 말하고는, 수연은 손수 끓인 된장찌개를 수저로 떠먹었다.

대답할 생각도 없는 아지였지만,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야, 근데 왜 니가 여기서 밥먹고 있냐?”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아지가 말했다.

“슬슬 학교갈 시간이니까 밥은 먹어야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수연이 말했다.

“아니, 집에서 걱정안해? 다 큰 여자가 외박하는데? 그리고 학생식당 있잖아.”

아지가 허탈해하며 말했다.

“좀전에 집에 전화했으니까 괜찮아. 너랑 같이 먹으려고 차린건데 뭘. 너도 먹어. 수업은 가야지.”

수연이 타이르듯 말했다.

“안가. 아니, 못가.”

“어휴. 뭐 어때. 이제와서. 그냥 눈 딱감고.......”

수연 그럴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너 같으면 가겠냐. 됐어. 너나가.”

생각하기도 싫은지, 아지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럼 밥이라도 먹어. 기껏 내가 손수 만들었는데. 나중에 다시 상차리면 너도 귀찮을 거어니야.”

수연이 체념하듯, 한숨을 쉬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아지가 벌떡 일어나 밥상에 앉았다.

어째선지 평소보다 반찬이 많다고 생각했더니, 못보던 된장찌개가 눈에 띄였다. 아지는 그제서야 수연이 끓였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한술 떠먹어보니, 시골된장의 맛이 흘러들어왔다. 그것을 수연이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아지가 아무말 없자, 수연은 다르게 해석했는지, 된장찌개를 자기 그릇앞으로 당기며,

“냉장고에 있던걸로 대충 끓인거야. 맛 없으면 먹지말든가.”

수연이 새침하게 쏘아붙였다.

“아니, 맛없다곤 안했는데.”

그렇게 말하며 아지가 도로 된장찌개를 끌어왔다. 대충 끓인 것 치고는 정성이 들어간 찌개라 장난이라도 맛없다고 할 수도 없을뿐더러, 실제로도 맛있는 편이다.

“됐거든?”

수연이 찌개를 다시 자신의 밥그릇 앞으로 당겼다. 아지가 그것을 도로 가져오기위해 찌개그릇을 젓가락으로 잡았지만, 수연이 아지의 젓가락을 맛았다.

하는 수 없이 아지는 한숨을 쉬며,

“알았어. 맛있어. 이제됬냐.”

내뱉었다. 그제서야 수연이 아지의 밥그릇 앞으로 찌개를 밀어 주었다.

“주면 주는대로 먹어.”

“네.”

밥을 먹는 동안에도 불안한듯, 수연이 시계를 힐끗힐끗 보았다. 마냥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식사가 끝나자, 아지가 치우기 위해 일어섰다. 그러자, 수연이 그것을 가로막으며,

“내가 치울테니까. 넌 씻고, 옷 좀 입어.”

훈계하듯 말했다.

“안 간다니까.”

무슨소리 하냐는 듯이 아지가 말했다.

“누가 가래? 됬으니까 씻고 옷 좀 갈아입어. 여자애가 놀러왔는데도 넌.......”

“여자애? 어디?”

아지는 괜히 능청을 떨었다.

“너.......두고보자.”

그러자 수연이 그를 노려보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아지는 약간의 통쾌함을 느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가 씻고 나오자, 수연이 미리 꺼낸 옷을 내밀었다.

“자, 입고 와.”

그는 순간 엄마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지만, 어리둥절 하면서도 일단 주는대로 입었다.

“근데, 집에 있을 건데 뭐하러 이렇게 튀는 옷을.......”

아지가 뭐라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자취방 문이 벌컥 열렸다.

“우리 왔어.”

열린 문으로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아, 승민선배, 승영아. 어서와.”

수연이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그들을 반겼다.

“후배자식이 빠져가지고 말이야. 감히 선배를 오게해?”

승민이 아지를 보고는 위엄을 잡듯 거만하게 말했다.

“무슨.......”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듯, 아지는 말끝을 흐렸다.

“뭐긴 뭐야. 너 데리러 온거지.”

승민과 같이들어온, 승영이 조심스레 말했다. 어제 술자리에서 전화번호를 교환한 것 뿐이라 아직 어색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벌써 씻은 것 같고, 옷도 입었으니 이제 학교로 가는 일만 남았군.”

승민이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다.

“네. 이제 가는일만 남았네요.”

수연이 맞장구를 쳤다. 그제서야 아지는 지금 상황을 이해했다.

“너.......”

아지가 노려보자, 수연이 쪼르르 승민의 뒤로 돌아가 숨었다. 그러고는 메~롱, 하며 혀를 삐쭉 내밀었다.

‘으.......두고보자더니, 이런식으로 보복하다니.......’

“선배, 저 오늘은 쉬려고.......”

승민과 승영이 다가오자, 아지가 필사적으로 변명하듯 말했다.

“우리가 왜 여기온줄 알면서 그런말 하는거야?”

그렇게 말하며 승영과 승민이 아지를 번쩍 들쳐 업었다. 상대가 선배다보니 저항하기도 쉽지않다.

학교근처까지 와서야 아지는 순순히 항복했다.

“내려주세요.”

아지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가서 내려줄게.”

“제가 걸을테니까 내려줘요.”

아지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승민이 그제서야 주변을 보았다. 지니가던 사람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뚫어져라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웃고 있었다.

정문을 지나자, 아지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결국 학교에 들어오고야 말았으니, 이제 강의실도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왜. 걱정돼? 어제일 때문에?”

그런 아지를 보며 승민이 장난스레 말을 걸었다.

“어, 선배는 기억하세요? 어땠는데요?”

아지는 그가 어제일을 기억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우면서도,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다.

“굉장했지.”

지나간 기억을 회상하듯, 승민이 눈을 감았다.

“적어도 재미는 있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 네가 바지를 벗으려 했을때는, 당황했지만.”

재미를 우선순위로 두는 그의 성격으로보아, 안심시키려는 승민의 말이 아지는 어째선지 별로 신용이 가지 않았다. 아니, 그전에

“바지요?”

아지가 놀라며 물었다.

“갑자기 벗으려 하던데?”

“.........”

최악이다. 아지는 그렇게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이사람들 몰래 튀어야 하지 않을까 진심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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