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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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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선녀이야기
글쓴이: 다키
작성일: 12-04-30 23:52 조회: 3,028 추천: 0 비추천: 0

마지막 부분이 맘에 안들어서


(뭐 다 맘에 안들고 그냥 1챕터를 위해서 학교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하는 맘이 굴뚝같습니다만 ㅜㅜ )


다 갈아엎으려고 지웟다가 급체해서 마지막 부분 마무리를 못 햇습니다....


게다가 날림으로 썻.... 부디 양해를 ㅜㅜ 속이 너무 쓰리네요 .....흐미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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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분명 기쁘고 명랑할 터인 새들의 노래사이로 새들의 한 끼 식사가 되어 조용히 사라지는 벌레들의 비명 소리가 귀속을 파고드는 것은 왜일까. 조용한 방안. 이불 안속의 따뜻한 온기를 가득 품고 놔주지 않으려고 꿈틀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확인하고 싶지 않다. 라는 나의 생각을 읽은 듯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옆구리를 붙잡고 볼로 가슴을 문대는 정체 모를 무언가. 일어나자마자 느낀 체중의 압박감에 숨이 막혀 오는 것도 버티면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쓰자 무시당한 것을 눈치 챈 듯 티셔츠를 쭉 잡아 당겨 올라와 어깨를 붙잡는다. 턱 아래로 느껴지는 따뜻한 숨결에 가려워 할 새도 없이 이어지는 가슴의 압박. 이미 늘어나 버린 티셔츠를 사이에 두고 느껴지는 심장 박동 소리에 잠이 달아나버렸다. 귓불이나 팔목에 뿌린 향수처럼 맥박에 맞추어 퍼지는 달콤한 냄새. 쇠를 두들길 때처럼 쾅쾅하고 울리는 내 심장 박동 소리를 승리의 나팔소리로 들은 것일까 어깨를 꽉 붙잡았던 두 손이 목에 매달린다.


‘더...더 이상은 안돼!!’

나무 위의 나무늘보처럼 익숙하게 내 몸에 달라붙은 무언가를 떨쳐내기 위해 오른손으로 이불을 날려버리고 외쳤다.


“ 신소유우우우우!!!!!! ”

유령처럼 정체를 알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이불에 매달린 채로 날아간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하늘 위를 달리는 비행기의 긴 꼬리처럼 하얀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 안녕히 주무셨어요 주인님. ”

두 눈으로 따라 잡기 힘든 빠른 스피드로 이불을 접은 채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소유를 따라 흑운처럼 풍성한 흑발이 가볍게 살랑거렸다.


‘ 주인님이라니.. 도대체 이건 또 무슨 상황이냐고.. ’

시선을 주는 것만으로도 무언가에 마음이 더럽혀 질 것 같다.


‘ 이..이런 눈으로 보면 안되겠지, 소유는 선녀니깐, 그리고 ...니깐 ’

죄의식을 느껴 흰 목을 스카프처럼 길게 가리는 소유의 아름다운 흑발에서 시선을 내리자 아침부터 꽤 위험한 영상이 들어온다. 붕대를 감은 것인지 타월을 두른 것인지 소유의 쇄골 아래부터 허벅지 안쪽까지가 무언가로 포장되어 있다. 아슬아슬하게 몸을 감싼 무언가의 끝부분이 축 늘어져 무릎 위로 떨어진다. 무릎 위에 떨어진 천의 끝자락이 굽혀 있던 무릎을 약간 펴 아까보다 편해 보이는 자세로 정좌한 소유를 따라 살랑살랑 흔들린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머리를 뒤흔드는 그릇된 생각을 따라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 소유의 흰 허벅지위에 내려앉은 ㅡ 세계를 멸망시킬 핵폭탄 보다 더 위협적인 ㅡ 천의 끝자락을 애써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 이..이게 뭐야! ”

새벽에 일어난 덕분에 굳은 몸에 감사하며 폐 안쪽까지 숨을 넣자 물음표를 가득 담아 얼린 듯 회색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타고 소유의 입술이 열렸다.


“ 날개옷으로 만든 에이프런입니다만. 주인님.. 마음에 맞지 않으십니까? ”

봉사정신이 투철한 메이드처럼 변한 소유의 말을 끊고 소리 쳤다.


“ 그...그 말은 지금 너...아...아..알..알몸 에이프런이란 소리잖아!!!!”

나도 모르게 흥분해 멋대로 내뱉은 말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아침부터 대체 뭐라고 말해버린거지.. 아..지금 당장 혀 깨물고 죽어버릴까.


“ 네. 주인님 마음에 맞지 않으시다면 당장 옷을 바꾸겠습니다. ”

훈수를 두어줄 때 처럼 묵묵하게 자신의 할 말을 마저 잇는 소유. 지칠 때까지 연료를 넣어주어도 끝까지 검은 연기만을 뿜어대는 고장난 기계처럼 멈추어 버린 뇌에서 제멋대로 말이 튀어 나온다.


“ 그게 무슨 알몸 에이프런이야! 그..그건 단순히 붕대를 묶어 몸을 압박한 거라고!!"

정상적인 말을 막고 튀어나온 것은, 알몸 에이프런과 사랑에 빠져 알몸 에이프런에 집착해 알몸 에이프런을 연구하고 알몸 에이프런에 인생을 바친 결과, 완벽한 알몸 에이프런이 아니면 만족 할 수 없게 된 변태의 발언. 방금 그 타이밍엔


너..진짜 선녀 맞아? 당장 원래 옷으로 바꿔 입어! ’

라고 말해야 하는 부분 이였잖아! 아아.. 자신의 무덤을 파고 죽은 어리석은 사내의 심정이 이랬으려나.. 소유 양 안녕히..전 죽음이라는 이름의 열기구를 타고 그 너머에 펼쳐진 신대륙을 찾으러 떠나겠습니다..


“ 어라...? 분명 그 책에서는 이렇게 생겼었는데? ”

자신 없다는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방금까지의 쿨한 표정을 지우고 당황한 표정을 드러낸다.


“ 무슨 책인데? ”

당황한 표정과 함께 허둥대며 이불 밑을 뒤져 책을 찾아내곤 조심조심 페이지를 넘기는 소유. 이 위치에서 내려다보면 무언가가 보일 것 같아 시선을 줄 수 없는 소유의 에이프런과 어지러진 이불에 가려 무슨 책인지 보이지 않는다. 책에 집중해 벌꿀통에 빠진 아기곰같은 소유의 모습을 보고 있자 어디 선가 불어온 불안감에 온 몸이 넝쿨처럼 휘감겼다.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다시 한번 질문 하려는 순간 에헴! 에헴! 하는 헛기침 소리가 들린다. 중요한 연구 결과를 방송매체를 통해 발표 중인 박사나 된 것처럼 헛기침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물론 그 위엄 있는 표정 아래로는 선녀의 날개옷을 붕대와 비슷한 질감, 생김새로 만들고 그것으로 자신의 몸을 묶은 후 그것을 알몸 에이프런이라고 우기고 있는 소유양이 있었지만 말입니다.


“ 봐! 이 책에는 분명히 이렇게 그려져 있어! 앞뒤로! 이걸 그대로 복사해낸 거란 말이야! ”


‘ 역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아아아앗!!!!! ’

소유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두 손에서 얇은 책을 전력으로 강탈했다. 부들 부들 떨며 왜 소유가 저런 우스꽝스런 모습이였는지 알아차린 날


‘ 정말 잘 복사했구나! 엄청난걸? ’

하고 마음 속으로 감탄하고 있는 것이라 착각 했는지 책을 빼앗겨 허전해진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어서 칭찬해줘! 포즈를 잡는다. 물론 칭찬해줄리 없지.


“ 이 책 어디서 난거냐아아아앗!! ”

칭찬대신 악을 가득 담아 전력으로 전개하는 마법을 제로 거리에서 쏠테니 움직이지 말아줘~ 포즈를 취했다.


“ 아..그 책? 그게 어디서 난 거냐면....”


“ 말 하지마아아아아아앗!!!!!!! ”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듯 해맑은 미소로 내 질문에 답하려는 소유의 입을 틀어막고

애꿎은 책만 툭툭 쳤다. 소유가 찾아낸 책은 원래라면 특정한 날 특정한 시각에만 열리는 비밀 던전처럼 잘 숨겨져 보관되어 있을 터인데 어떻게 찾아낸 걸까. 당장이라도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들어버렸다간 그것 말고 다른 것도 찾아 냈어~ 하며 보여 줄것같아 차마 물어 볼 수 없었다. 이 일은 죽을 때까지 물어 보지 않을 거다.


“ 너 말야.. 선녀가 이런 책 봐도 되는거야? ”


“ 응 아무 상관 없는 걸? 그건 단지 코스프레 책일 뿐이잖아? 제목도 ”


“ 말!! 하지마아아아아앗!!!!!!!!!!!!!” 그건 단순한 코스프레 책이 아니란 말이야!

허억 허억 하고 가쁘게 숨을 내 뱉는 폐 위의 가슴을 타고 진땀이 주르륵 하고 흘러내린다.

무더운 여름을 방불케 하는 방안의 더위에 북극곰의 처지가 이해될 무렵 눈앞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을 가볍게 뛰어 넘을 악랄한 순진함으로 무장한 선녀가 입을 열었다.


“ 왜 그렇게 땀 흘리는 거야? 더워? 시원하게 해줄까? ”

아슬아슬한 에이프런의 끝부분을 늘려 부채 모양으로 만들고 손에 쥐는 소유.


“ 더워서 땀 흘리는 거 아니야!! 그리고 늘릴 수 있었다면 처음부터 늘리란 말야! ”


“뭘 모르는 구나. 그런 짓을 해버렸다간 리얼리티가 죽어버린다구. ”


“ 모르는 건 너야! 뭘 자랑스럽게 말하는 거야! 죽어버리는 건 내 마음이란 말이다! 애초에 이상하잖아? 묘한 옷을 입고 묘한 표정을 지은 채로 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진 밖에 없

는 책이라고! ”


“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는걸? 그럼 알몸 에이프런 쿨데레 메이드는 싫은 거야? ”


“ 편식을 하는 아이에게 싫어하는 음식을 물어보듯 가볍게 취향을 물어보지 마!! “

나도 모르게 흥분해 크게 입을 벌리고 소리 쳐 열린 입 안속 울대뼈에 한기가 달라 붙었다.

길가에 떨어진 막대사탕에 들러 붙는 개미떼처럼 울대뼈에 들러 붙은 한기의 예상 근원지인 방 문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흥분한 수소처럼 맹렬한 기세로 콧김을 뿜으며 도약하기 위해 발을 구르는 여동생님의 모습이 보인다.


‘ 문 열려있었던거냐아아앗!! ’

삼키려던 침이 목안에서 얼어붙고 지진계에 붙은 종이처럼 몸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내 곁에 있는 소유를 곁눈질로 한번 훓더니 내 몸의 떨림에 공명하듯 덜덜 떠는 여동생님. 물론 난 온 몸. 여동생님께선 주먹만을 부들부들 떨으셨지만 말입니다.

아들의 머리위에 놓인 사과를 노려보는 로빈 훗 처럼 과녁 인듯한 내 머리를 쳐다보며 발을 구르는 여동생님.


“ 월하야...지...진정해애애애앳!!!!!!! ”

그런 여동생님에게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침대 위에 올라와 있는 머리와 바닥과의 간격을 재며 항복 의사를 전하자


“ 진정 할 수 있겠냐 이 변태오빠가!!! 당장 죽-------------------어버려어엇!!!!”

하는 소리와 함께 덩크슛으로 전국 농구를 재패할 기세로 뛰어 오른 여동생님의 부드럽고 흰 발이 볼을 강타. 전신이 마비되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침대 위에 대 자로 쓰러졌다. 고통으로 폐가 숨을 쉬는 것을 잊었는지 목 끝 에서 숨이 턱하고 막힌다. 파랗게 질린 얼굴로 목을 감싸고 필사적으로 숨을 쉬려 노력하는 날 향해 여동생님의 정권이 명치 안으로 휩쓸려 들어왔다.


‘ 병 주고 약 주는 거냐!! ’

그렇게 외치려는 날 붙잡는 월하의 싸늘한 시선이 여동생과 나 사이의 먹이 사슬 관계를 재인식시킨다. 불합리하고 슬픈 현실에 눈물을 흘릴 새도 없이 한번 써버린 발 대신 주먹을 장전 하는 여동생님. 이대로라면 내 방이 피비린내 나는 범죄 현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대로 죽긴 싫어! 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어색한 영업용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 고...고마워..”

하고 말하자


“ 여동생의 발차기를 맞고 파랗게 질려가면서 까지 좋아하다니...게다가 고맙다고...? ”

여동생님께선 아까의 흥분된 표정대신 감기에 걸린 듯 붉게 물든 뺨을 감싼 채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 역시 나 무언가에 눈 떠버릴지도.. ”


“ 응? 뭐라고 했어? ”

신호가 바뀐 신호등처럼 과격 모드에서 청순가련 모드로 바뀐 월하를 보고 짧은 한숨으로 뭉친 긴장을 풀자 무방비 상태인 날 향해 소유의 직구가 날아 들어온다.


“ 그럼 이번에도 사랑을 느끼지 못한 거야? 이건 사랑이 아니야? ”


“으아아악!! ”

1km밖에서도 겨냥한 목표를 정확하게 저격하는 스나이퍼처럼 월하의 발이 옆구리에 박힌다. 백문이 불여일견. 선로를 이탈한 열차처럼 원래는 늑골이 있어야 할 자리에 월하의 오른발이 꽂혀 몇 번이나 깊숙이 몸 안속을 파고드는 무지막지한 고통을 느끼며,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옛 사자성어가 한 치도 틀리지 않았음을 몸으로 배웠다.


‘ 조금이라도 더 깊숙이 박히면 부러지겠지 분명히. ’

뱀에 물린 허벅지를 꽉 조였을 때처럼 흉부를 압박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자 고장나버린 신호등처럼 경악 슬픔 분노를 한꺼번에 드러낸 월하의 입이 열렸다.


“ 사랑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역시 오빠에겐 매가 약인거구나.. 후후 ”

옆구리에 박힌 월하의 발을 잡고 발버둥쳐봤지만 월요일 아침에 느긋하게 침대에서 누워지내려는 것만큼이나 쓸데없는 일이였다. 옆구리에 박힌 발은 하늘위에 별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월하의 말과 함께 점점 깊숙이 파고들어왔다.


“ 소..소유야!! 그...그건 사랑이 크헉....아니...크허어억! 야! 크아아아아악!! ”


“ 죽어! 죽어! 죽어버려어엇!!!! ”

여동생의 발길질로 인한 충격에 옆 방 화장실의 타일이 떨어져 깨지는 소리와 함께 흐릿해져가는 시선은 소유가 입은 에이프런의 끝자락에서....검은색으로 덧칠되어 버렸다.


첫 번째 이야기 ( 시간이 없네요....그냥 띄어쓰기 안하겟습니다 ㅜㅜ 부디 봐주세요 ㅜㅜ )


“ 내일 나랑 같이 반딧불이 보러 산에 가지 않을래? ”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

왼손으로 쥐고 있던 핸드폰을 어깨와 볼 사이에 끼어 놓고 방에 들어와 문을 닫자 약간 뜨거운 휴대폰 액정화면을 통해 에헴 하는 기침 소리가 들린다.

“ 반딧불이 보러 산에 가자는 소리야. ”

“ 그건 알지만 지금 그 산에 반딧불이랑 같이 야생 멧돼지도 출몰해서 출입금지잖아.”

“ 내일 너희 집 앞 사거리에서 기다릴게 ”

“ 내 말 듣고는 있는 거야? 그 산은 야생동물 보호구역, 사람은 관계자외 출.입.금.지.구.역.이라고! ”

끝의 출입금지구역를 힘주어서 말한 내가 우습다는 듯

“천하의 윤새라님께서 너희 집 앞까지 가주겠다고 말하고 있는거라고? ....싫은 거야? ”

천하의 를 강조하면서 잠깐 뜸을 들이고 마지막 말을 덧붙인다. 세상물정 모르는 아가씨같

이 귀여운 말투였지만 그 속에 담긴 진짜 뜻은 십중팔구 거절하면 죽어. 일거다.

“ 지금 싫다고 한게 아니잖아 ! 제발 내 말에 좀 귀 기울이란 말야! ”

“ 그래? 그럼 내일 가자 분명 아름다울 거야 반딧불이.. ”

“ 아름답겠지! 하지만 그전에 내 말부터 들으라고! 학교에서도 산이 출입금지가 된 것에 대한 가정 통신문 나왔잖아! 학교 이사장의 딸인 너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

“ 아아~ 난 피곤한건 질색인 성격이라 가정 통신문은 받자마자 쓰레기통 직행이야. ”

“ 너희 아버지 아시면 우셔! 분명히 우신다고! ”

" 그래서 싫어? 반딧불이를 보러 나랑 산에 가기 싫다는 소리로 받아들여도 되는거지? “

아버지 애기는 터부인걸까 갑작스럽게 싸늘해진 새라의 목소리에 말을 더듬거리고 말았다.

“ 아니 그런게 아니라...” 당황한 날 무시하고 능청스럽게 입을 여는 새라.

“그럼 싫지는 않은 거네? ”

“ 간다고 해도 출입금지인 산에는 어떻게 들어갈껀데. ”

소꿉친구의 재촉에 지쳐 패전 기사처럼 초라한 목소리로 물어보자

“그정도는 학교 이사장인 아빠의 힘을 조금만 쓰면 간단해. 일단 그 산도 학교의 일부고. ”

방금전까지의 싸늘한 목소리를 지우고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아버지를 들먹인다. 갑작스럽게 전화를 걸어 온 것이나 아버지의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마구 쓰는 모습이 방망이를 도깨비도 보고 질릴 정도다.

“ 아빠의 권력을 멋대로 남용하지 말라고! 그리고 남용하면서 자랑스럽게 말하지마! ”

아.. 그렇다고 도깨비처럼 생겼다는 말은 아니고 단순하게 도깨비처럼. 아니 도깨비보다 무섭단 소리지만.

“ 싫지는 않은 거지? ”

새라가 도깨비보다 무섭단 것은 둘째치고 이쯤 되면 내 의사 따윈 상관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소꿉친구의 어릴 적 나쁜 습관이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은 것에 탄식하며 머리를 아무렇게나 헝크러트리고 답했다.

“ 싫지는 않은데...”

‘ 싫지는 않지만....결정적으로 내가 귀찮아.’

하고 덧붙이려는 순간 전화줄을 손으로 꼬아 잡아 당기는 듯 지지직거리는 새라의 목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귀끝을 간질인다.

“ 그럼 결정이네. 내일 기다릴테니깐 나와. ”

“ 아니 잠깐만! 그렇게 막무가내로! 갑자기 왜 그래? ”

“ 그럼 내일 봐~ ”

마지막 말과 함께 뚝하고 끊긴 휴대폰을 움켜지고 침대에 털썩 하고 쓰러졌다.

“ 아아..귀찮아..여전히 제멋대로잖아 그녀석. "

다시 전화해 항의를 해볼까 하고 왼손에 걸린 약간 색이 바랜 검정색 휴대폰을 물끄러미 쳐 다 보자 툭하고 왼손에서 휴대폰이 떨어진다.

‘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더 휘둘렀다고 이렇게 되다니.. 그건 그렇고... 덕분에 내일은 더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 ’

방금전까지 목도를 쥐느라 굳어진 손목을 몇차례 흔들어 스트레칭 하고 침대에 쓰러진채로 벽에 걸린 달력에 시선을 두자 졸음이 밀려든다.

‘ 이런 상태로 항의하는 건 무리야... ’

방금전까지 밝은 태양처럼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새라에 대한 불만이 익숙하게 온몸에 퍼진 피곤이 뭉쳐 짙어진 먹구름에 가려 희미해졌다. 글라스에 와인을 따르듯 흘러들어오는 피곤에 몸이 이리 저리 뒤틀린다.

‘ 한 시간 정도 더 땀을 흘렸다고 바로 몸에 이렇게 나타나면 안된다고.. 꼭 강해져야 하는데.. 꼭 강해져서...‘

희미해진것도 잠시. 먹구름에 가렸던 붉은 석양이 번져버린 수채화처럼 마음속 먹구름을 붉게 물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구름은 사라지지 않고 짙어지더니, 이윽고 비가 되어 가슴을 두드린다. 머릿속을 장식하던 화창한 날씨를 비웃듯 질척질척 눈을 때리는 비를 피해 눈을 감자 거짓말처럼 잠의 세계에 이끌려 들어가고 말았다.


ㅡ “ ......!! 날 버리고 가버리는 거야? ”

“ 아니? 이렇게 귀여운 승일이를 놓고 .....가 떠나버릴리 없잖니. ”

“ 거짓말! ”

“ 거짓말이 아니야. ......랑은 아주 잠시 동안만 못 보는 것 뿐이야. ......랑은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어. ”

“ 진짜야...? 언제...? 언제 만날수있는데...? ”

“ 글쎄...? 우리 귀여운 승일이가 강해질때일까나...? ”

“ 그럼 약속..! ”

“ 승일이답지 않게 꽤 고집스러운걸? 그럼 ......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 ”ㅡ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불어와 이마를 간질이는 새벽바람.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기분 좋은 바람에 취해 감겼던 눈꺼풀이 스르륵 열렸다.

“ 지금 몇시지..? ”

누군가 덮어준 듯 잘 정돈된 이불을 살짝 걷어내 머리맡을 더듬자 휴대폰의 모서리가 손 끝에 닿았다. 그대로 쓱 하고 휴대폰을 낚아채 일어나자 사자의 갈기처럼 기세 등등하게 뻗친 머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뻗친 머리를 긁적이며 휴대폰을 열자 바깥 풍경과 완전히 똑같은, 해가 뜨기 전 새벽을 그린 독특한 배경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 그대로 6~7시간 정도 자버린건가? ’

새벽 4시를 가리키는 화면 속 시간을 쳐다보며 방금까지 잔 시간을 헤아리고 있을 새도 없이,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찬 바람이 마른 몸을 쓱하고 훓더니 옆구리로 빠져나간다. 등허리를 스치는 찬 바람 덕분에 어젯밤 일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 하아 ”

창문을 닫고 등을 쭉 편 상태로 몸이 가볍게 한차례 부르르 떨어 준비 운동을 한다. 굳은 몸에 매일같이 엄습하던 졸음과 피곤대신 포장지처럼 몸을 전부 감싸는 상쾌함에 저절로 볼의 긴장이 풀어진다.

‘ 오케이...이걸로 준비완료....! ’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최후의 점검을 마친 후 약간 싸늘한 방안을 무대로 마음만은 라이브 속 락 밴드의 보컬처럼 싸늘한 방안을 뜨겁게 불태울 기세로, 소리를 죽이고 울부짖었다.

‘ 윤새라아아아아아아앗! ’

마음속으로만 소리친 것이 불만스러운 듯 뻐끔거리는 입을 두 손으로 막고 한 차례 호흡으로 부풀어오른 불만을 가라 앉힌다. 분명 맞은 편 방에선 여동생님께서 주무시고 계실 터. 이 자리에서 입을 크게 열어 불만을 토해냈다간 5초 내로 관자놀이에 여동생의 발등이 박혀 별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 분명 새벽의 별은 매력적이겠지만 별은 가능하면 천체망원경으로만 보고 싶다고.. ’

머릿속에 그려 보는 것만으로 온 몸의 털이 위아래로 춤을 추는 끔찍한 상상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 당장은 송곳처럼 몸을 찌르는 이 추위가 먼저다. 창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지랑이처럼 맴돌며 지금 막 침대에서 나온 몸을 괴롭히는 한기를 버티기에 입고 있는 티셔츠 한 장은 있으나마나, 턱없이 부족하다.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처럼 흔들리는 시야 한켠에 어젯밤 방에 들어와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어 놓은 외투가 들어온다.

‘ 저거라도... ’

느릿느릿 걸어가 축 늘어진 모습이 어쩐지 한심스러운 겉옷을 걸치자 한결 추위가 가셨다. 동면 도중 깨버린 곰처럼 추위가 가시자마자 침대로 다시 기어들어가려는 몸을 붙잡고 졸린 눈을 비비자, 감긴 태엽 오르골의 태엽을 돌린 것처럼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하품.

“ 윤새라... 그렇게 나왔다 이거지.. ”

하품을 마친 입이 오페라의 아리아처럼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동시에 우연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질기고 질긴 소꿉친구와의 악연을 잠시 동안 떨쳐 버릴 수 있는 좋은 생각이 머릿속을 헤엄친다.

“ 역시 검밖에 없나. 휴우.. ”

어렸을 적부터 배운 검도. 눈을 감으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잡았던 투박한 목도의 감촉이 두 손 가득 생생하게 쥐어질 정도로 친숙하다.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딱 적당한 유흥. 아침부터 검을 잡을 생각을 하니 골목길에 버티고 선 조그만 꼬마 악동처럼 장난스러운 미소가 입가에 걸리고 저절로 몸이 가벼워졌다. 그대로 몸을 돌려 문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직진. 아침 공기에 뻣뻣하게 굳은 문고리를 오른손으로 천천히 돌려 방문을 나섰다.


~


우리 집 앞에는 도장이 하나 있다. 동네 체육관 정도의 크기에 거리는 도장과 집을 연결하는 바깥 복도에서 스무 걸음 정도. 외관은 전통 한옥을 모델로 한 도장의 높이는 처마에 걸린 태양이 밑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기가 힘들 정도로 꽤 높다. 지어져 있는 것만으로 주위의 이목을 손쉽게 끄는 이 도장은 지금은 해외에 계신 아버지가 지어 놓은 것이다.

‘ 덕분에 이곳에서 나는 아버지에게 검도를, 여동생은 호신술을 배울 수 있었지만 이게 없었더라면 월하가 난폭해지지 않았겠지... ’

사실 월하의 성격은 호신술을 배워서 변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무심코 그런 생각을 머리에 담으니 기분이 더욱 우울해졌다.

“ 뭐 됐나. ”

고슴도치처럼 삐죽 삐죽 가시 돋친 마음을 정리하고 도장의 문을 밀었다. 평소와 같이 드르륵하고 지면 위를 덜컹거리는 소리. 안에 들어와 문을 다시 닫자 시멘트 위를 나무로 덧댄 도장의 벽에 걸린 목도가 눈에 들어온다. 창문을 타고 들어온 햇빛의 경계선을 넘고는 눈에 들어온 목도를 익숙한 솜씨로 양손에 쥐었다.

“ 오~ 평소보다 훨씬 가벼워 ”

휘잉.

가볍게 한차례 휘두르자 아침에 일어나 새라에 대해 불평 했던 것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목도를 들어 상단으로 똑바로 베어 올리려던 찰나

“ 나비? ”

창문 끝에서 나비가 엿보였다.

“ 3월엔 아직 이르지 않나? ”

아까보다 서쪽으로 조금 더 다가온 햇빛 속에 갇히기라도 한 것처럼 다른 곳에는 가지 않고 내 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온다.

“ 역시 추운건가 "

햇빛을 받아 빛나는 노란 날개를 흔들며 다가오는 모습은 날고 있다기보다는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큭큭...푸하하하! "

그런 나비의 모습에 소꿉친구의 모습이 겹쳐 웃음이 터져 나왔다.

“ 추운데도 밖에 나와서 날개를 자랑할 필요 없다구.. ”

정말이지... 완전히 독불장군 욕심쟁이 새라 그 자체잖아..

“ 아! ”

그런 내 웃음을 무례하다고 생각한걸까. 나비는 다시 창문으로 휙 날아가버렸다.

‘ 상당히 프라이드가 높은 나비잖아. 그런 부분까지 닮은 건가? ’

“ 그나저나 지금 몇 시지? 슬슬 월하가.... ” 깨어날 시간인데. 이런 내 생각에 맞추어,

높고 가는 고음의 소프라노 소리가 쿵 쿵 하고 울리는 발소리와 그에 맞추어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의 비명과 삼중주를 이루며 귀를 찔렀다.

“야! 이승일! 빨리 와서 밥 먹어! ”

아름답고 고운 목소리였지만 하나 문제가 있다.

“야! 오빠라고 부르랬지! ”

정확하고 간단하게 진단을 내리자면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내가 왜 너같은 걸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건데!”

목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도장의 문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세차게 열린다.

“ 아아..됐어 지금 갈테니깐 가서 기다려 ”

목도를 어깨위에 올려두고 시선을 주자 짜증난 표정의 여동생이 눈에 들어왔다. 툴툴대는 말투, 방금 일어난 것처럼 찡그린 표정과는 다르게 반듯하게 다림질한 교복위로 미끄러져 흘러내리는 긴 생머리가 돋보여 인정하긴 싫지만 솔직히 아름답다. 지붕위에 쌓인 눈 위를 걷는 검은 고양이처럼 길고 가는 눈썹이 돋보이는 백사장처럼 흰 이복구비. 약간 위로 올라간 눈썹 아래로 방금 날아간 나비가 보았더라면 주저 없이 빠져들었을 여동생의 짙은 초콜릿색 눈동자가 초조하게 머뭇거린다. 떨리는 시선을 따라 잘 가꾸어진 장미처럼 짙은 붉은 색으로 서서히 달아오르는 두 볼. 한 번에 화악 달아오르지 않고 물이 담긴 주전자가 천천히 끓어오르는 것처럼 시선을 받을 때마다 살짝 살짝 붉어져온다. 붉어진 볼을 따라 생크림처럼 흰 코가 움찔움찔 거린다.

‘ 왜...왜 이래? ’

머릿속에 맴도는 ㅡ 여동생의 볼이 내 시선을 받아 빨개진 것 같다는 ㅡ 기분 나쁜 착각을 가볍게 무시하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단정하게 차려 입은 붉은색 교복위로 학교에서 지정해준 갈색 가디건이 눈에 들어온다. 보푸라기가 일어나기 쉬운 종류의 면으로 만들어 졌을 터인데 잘 세탁해 볕에 말린 것인지 깔끔한 갈색 가디건 위로 검은 머리카락에 가려 부분 부분 이름을 드러낸 명찰과 학교의 상징인 장미 문양, 그리고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것 치고는 꽤 부풀어 자극적인 가슴에 시선을 흘리자 어디선가 다가온 흉흉한 오라에 전신이 가볍게 비명을 내질렀다.

‘ 어..어쩔수 없잖아.. 이건 본능이라고.. ’

기분 나쁜 오라를 떨쳐내 다시 시선을 내리자 얇은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내 눈빛을 의식한듯 신경질적으로 떠는 다리를 따라 짧은 스커트의 선정적인 춤이 자극적으로 망막에 새겨진다. 망막에서 스커트를 지워버리기도 전에 하얀 살결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아직 다 안 자란 어린 나무의 밑동처럼 얇은 정강이에 달라 붙어 있는 검정색 니삭스가 머릿속에 들어와 혼란을 가속 시킨다. 오래 동안 입어서 늘어난 걸까 니삭스 밑으로 살짝씩 비치는 눈처럼 흰 살결에 배덕감을 느끼며 쳐다보고 있자

“ 우...왓! ”

오른쪽 옆구리를 정확하게 노리고 무릎이 날아왔다. 무릎의 정중앙 밑부분으로 어설프게 날아오는게 아닌 이종 격투기 선수처럼 날렵하게 허리를 틀고 그 반동을 이용해 튕기듯이 무릎을 비스듬하게 꺾어 타격하려는 것이 공포스럽다.

“ 너 뭐하는거야아아앗!! ㅡ 크헉 ”

맞으면 최소 전치 1~2주. 제대로 맞으면 늑골에 금이 가 부러질 듯한 프로의 니킥을 왼쪽으로 허리를 틀어 피하고 날아가며 깨달았다. 왼쪽 옆구리가 비었었다는 걸. 어금니를 꽉 깨물고 오른발을 지지대 삼아 왼발로는 페인트 니킥을, 페인트에 속아 넘어간걸 확인한후 왼발을 다시 투구를 할 때처럼 길게 내려 뻗어 몸의 균형을 되찾고는 꽉 쥔 왼손은 ㅡ 가다듬은 머리카락만큼이나 단정하게 ㅡ 옆구리 사이에 붙이고 오른손으로는 손등을 아래로 향한 채 가볍게 정권을 지르는 여동생님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담아 째려볼새도, 고통의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날아가 도장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유리 벽에 박혔다.

“ 아침부터 왜 발정한 눈빛으로 쳐다 보는 거야?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

‘ 잠깐 쳐다본것가지고 발정한 눈빛이라니.......잠깐....때리는 건 그렇다 쳐도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

옆구리를 싸매고 끙끙대는 나에게 더러운 오물을 쳐다볼때의 눈빛을 보내는 것을 눈치 채고 소리 쳤다.

“ 야...이월하!! ”

가쁜 숨을 느끼며 날아갈 때 손에서 놓친 목도를 지팡이 삼아 일어난다.

“ 왜? ”

사죄를 예상했던 내 기대를 깨버리는 허무한 한 마디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 내가 너를 상대로 발정한 눈빛을 보낼리 없잖아! ”

조절 되지 않는 호흡에 벅차 거칠게 말을 내뱉자 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정강이가 날아온다.

‘ 에...? 나 왜 맞는거야..? 게다가 때린 곳을 또 때리다니...!! ’

“ 이게 어디서 눈을 부라려! ”

“ 죄송...합니다..같..은 곳..을 또 때..리는 건 봐주..세요..켁! ”

힘이 풀려 놓친 목도를 주워 친절하게 내 명치 위로 가져다 주시는 여동생님.

“ 왜..화내는 거야..”

몸의 중심점에 목도가 꽂혀 일어서지 못하고 흐물거리는 나를 보며 화난 표정을 짓는 여동생님의 모습에 낫을 들고 생사를 저울질하는 저승 사자가 겹쳐진다.

“ 내가 언제 화내고 있다고 그래! ”

금빛 갈기를 자랑하며 포효하는 초원위의 사자처럼 기세등등하게 내뱉은 말과는 달리 긴장한듯 붉어진 뺨이 가을의 붉은 단풍 같았다.

“나..난 단지 아침부터 여동생을 상대로 발정한 발정기 오빠를 때려줬을 뿐이야!!”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내 명치에 목도대신 발을 올려놓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닿는 면적이 적고 뭉툭해 깔린 채로 말하는 게 힘든 목도대신, 닿는 면적이 넓어 한결 큰 소리 치기 편한 여동생의 니삭스에 감사하며 소리 쳤다.

“ 아까부터 발정한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잖냐! 여동생을 상대로 발정하는 오빠따위 이세상에 있을리 없다고! ”

‘ 잠깐...근데 나 지금 뭐에 감사한거야? 내가 변태가 된다면 그건 전부 다 너 때문이야! ’

이런 내 생각을 읽은걸까

“ 부정하지마 변태! 죽어! 죽어! 죽어어엇!! ”

몸을 웅크릴 새도 없이 거친 발길질이 날아온다. 최대한 아플것같은 곳만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여동생님의 발길질에 본능을 뛰어넘어 나와 월하 둘 다 무언가 위험하지만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지에 각각 다다르려는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관자놀이를 강타하는 월하의 발을 타고 고막을 때렸다.

“ 아침부터 사이 좋네? ”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신이 난 소꿉친구의 한마디에 여린 코 끝에 검은 그림자가 물들었다. 한 눈 팔고 있다간 정신을 잃을지도 모르는 극심한 격통에 기절하지 않기 위해 월하의 발가락 개수를 세고 있자

“ 사.이.안.좋.아!!! ”

하는 여동생님의 외침이 들린다.

‘ 그런 궁색한 변명을 할 때의 목소리 말고 좀 더 릴렉스한 목소리로 말해도 된다고.. ’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막혔다. 건강해보이는 월하의 분홍 입술보다 더 진한 핑크색 팬티에. 변명을 하느라 발을 내리는 것도 잊은 건지 발을 올려 노출된 핑크색 팬티. 엄청나게 자극적이다.

“흐응~? 그런 것 치곤 니 오라버니는 무지 기쁜 얼굴인데? ”

느긋한 목소리가 코 끝에 걸쳐진 검은 그림자가 붉은색으로 물드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달아오른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동생의 날카로운 시선이 새라의 손가락 끝에서 내 얼굴로 향하는 게 느껴졌다.

“ 어쩔수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팬티라니!) 나에게는 무지 강한 자극이라고! ”

“아앗 나왔다 변태 발언! ”

“ 핫..! 오빠는 이런게 (=여동생에게 맞는게) 좋아..? ”

“ (팬티는..) 싫...싫지는 않아... 단언컨대 이런 걸 (= 팬티) 싫어할 남자는 이세상엔 없어! ”

“ 그래...? 그럼 앞으로도 자주 이렇게 (때려) 해줄게..”

머뭇 머뭇 하는 눈빛으로 나를 훓으며

왠지 기쁜듯이 말씀하시는 여동생님. 전신이 흉기이신 여동생님의 폭탄 발언에 여동생님의 발 아래에 조용히 깔린 전신이 숟가락 위에서 이리 저리 춤을 추는 푸딩처럼 양 옆으로 한 차례 들썩인다.

‘ 뭐...라고 대답하면 되는겁니까...? 고마워.. 앞으로도 팬티 잘 볼게...하지만 난 핑크색보단 푸른색이 더 좋아 ? ’

여동생의 변태 데뷔 발언에 머릿속이 뒤죽박죽. 무언가 일정한 절차도 없이 변태로 데뷔해버린 여동생님에게 깜짝 놀란 나머지 표정이 아까의 기쁜 표정 그대로 굳어버렸다.

영원 같은 5초간의 정적. 남이 보면 메두사와 눈이라도 마주친 걸로 착각할 정도로 단단히 굳어버린 나와 월하 사이로 새라가 만능 해결사 같이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끼어든다. 팔짱을 낀 채로 문가에 기대고 드러낸 여유로운 표정이 이 상황을 모두에게 해피한 엔딩으로 타개해주리라 하는 내 기대를 한껏 부풀린다. 기대로 가득 찬 내 마음속과는 정반대로 파랗게 질린 내 얼굴을 보고 기쁜 표정을 짓는 새라양. 내 표정을 관찰 하는 새라의 얼굴에 산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지을 법한 행복한 미소가 가득 담긴다. 그런 행복한 미소도 잠시, 할 말을 다 생각해냈다는 듯이 ㅡ 아직 아무도 칠하지 않은 캔버스처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고 싶어지는 ㅡ 하얀 새라의 얼굴에 다시 차분함이 감돌았다. 떠다니는 구름을 붙잡아 문지른 듯 부드러운 턱선을 따라 활짝 핀 벚꽃의 잎처럼 연분홍빛으로 떨리는 입술에서 유리세공처럼 가녀린 숨이 흘러나온다. 흘러나온 숨을 따라 월하가 입은 것과 같은 디자인의 붉은 교복이 위아래로 들썩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볍게 들썩인 교복을 따라 새라의 볼이 채색이 덜된 사과 그림처럼 살짝 발그레해졌다. 바람에 이리 저리 휘날리는 황금빛 보리처럼 햇빛에 물든 갈색 머리카락을 목덜미에서 바르게 정돈하며 약간 뜸을 들이는 새라.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나고 마침내 새라의 입이 열렸다.

“ 흐음 분홍색 팬티가 취향이였다니....의외네 후훗 ”

“ 으아아아아아아아악!!!! ”

‘ 팬티 색깔은 어떻게 알아 챈거야!!!!! 그 위치에선 안 보일텐데!! 설마 내 눈동자 속에 반사된 월하의 팬티를 본 건가!!?! ’

ㅡ 아.. 무언가 놀라는 부분이 틀린 것 같다면 분명히 착각입니다. 네 착각이예요. ㅡ

좋아하는 아이가 가지고 있던 장난감을 빼앗고 대신 자신의 장난감을 건네는 꼬마 아이처럼 내 입가에 머물던 미소를 빼앗아 가더니 대신 마리아나 해구보다 깊은 절망을 새기는 새라. 절망적인 상황에 내려온 새라의 썩은 동아줄을 구원의 빛으로 보고 붙잡았던게 화근이였다. 새라의 말에 나사가 하나 빠진 표정으로 천천히 시선을 자신의 치마 끝자락으로 옮기는 여동생님. 월하의 굳은 표정을 보고 있자 정글 속을 기어다니는 독사를 만났을때처럼 전신의 피가 빠져 나가는 감각이 온 몸을 타고 넘실거린다. 소악마처럼 즐거운 미소를 짓는 소꿉친구를 무시하고 치마 끝자락에 시선을 고정 시킨채 그 자리에 얼어 버린 여동생님에게 잘 길러져 달리는 것밖에 모르는 준마처럼 순수한 눈빛을 보내자,

오빤 아무 잘못 없어. 오빠는 누워 있기만 했으니깐. 잘못이 있다면 무방비하게 발을 든 내 잘못이지. 하는 따스함과 내 망상으로 가득 찬 여동생님의 용서 대신

“ 변태! 그냥 죽어! 빨리 죽어! 죽어버려어어엇!! ”

약간 변형된 저주가 담긴 말버릇과 함께 얼어붙었던 몸의 심지까지 분노로 전부 태워버린 여동생님의 발레리나처럼 끝이 날카롭게 세워진 발이 날아왔다.

‘ 아파! 아프다고! 아까의 철권이나 평소의 엘보우보다 더 아파! ’

누워있던 내 몸에 우박처럼 거침 없이 쏟아지는 발길질을 맞으며, 이 발길질에는 분명 부당한 분노가 담겨있다고 확신했다.

“ 난..크억!! 그냥...!! 누워...크악!! 있...크아아아악!! 었..!! ” 을뿐이라고오오오옷!!


~


대로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7시 정각. 그 이후로 어떤 일이 일어났냐고 자세하게 묘사해달라고 묻는다면 -이 책의 수위를 생각해- 내 대답은 당연히 노코멘트다. 노코멘트라고 해서 약간 유감스러운 내 친구와 여러분들이 자주 얘기하는 사망 플래그가 주인공의 죽음으로 회수되는 일은 아쉽게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안심하시길. ㅡ 그래도 궁금해 할 여러분을 위해 그 이후의 일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여동생과 입 안에서 내장이 튀어나오는 묘기를 엄청난 기세로 연습해 아침을 새하얗게 불태웠을 뿐이다. ㅡ 교복을 약간 편하게 풀어 입고 거실을 넘어 주방에 당당히 들어서자 여동생과 소꿉친구의 부담스러운 시선이 온 몸을 찌른다. 부담스러운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아픈 옆구리를 붙잡고 말했다.

“ 아아...진짜 너무 아파 ”

말을 들은 동시에 흥미를 잃은 듯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 위를 맴돌았다. 반성은 했니? 하고 묻는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엄한 표정을 짓고 허공 위를 맴도는 시선의 근원지인 눈동자 속을 들여다보자, 유리구슬처럼 깨끗한 눈동자 속에 담겨 있는 것은 감옥 속에서도 여전히 완전 범죄를 계획하는 범죄자의 기분 나쁜 눈빛. 팬티가 보여 졌단 이유만으로 날 짓밟고 여전히 태평스런 여동생과 모든 것을 다 알면서도 내가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며 즐기기 위해 여동생을 부추긴 소꿉친구에게서 시선을 떼고 감옥에 들어간 친구와 면회를 할 때처럼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괴로운 표정과 함께 과학실의 전신 인체 모형처럼 삐걱대는 몸을 의자에 앉히자 여동생의 싸늘한 눈빛이 안쓰러움과 동정이 섞인 눈빛으로 바뀐다.

‘ 온 몸을 향해 내리꽂히던 발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변명을 했던 것과 아까 실행한 작전이 잘 통한건가...후훗.. ’

우리 집 먹이 사슬 최상위에서 군림하시는 여동생님의 기분이 풀리셨다는 것에 벅찬 가슴을 앞머리를 매만지는 것으로 진정시키고, 기쁨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슬픈 표정의 여동생을 지긋이 바라보자 굳게 다문 월하의 입이 열린다.

“ 의자...너무 불쌍해.. ”

진심이 어린 월하의 말에 의자에서 고꾸라졌다.

“ 너...!! 진짜 너무 하잖아!! 의자 말고 나를 불쌍히 여기라고!! ”

“ 시끄러워 쓰레기. ”

방금 내가 건 태클과는 도저히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말을 가볍게 내뱉는 월하.

“ 너 말이야!! 내 가슴은 너 소유의 개인 사격 연습장이 아니란 말야!! ”

입에서 꺼낸 말만큼이나 무시무시한 표정이 된 월하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반론하자,

“ 시끄러워. 여동생의 팬티를 훔쳐보고 최고로 발정하는 우주 최강의 변.태.쓰.레.기 ”

“ 끄엑 ”

반론을 거부하는 여동생님의 욕이 날아온다. 도둑의 침입에 따라 점차 경고의 소리를 높이는 도난경보기처럼 차가운 월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그만 혀를 씹어버리고 말았다. 반박할 말을 생각해 낼 수도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여동생님의 살기가 따가운 햇살처럼 온 몸에 쏟아졌다. 그 살기를 피하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우물쭈물 하자 둘 사이에 끼어있던 새라가 조심스럽게 여동생에게 말을 건넨다.

“그렇게 오빠가 보기 싫으면 가도 돼 월하야. 맡겨줘. 변태 오빠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

아니. 새라가 한 말에 대한 태클은 일단 재쳐 두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는 문장은 취소. 잽싸게 도망 다니는 설원위의 흰 토끼처럼 은근히 약을 올리는 말투와 더불어 일순간 새라의 얼굴에서 링 위에서 리타이어 된 상대 선수에게 놓치지 않고 오른팔을 들어 클린 히트로 연결시키려는 노련한 권투 선수의 표정이 엿보였다.

“ 언니도 참~ 그건 무.리.야 언니 혼자 여.동.생.에게 발정한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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