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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연금소녀
글쓴이: 백사향
작성일: 12-02-15 23:55 조회: 3,879 추천: 0 비추천: 0

1.
주기율표 11족 6주기에 속하는 구리족 원소로 원소기호는 Au, 원자량 196.97g/mol, 녹는점 1064.18℃, 끓는점 2856℃, 밀도는 19.3g/cm3.

2.
"왜? 내가 어째서 이렇게 쓸 만한 애를 치료 해 줘야 하는건데?"
아야의 다음 말은 듣고 싶지 않았었다.
"게다가 '무보수' 로 일을 시켜먹을 수 있다고?"
아야의 말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렀다.
"뭐야? 이제와서 너에게 양심이 남아있었다는 헛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꼴불견이라고 개돼지야."
단지 말 뿐만이 아닌 것이다. 아야의 눈은 비릿하게 감겨있었고 입술 끝이 미묘하게 떨림을 보였다. 나를 업신여기고 있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야의 성질을 돋굴 뿐이라는걸 알면서도 말 하지 않고는 스스로가 견뎌낼 수 없었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계속 해봐."
나의 중얼거림에 아야의 표정은 '경멸'로 바뀌어갔다. 잘 다려진 옷에 주름이 생길정도로 힘껏 팔짱을 끼고는 매와 같은 눈으로 내 입술만을 노려보았다.
"허튼 소리라면 이빨을 꿰메버리겠어."
툭 던지는 말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무서웠다. 짧은 교복 주머니에서 재봉바늘을 꺼내 살펴보는 행위는 나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준비였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아야만큼은 변명의 여지없이 예고한 것을 실행으로 옮길 게 분명했다.
내 이빨이 꿰메질 각오를 하고 변명을 해야만 했다.
"사람의 생명을... 황금과 비교 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물론 목숨이란 살아가면서 벌어들이는 금전적 이득과 사회 발전의 이윤을 고려해서 값을 매길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고 그것이 객관적이

라 하더라도 사람들을 만나면서 주는 행복, 기쁨, 사랑 등의 감정은 값으로 매길 수 없어."
"그래서?"
"인권이라는 것이 비록 사람들의 도덕성과 원활한 사회활동을 위해 책정된 가치관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동물들의 사회에서도 죽어가는 동족을 무시하고 내팽개

치는 일은 전례가 없어. 서로 보듬어주고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거야."
"그래서?"
"하물며 사람이 되어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세상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게 될 거야.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야 이 썩어빠진놈아! 닥치고 결론을 말해."
아야는 성큼성큼 다가와 나의 얼굴을 후려쳤다. 아야의 작은 주먹은 너무나도 단단해서 내 잇몸을 단숨에 무너뜨려 버렸다.
"컥..."
코와 입에서 동시에 피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눈 앞에는 아야가 서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인상을 구긴 채로, 여전히 내 입술을 노려보고 있었다.
"사... 살려줘."
"누구를?"
"그녀를."
아야의 입에서는 한숨이 푸욱 흘러나왔다. 멸시가 담겨있긴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주었다.
"알겠어. 그러니까 쓰레기 가득찬 종량제 봉투처럼 쓰러져 있지 말고 후딱 일어나."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아야의 손이 교복 상의 주머니를 뒤적거렸고 그 사이에 나는 재빨리 일어나 곁으로 다가갔다.
"멍청아. 이빨 부러졌어?"
"어? 아, 어... 응."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고칠래 때울래?"
"...고칠래."
"응. 그럼 일단 넌 나중에 다시 나한테 와."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야는 여전히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고 힐끗 나를 쳐다보는게 전부였다. 내가 마주 바라보자 순식간에 환멸감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었

다.
"웃지 마 바보야."
아야의 말에 입가로 손을 가져갔다. 그다지 웃고 있지는 않았다.
"나 웃지 않..."
"아, 찾았다."
아야는 내 말을 끊으며 외치고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냈다. 찝찝한 기분이 되었지만 말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아서 일단 주머니에서 꺼낸 것을 바라봤다.
아야의 손가락 사이에 들린 것은 작다고 할 수 없는 상당한 크기의 황금 조각이었다. 황홀한 기분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고 고운 빛이 흘렀다. 무심코 손을 뻗고

말았지만 매정한 아야의 손바닥이 내 손등을 찰싹 후려쳤다.
후려친 것 치고는 좀 쎄서 손등이 벌겋게 퉁퉁 부었다.
"아파."
"탐욕이 흘러 넘치는 눈동자로 무슨 말을 하는거야? 침 질질 흘리지 말고 꺼져."
아야의 손이 내 가슴을 밀쳤다. 그저 멋쩍게 아야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황금에 먹혔으니까' 이해는 하는데, 용인은 못해."
"알면 약하게 때려도 되잖아."
"버릇 나빠져."
아야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이녀석도 버릇이 나빴겠지."
그리고 손에 들린 황금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영롱한 때깔의 황금 조각, 그것은 아야의 가슴을 지나 허리, 다리, 발에 이르러 결국 마지막으로 '그녀'의 몸에 닿았다.
우리들의 사이에 눕혀져 있던 한 명의 소녀, 그녀의 가슴에 마치 황금이 빨려들듯 쏙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그 직후, 황금빛으로 가득 찬 소녀의 눈이 번쩍 뜨여졌고... 곱게 다물어져 있던 입이 쩍 벌어지며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허공으로 토해내기 시작했다.
"넌 황금에 먹혔었지? 이 계집애는 '무엇에게 먹혔을까?'"
정말로 참을 수 없이 기막히다는 듯이, 딱하다는 듯이, 미련스럽다는 듯이 아야의 얼굴엔 가련하다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조금만 참으면 될 것을..."
아야의 혼잣말이 다시금 나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엄마... 아빠..."
소녀의 입에서는 더 이상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토해져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처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녀의 꾹 감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를 도와주세요. 사랑 해 주세요. 바라 봐 주세요. 여기에 있는데... 어딜 보고 계시는 거예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공으로 토해져 나왔던 무언가가 한 지점으로 급속히 압축되었다.
"준비해."
"아, 알겠어."
아야의 양 손이 교복 상의 안주머니로 쑥 들어갔다. 나는 다급히 바닥에 뉘여놓았던 소녀를 끌어안고 '허공의 무언가'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엄마... 아빠... 나 추워요. 가슴속이, 심장이 얼어붙을것만 같아요. 꼭 안아주세요. 그 열기에 녹아도 좋으니... 저를..."
"꺄아악!"
"아야!"
갑작스런 비명이 등 뒤에서 터져나왔다. 분명한 아야의 목소리였다. 높은 고음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뒤흔들었다.
"죽었어?!"
"안 죽었어 얼간아! 빨리 도망치기나 해!"
뒷통수에 뭔가가 날아와서 퍽 하고 부딪쳤다. 아야의 학교 구두였다. 그리고 나머지 한 짝도 날아와서 고개를 돌려 드러난 관자놀이에 명중했다.
기절 할 뻔 했다.
"위험하다고!"
"쌤통이다 맹추야!"
아야는 소리지르면서 킥킥 웃었다. 나를 괴롭히는게 좋은건지 내가 괴로워해서 좋은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우선은 아야가 나에게 무언가를 던져도 명중하지

않을 거리까지 도망치기로 했다.
그런데 아야가 던진 구두에 맞았을 때 잠깐 비틀거렸던 탓인지 품 안에 껴안고 있던 소녀가 움찔거리며 나를 끌어안았다. 아야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풍채의 가

슴이 굉장한 압력으로 압박해왔다. 긴 머리카락에서는 향긋한 샴푸 냄새가 풍겼다.
"따뜻해... 누구...? 아빠 냄새가 아니야? 혼 날 텐데..."
소녀는 또다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황금빛에 가득 찬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나를 살피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혼 날 거야... 무서워... 아빠... 엄마... 화 내지 말아주세요."
소녀의 입술이 덜덜 떨렸다. 입술 뿐만 아니라 손, 어깨, 다리, 온 몸이 경련했다.
'무언가'를 무서워 하고 있었다.
"꺄악!"
다시금 아야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까 전 보다 훨씬 멀어진 느낌이었다. 충분히 도망 쳐 온 걸까?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바라보았다.
"......어?"
이게... 뭐지?

아야의 교복은 외형이 독특했다. 상의가 흰 색이고 하의는 흑색이기 때문에 멀리서 보더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 아야의 모습이 손톱만하게 보일 정

도였으니, 아마도 충분히 멀리 온 것 같았다.
그런데, 아야의 앞에는 손바닥 만한 크기의 '사람처럼 생긴 물체'가 있었다.
그것은 언뜻 바라보면 남자처럼 보이기도 했으며 생각을 달리 해서 바라보면 여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처럼 보이기도 했고, '어머니'처럼 보이기도 했다.
쉽게 말하면 '부모님'처럼 보였다.
"엄마... 아빠... 용서 해 주세요... 저는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저는 사랑받고 싶었어요. 저를 걱정 해 주는지 알고 싶었어요."
소녀가 입술을 달싹였다.
"어째서 전화 한 통 없으셨던 건가요? 어째서 그리 쉽게 잠드실 수 있으셨나요? 제가 사라졌는데,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소식이 끊어졌는데, 당신에게 사랑받

기 원하는 딸이 없어져 버렸는데!"
소녀의 목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쏟아졌다. 벌어진 입술 틈새로 '무언가'가 계속해서 토해져 나오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이라도 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주실 수는 없으셨나요!"
비명이 괴성으로, 오열로 변해갔다. 눈동자에선 황금빛 눈물이 흘러내렸고 바닥에 떨어진 눈물은 황금 조각으로 변해갔다. 그만큼 소녀의 눈동자에서 반짝이는

황금빛은 점차 어두워졌다.
"막아! 뭔 짓을 해서든 더 이상 감정 기복이 없도록 막으라고!"
놀라서 바라본 아야는 이제 더욱 더 거대해진 '부모'형상과 싸우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맞서 싸울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에게로 향하는 부모 형상

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나보고 뭘 하라는 말이야?
"멍텅구리 같으니라고! 달래주면 될 것 아냐! 그리고 '이게' 뭔지 알아내!"
이 와중에도 아야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나에게 한눈을 팔고 있다가 거대한 부모 형상이 휘두른 발길질에 차여 순식간에 내가 피신해온 코 앞 까

지 튕겨져 날아왔다.
"아야... 진짜 죽은 건 아니지?"
"아, 몰라. 죽을 거 같아."
태평스럽게 턱을 괴고 엎드려서는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는 아야, 온 몸이 무쇠라도 이건 불가능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수십미터는 활공한 것 같은데.
"아마도 한 10분 정도밖에 더 못 버틸 것 같은데."
"그, 그럼 어떻게 되는데?"
"그거야 당연히... 아... 맞아, 당사자는 이 순간의 기억이 없지?"
아야는 무심한 눈길로 내 품에 안긴 소녀를 바라보고는... 목에 손을 가져가서 휘두르는 시늉을 해 보였다.
"뇌사."
너무도 간단히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잠시 이해를 하지 못했다.
"뭐, 뭐어...?"
"고추참치 같으니라고, 귀가 안 달린거야 청각이 죽은거야? 뇌사라고 뇌사. 무슨 말인지 몰라? 뇌가 죽는다고."
"아, 아니, 그, 그건 알겠지만... 뇌사...?"
나는 멍청하게 다시 한번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그럼 어떡해?"
"병아리오줌아! 그렇게 안 되도록 막아야 할 거 아냐!"
아야는 벌떡 일어나서 내 머리를 철썩 때렸다.
"지금 나는 저 '계집애를 먹은 무언가'를 억지로 밖으로 꺼내놓은거란 말이야! 그냥 놔 뒀어도 저 애는 침식당해서 자아를 잃었어! 하, 차라리 그게 통제하기는

쉽지. 원하는 것만 가져다 주면 말을 잘 듣거든! 그런데 지금은 아니란 말야. 억지로 꺼내놓은거여서 무리를 해서라도 원래 들어있었던 몸 안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뇌세포가 사멸하는데... 이런 걸 너한테 말해줘도 알아듣지도 못하겠지? 말을 말자 말어."
아야는 진심으로 답답한듯 가슴을 두들겼다. 하지만,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다시 못 들어가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아야는 황금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소녀의 몸 밖에서 강제로 분리시켰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밖으로 꺼내 놓는다면...
"그래서, 밖에서 저걸 없에버리면 되는 거 아냐?"
아야는, 그 순간 나로써도 처음 보는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쉬웠으면 이렇게 내가 맞고 날아다니겠어?"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저걸 사람의 몸 안에서 빼낼 수 있었던 건 '황금'이라는 물질의 연금학적 특성 때문이야. 황금은 순수하고 완전하지. 반면 저 괴상한건 '이물질'이란 말이야. 그

렇기 때문에 황금을 사람의 몸 안에 집어넣으면 다른 무엇보다도 순결한 황금이 감정, 인식, 자아, 의식 등 모든것을 순간적이지만 몽땅 날려버려. 저 이물질도

마찬가지로."
"하지만 얘는 방금 말을 했는데..."
"황금은 생명의 빛이지. 이상이고 지향점이야. 하지만 반면에 욕망의 절정이기도 해. 그 황금이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갔을 때 단순히 인사불성으로 만드는게 아니

라 감추어진 욕망을 불어일으키고 충족시키기 위해 마음을 뒤흔들어. 그때에 발생하는 현상이 실체화... 너도 봤지? 이상한 것들이 뭉쳐서 저렇게 변하는거."
아야가 등 뒤를 가리켰다. 그것은 거대한 몸을 이끌고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중이었다. 정확히는, 내 품 안의 소녀만을 바라보며.
아야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결국 저건 네가 안고있는 녀석과 본질이 같은거라고. 실체화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허상이라서... 저걸 없에는건 지금은 불가능하긴 하지만, 만약 없엔다면 네가

안고 있는 계집애는 정신병자가 되어버릴걸? 분명 어딘가 하나가 엉망이 되어서, 나사빠진 기계처럼 덜컥덜컥하고, 그렇게 살아가게 될 거야."
그걸로 좋아? 라는 듯한 시선을, 아야는 나에게 보냈다.
당연히... 그런 건 물어 볼 필요도 없는 일이잖아.
최악이다. 그런 결말은 절대 싫다.
"그러니까."
아야는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계집애의 '욕망'이 뭔지 알아야 해. 분명 혼잣말을 중얼거렸을거야. 너도 그랬거든."
아니, 그 말은 생략해줘.
"말하자면 저것은 외부로 표출된 욕망. 그러니 새로운 욕망, 혹은 만족감을 주게 된다면 외부의 욕망은 단절되어 버리지. 그러면 실체도 흐려 질 테고, 없에버리

더라도 당사자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없어."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뜻이지?"
"물론."
아야는 다시금 교복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이번엔 교복 치마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아야의 시선이 등 뒤까지 바짝 붙은 '소녀의 어떠한 욕망이 실체화 된 부

모'형상을 향했다.
"이제 9분 남았어. 이 시간, 말해두는데 내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거든? 그러니까 빨리 해결 못하면 나중에 내가 널 없에버릴거야."
아주아주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씀하신 아야님은 주머니에서 손을 빼내고는, 그 작은 두 손에 쥐인 각각의 시침같은 황금 조각을 달려오는 부모 형상

에게 집어던졌다.
그러자 멀어져서 보이지 조차 않게 된 굉장히 작은 황금 시침은, 아마도 부모 형상의 몸 어딘가에 꽂혔을 것이고... 움직임을 정지시켜 버렸다.
"이 황금... 나중에 네가 다 갚아."
아야의 일침은 짧고도 거대했다.
만약 저런 방법으로 지금껏 부모 형상과 싸워 왔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황금이 사용된 거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평생 일해도 갚지 못할 것 같다.
"이, 이봐! 저기, 너... 내 말 들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소녀의 마음을 채워넣어야 한다. 아야는 어떠한 방법을 써서든 해결하라고 했다. 기억도 없을거라고 했으니까...
부모님에 대한 불만.
소녀가 바랬던 부모님의 상像.
그녀의 쓸쓸하다 못해 아프기까지 했던 혼잣말들...
아마도... 소녀는...
"내 말이 들리니?"
"...누구...?"
소녀는 나에게서 그 '무언가'를 찾는 듯, 기대하는 듯 고개를 스르륵 돌렸다.
그 기대에 부응해야만 했다.
어떤 방법으로든.
"처음 봤을 때 부터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저와 사귀어 주세요."
소녀의 눈빛이 작지만 흔들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밀어붙여야 할 것 같아!
"평생 당신만을 바라보며, 당신만을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결혼 해 주세요!"
"어엇... 어머..."
소녀는 "어쩜 좋지..."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눈동자를 움직여 온전히 나만을 눈 안 가득 담았다.
통한 건가...? 멀리서 아야의 비명소리가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때 소녀는 생긋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럼... 뽀뽀 해 줄 수 있어?"
......뭐?
"야!"
아야가 소리쳤다.
"너 하면 죽는다!"
"나, 나보고 어쩌라고?!"
네가 달래주라고 했잖아!
"아 몰라! 아무튼 죽인다! 죽일거야! 이거보다 먼저 너 죽일거라고!"
"하, 하지만... 우웁!"
순간 입술에 따뜻하고 부드럽고 촉촉한... 그리고 달콤한 무언가가 곂쳐졌다.
"으아아아아! 빌어먹을! 너 죽을 각오해!"
아야가 발작하듯 날뛰었다. 나는 무심결에 소녀를 꼭 끌어안았다. 가까워진 소녀의 눈동자가 스르르 감겼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아주 잠시동안의 입맞춤이 끝나고 소녀는 기절하듯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죽을 준비 됬지?"
등 뒤에서 무언가 엄청난 것이 아주 굉장히 거대하고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째서인지 아야의 흥분된 목소리가 더욱 크게 귓가에 들렸고,
그 후 나는 아야에게 목이 졸려 순식간에 기절하고 말았다.

흐려지는 시야 너머로 서서히 사라져 가는 부모 형상의 '욕망'이 보였다.
일단... 어떻게든 된 거 구나.
다행이라면서, 안심하면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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