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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우주소녀는 고교야구로 지구를 구한다
글쓴이: Sugar
작성일: 12-02-15 23:36 조회: 4,010 추천: 0 비추천: 0

프롤로그

- 몸은 절대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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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말 투 아웃.

투 스크라이크 쓰리 볼.

뜨거운 열기도 마치 살아진 듯 그토록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관객들조차 숨을 죽이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 이 공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숨을 몰아 쉰다.

볼을 쥐고 있는 나의 손은 또다시 땀으로 범벅이었다.

송진가루를 바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래,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이 순간이 가지는 무게가 무겁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타자는 나를 잡아 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내가 쥐고 있는 볼이겠지만···.

적어도···, 확실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눈빛 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것들에 비한다면 말이야.

“으아아···!!”

어깨에서부터 발끝까지 내려오며 느껴지는 미세한 근육의 뒤틀림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베스트볼(Best Ball)'

지금까지 던졌던 수많은 투구중에서도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스트라이크!!!”

그렇지 않을 수가 없지. 타자의 배트는 허공을 가르고 마치 빨려 들어 가듯 볼이 미트 속으로 들어갔다. 오로지 심판의 외침만이 조용한 경기장에서 울려 퍼졌다.

전율이 느껴졌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완벽한 투구였다.

“와아아ㅡㅡㅡ!!!”

관중의 환호성 그리고 작렬하는 태양을 향해 포수, 현진이 볼을 하늘 높이 들었다.

나는 부르르 떨리는 두 팔을 바라보았다.

이 두 손이···.

“민수야!!”

그리고 우리가···.

“우승이다!!!”

아아····. 결국 저질러 버린 거다···.

우리의 마지막 여름.

한 소녀가 더그아웃에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에메랄드빛의 단발머리. 그리고 눈동자는 그보다 더 진한 청록(靑綠). 이국적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가 아는 그녀는 이국적의 한계를 넘어선 이계적인 소녀겠지만···.

어쨌든, 마치 모든 것이 예견 되어있었다는 모습으로. 그녀가 끄덕이는 고개에는 강렬한 믿음이 느껴졌다. 그래, 아무것도 없었던 야구부에 불현 듯 찾아와 매니저가 된 소녀.

그녀와의 만남이 우리들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그녀도 나도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지었······다.

····라는 청춘 드라마 따위 개나 줘버리라고!!!!!!!!

망했어··· 망한거야.

난 져야했단 말이야!!

난 영원히 벗어 날 수 없겠지···. 저 악마 같은 여자에게, 이렇게 또 내 청춘을 빼앗길게 분명해···!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그런 몸이 되어가고 있는거야···.

1막.

야구··· 좋아하세요?

아니요.

1막. 1장. 소녀는 야구와 함께.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어느새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나보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깜깜해져 있었다. 늦은 밤의 학교라···.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대외적으로도 확실히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다지 겁이 많은 편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어쩐지 모를 으스스한 기분에 가방을 뒤에서 앞으로 옮겨 메었다.

겨우 신학기가 시작되었지만 밤은 여전히 쌀쌀했다. 온도는 분명 봄이라고 보기보다 오히려 늦은 겨울에 가까울테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걷자 내 구두 소리가 묘한 울림으로 허공을 돌아 공기를 통해 파장으로 움직여 다시 내 귀에 꽂혔다.

또각, 또각, 또각.

···좀 전의 말은 취소.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무서워.

우리 학교 화단엔 두 그루에 벚꽃나무가 있다. 차라리 화려하게 많이 심던지 아니면 희귀하게 한 그루만 심는 게 보통이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미묘하게 어중간한 두 그루. 3층 복도를 걸어 반대쪽 계단을 향해 가고 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건 바람결에 떨어지는 벚꽃 꽃잎이었다. 청소당번이 대충 청소를 한 게 분명 한 듯 복도 창문 하나가 열려 그 곳으로 꽃잎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밤에 벚꽃을 본 적은 없는데···.

꽤 멋지구나.

하지만 이대로 놔뒀다가는 복도가 지저분해질 것 같아 나는 창문을 닫으려 손을 들었다.

그런데, 2학년 3반의 교실에서 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일까?

···아니다.

확실히 들린다. 나는 들었던 손을 멈추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완전히 몸이 굳어버려 꼼짝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란 녀석 실은 겁이 많았구나···. 제길.

바들 거리는 손을 겨우겨우 진정하고는 몸을 돌렸다. 이정도인데 창문을 닫을 힘 따위가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그냥 가버릴까?

분명 평상시의 나라면 그랬을 것이다. 절대로 그랬을거다. 괜한 호기심에 쓸데 없이 학교의 괴담 하나를 추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하하, 설마. 진짜라니까? 에에? 안 믿어?”

여자 목소리.

귓속에 정확히 들린 그 목소리.

사르륵, 벚꽃 나무가 흔들릴정도의 바람을 타고 교실 안에서 복도로 흘러나와 향기처럼 서서히 퍼뜨려지는 하이톤(High Tone)의 가녀린 소리. 그 목소리는 마치 귀에 꽂히듯 들려왔다. 단 한 번도 그런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게 내가 괴담 전설 하나를 추가시켜도 될 만큼의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정말로, 단지 여자 목소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냥 문을 밀고 들어가도 될까. 미닫이로 되어있는 교실 문을 한 번에 열면 그쪽에서 놀라진 않을까. 그리고 아직까지 잔재하고 있는 혹시나 모를 이세계의 존재물에 대한 걱정으로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괜찮다니까 글쎄. 잘 도착했어. 응, 응. 걱정안해도 돼.”

교실 안에서는 확실히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문을 잡은 손을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아주 조금만··· 열었다.

“아하하, 알고 있다니까. 응, 응, 하여간···. 뭐어~? 진짜?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혼자서도 괜찮아.”

나는 눈을 의심했다. 당연히 내 눈이다. 다른 그 누구의 눈도 아닌 자신의 눈을 스스로 의심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마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보는게 일반적이겠지. 하지만 난 그럴 수도 그럴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라면 아마도···.

분홍색.

음···, 맞아. 벚꽃의 잎 색깔 이라고 해야 할 까.

야심한 밤 문틈 사이로 본 교실 안의 소녀를 보며 어째서 벚꽃의 분홍을 떠올렸냐고 묻는다면 사실 조금 대답을 하기에 난감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유···,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니까. 이래서 미리 말하지 않고 온 거야. 응, 응. 괜한 생각하지말고. 그냥 둬요. 응? 잘 안들려. 응, 응, 그러니까······. 마미콩, 잠깐만.”

나는 아마도 지금 도망 갔어야했다.

남자에게는 언제나 중요란 타이밍이라는 녀석이 존재하는 법이다. 3년간 짝사랑하던 소녀에게 고백하려고 하던 그 당일 다른 녀석과 사귀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마냥, 3년이나 기다렸는데 왜 하필 그날이냔 말이야 라는 것처럼 신이라는 이름 뒷 편에 숨어있는 타이밍이란 어마어마한 녀석은 언제나 남자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분명 이때 도망갔어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콰르륵ㅡㅡ!

교실 문이 열렸다.

나는 아마도 지금 도망가야 할 타이밍이었겠으나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단어는 ‘도망’이라던지 ‘줄행랑’ 같은 것이 아닌 ‘분홍색’ 과 ‘레이스’ 였다.

닫는 걸 깜빡한 복도 창문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허리까지 길게 오는 에메랄드의 생머리. 하지만 이국적인 색감에 대한 놀라움보다는 머리카락에서 묘하게 흩날릴때마다 반짝거리는 윤기는 마치 비누거품의 표면을 보는 것처럼 시시각각으로 색이 변하는 것 같은 기분에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키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쭉 뻗은 다리는 매끈하고 새하얗다. 상당히 가냘픈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봉긋 솟아나 있는 가슴엔 귀여운 토끼 두 마리가 있었다.

매끈하다던지 새하얗다던지 혹은 봉긋이라던지 하는 단어들로만 나를 판단하면 꽤나 추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건 상상 혹은 망상으로 인한 나의 평가가 아닌 보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녀는.

‘속옷’ 차림이라는 말이다.

교실에서.

야심한 밤에.

어째서.

분홍색 레이스가 달린 토끼 그림이 그려진 속옷 바람으로 내 앞에 당당히 웃고 있을 수 있느냔 말이다.

“우아!!”

그녀의 얼굴이 바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치 튀어나갈 것 같은 모습으로 얼굴을 들이민 그녀는 내 앞으로 무언가를 꺼내었다.

“···응?”

그녀의 표정은 뭐랄까, 어두운 밤길에 사람을 만나는 반가움이라기보다는 책에서는 읽었지만 실제로는 처음 보는 동물원의 동물을 보게되서 기뻐하는 얼굴에 더 가까웠다.

“저기 말이야.”

“···응?”

“야구 좋아해?”

“···야···구?”

나는 그제야 내 앞에 꺼내 놓은 것이 야구공이라는 것을 알았다.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108번 바느질 되어있는 적색사가 모조리 트더져 상태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절대로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지만 그래도 야구공임은 확실했다.

하지만···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복장을 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서 그것보다 더 뜬금없는 질문잖아? 지금 이 모습은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말이지···. 덕분에 조금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버렸다.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도 가장 현실적이고 평범하고 내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대답을 말했다.

“아니요.”

“···헤···헷.”

아주 잠깐 새하얀 얼굴의 소녀의 입가가 주름이 잡히며 씰룩 거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착각이겠지. 이렇게 아름다운 소녀가 그런 불량스러운 표정을 지을리가 없으니까.

콰직···!

“···하?”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겁쟁이!”

제대로 들은거야? 지금 나에게 한 말이 맞는거지?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물음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 곳에는 나와 그녀 단 둘 뿐이었으며, 아주 방금 야구공을 들고 있던 팔이 위에서 아래로 ‘휙!’ 하고 움직인 것 같다는 것과 ‘쿵!’ 하는 소리와 더불어 내 고개가 아래로 꺽여졌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추측일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난 그 한방으로··· 기절 해버리고 말았으니까.

복도 창문 밖으로 벚꽃 잎이 흐드러지게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흩날리는 벛꽃과 함께 내 눈도 서서히 감겼다.

그런데··· 아직 3월이잖아?

♂ ♀

“····수.”

“으음···.”

“···민수야?”

“···끄으응···조금만 더···. 5분만···.”

“야, 야!! 정신 차려봐!!”

“···후악?!”

눈을 떴다.

아침이었다.

“너 왜 이러고 있어?”

어째서 항상 아침을 깨우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고 잘생기고 인기도 많으면서 나보다 키까지 20Cm나 큰데다가 중학교 졸업 이후에 겨우 해방 될 수 있을까 싶은 비교심과 질투심을 고등학교까지 따라와 같은 반이라는 저주스러운 상황으로 계속해서 느끼게 해주고 있는 친구인 현석이 눈 앞에 있는걸까.

“헙~! 크학?!”

나는 급격하게 허리를 들어 올림과 동시에 동반되는 심각한 뼈의 울림에 온몸을 비틀거릴 수 밖에 없었다. 찬 바람을 맞으며 노숙이라도 하지 않고서는 이런 고통이 올 수가 없었다.

“너 왜 교실에서 쓰러져 있는거야?”

“아?”

노숙을 한건 맞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째서인지 나는 집에서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자지 않고 교실 한 복판에 대자로 누워있었던 모양이었다. 등교를 해서 다시 잠 든건가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나는 등교를 한 기억도 그리고 집에 간 기억도 없었다.

“아얏?!”

정수리가 지끈거렸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가져가보았다. 딱딱하고 검붉은 것이 손에 묻어 나왔다. 한참을 생각해보고 나서야 나는 ‘흐억?!?!’하고 소리 질렀다.

“피, 피, 피다···!”

“뭐?”

피를 본 순간 드디어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나는 어젯밤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할 뻔 했다. 하지만 어젯밤 습격의 여파 때문인지 정확하고 명확하게 그 상황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다만 몇 가지··· 연상되는 단어만이 내 머릿속에 맴돌 뿐이었다.

“분홍··· 레이스··· 토끼···?”

“분홍, 레이스, 토끼?”

“응, 순간적으로 떠올랐어. 그러니까 난 분명 어제 누군갈 만났는데···. 누구지···, 그리고는 갑자기 뭔가가 내 머리를 쳤어.”

“그리고 생각나는건 분홍, 레이스, 토끼라는거지?”

“응.”

나는 심각하게 현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찢어진 정수리에 굳어버린 피. 이정도의 상처라면 적어도 풀스윙을 하지 않는 이상 생기지 않을게 분명했다.

“다잉 메시지로군.”

어이, 어이. 아무렇지 않게 죽은 사람 만들지 말라고.

“죽어버리는건 어때? 보통 이런 밀실사건엔 시체 한 두구 정도는 나와야 하는 법이니까. 해결은 내가 해 줄께.”

내려가는 안경을 손가락으로 끌어 올리며 효민이 말했다. 1학년 1반. 각 석차별로 1등부터 순서대로 배정된다. 1반에 누군가는 전교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말이다. 누군지 어느정도 예상은 했겠지만 그 수석이 지금 나에게 죽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해결한다고 해도 죽어버리면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는 내가 모르는거잖아.”

“탐정이란 망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직업이니까.”

“멋대로 산사람을 망자로 만들지 말라고.”

“···쳇.”

뭔가 진지한 얼굴로 아쉬워하는 효민. 어째서 진지한 얼굴인거야. 묘하게 진지해서 더 울컥해지잖아···? 네 녀석에게는 동급생의 우정보다는 어젯 밤 읽은 추리소설의 재연이 더 중요한게냐.

“양호실에 가야하는거 아니야? 선생님한테는 내가 말해 줄게.”

“응? 그래주겠어?”

현석은 쓰러져 있는 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워주었다. 역시나 나보다 잘생기고 인기도 많으면서 키도 20Cm나 더 큰 주제에 착하기까지 한 녀석이었다.

“···저기 이정도까지 착하진 않아도 되는데···.”

“하지만 피를 흘렸잖아. 어지러울텐데?”

“···그래도 괜찮아.”

현석의 부축을 받고 일어섰던 나는 어째서 공중으로 붕 하고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내 다리 아래로 손을 넣어 나를 들어 올린 것이다. 그래, 알고 있으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지금 동급생의 품에 여자처럼 안겨 있었다.

“부탁할게.”

“응.”

각고의 노력 끝에 나는 부축을 받는 선에서 교실을 나올 수 있었다.

다만, 범인은 여전히 미궁에 빠진체로 말이다.

교실은 웅성거리고 있다.

시민의 웅성거림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놀라움에 따른 웅성거림과 두려움에 따른 웅성거림 그리고 걱정에 따른 웅성거림 등 수 많은 소리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들리는 소리는 대채로 놀라움과 기쁨 그리고 시기의 웅성거림이었다.

그 시간은 정확히 5분 뒤,

어째서인지 의문의 피투성이가 되버린체로 교실에서 깨어난 미궁의 사건의 주인공이 나간 뒤였다.

“에, 그러니까 저는.”

교실에 있는 36명의 학생들은 모두 교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어떤 수업 시간보다도 집중 되어있는 눈빛들. 대한민국 교실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이 지금 빛나고 있었다.

단 한마디에 이내 침묵.

1학년 1반은 지금 침묵 하고 있었다.

“제 이름은······.”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크리슈반 세라 유니버스입니다.”

전학생은 꾸벅 인사했다.

90도의 완벽한 배꼽인사. 참으로 앙증맞을 수 없었다.

개학식 한달만에 찾아온 묘령의 소녀의 등장에 교실의 수컷들은,

“우아, 우아아~ 우아아아~~ 오오오!”

하고 동물 울음소리를 내며 환호하였다. 아마도 그 우자와 아자 속에는 환영의 뜻이 담겨져 있으리라 짐작되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 하지만 흔들릴때마다 묘하게 변하는 것 같은 검은색이었다. 잘록한 허리 그리고 매끈하고 새하얀 다리.

남심을 흔들기에 충분한 미성(美聲).

“분홍 레이스 토끼!!!!”

“네?”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은 그 미모에 현혹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

그건 바로 나, 나민수였다.

“기억났다. 모든 게···. 너였다! 범인은!”

교실 뒷문을 큰 소리로 밀어 열며 나는 소리쳤다. 정수리에는 도무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반창고가 떡 하니 붙어 있었다. 잘 보니 어째 파스인 것 같기도 싶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중요한건 어제 나를 기절시킨 괴한을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생각하지만 정수리가 후끈 거리는 것 같기도 한데···.

“민수 학생.”

“네?”

“지각한 주제에 이게 무슨 무례한 행동이죠? 밖에서 손 들고 서 있으세요.”

“네? 아, 선생님. 저는 그러니까.”

“어. 서.”

나는 참을 수 없었다. 바로 저 악마가 눈 앞에 있는데도 그 어떤 복수도 하지 못하다니···. 또다시 찢어진 정수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후끈거리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어떤 대처를 하기도 전에 선생님의 날카로운 시선에 나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세라양, 자리는.”

세라 유니버스.

도대체 한국 이름인지 영어 이름인지 정체불명의 이름을 한 체로 나타난 소녀는 정확히 나를 지목하였다.

“쟤 옆이요.”

“······.”

나는 느꼈다. 위기감이랄까 혹은 두려움이랄까 하는 그런 부류의 불안감이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다른 학생들의 시기도 느꼈다. 어이, 어이. 너희들 속고 있는거라고. 어젯밤 일을 몰라서 그런거라고 나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야심한 시각에 속옷 차림으로 교실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그런 녀석이란 말이다. 저 녀석은.

속옷 차림····.

분명히 그랬지. 분홍색, 레이스··· 그리고 토끼.

“아앗?! 선생님, 민수 코피가 터졌어요! 괜찮아?”

“괘, 괜찮아.”

나는 쓸데없이 큰 소리로 말하는 현석의 입을 가리려 했다. 그러나 나보다 잘생기고 인기도 많으면서 키까지 20Cm 큰 주제에 착하기까지하면서 힘까지 더 좋아 나로서는 그를 막기가 엿부족이었다. 제길··· 하루만에 비교점이 3개나 더 늘어났다.

“상처 때문인거 아니야? 선생님. 민수는 환자에요. 벌을 세우기보다는 양호실에서 쉬게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정의감까지 추가. 하지만 말이지. 정수리가 찢어진거랑 코피가 터지는건 아무래도 위아래가 다른 문제란 말이야. 당사자는 분명히 알겠지만 아무래도 이 사실을 굳이 스스로 지적해줄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됐다.

“너 키가 몇이야?”

실례잖아. 그런 걸 갑자기 묻는건···. 그러나 나는 이내 흠칫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제밤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 (분홍과 레이스 그리고 토끼를 제외하고) 몰랐지만 이 녀석 확실한 미녀였다. 그런 소녀가 교탁에서 나에게로 달려와 묻고 있는 것이었다.

남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처음으로 느껴보는 시기의 눈초리.

단 한번도 가질 수 없었던 미묘한 우월감의 느낌이랄까.

나는 헛기침을 두 세 번 뱉어내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음음··· 160Cm 정도? 하지만 이제 곧 클거야. 성장기니까.”

“응? 너 뭐라고 했니?”

···뭐랄까 이 불안감은.

나는 순간적이지만 회피하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피가 더 어울릴테다.

말 그대로 현실도피.

“하, 하하··· 피를 많이 쏟아서 빈혈이···.”

“180 정도 되지? 게다가 이 근육. 완벽해. 골격까지 튼튼하고··· 엉덩이도 잘 올라와있는데?”

“왜, 왜 그러는거야?”

모두 다 알겠지만 세라의 말은 나보다 잘생기고 인기도 많으면서 키까지 20Cm 큰 주제에 착하기까지하고 정의감마저 있는 주제에 힙업까지 튼실한 현석을 향한 것이다.

그리고 내 마지막 애처로운 변명마저도 깡그리 무시하고 세라는 현석의 여기 저기를 둘러 보았다.

“그래, 마치 넌···.”

턱을 괴고 심각하게 생각하던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적당한 단어를 떠올리려고 고심하던 찡그린 눈썹이 이내 초승달 모양으로 펴졌다.

“야구를 위해 태어난 몸 같아!”

그래, 나도 그런 비슷한 말을 들었지. 아니··· 조금 다른가?

“야구 좋아해?”

맞아. 저 말이다. 그러니까 현석은 나보다 한 문장 더 많을 뿐인거다. 단지 한문장 더···. 고작 한 문장인데 어째서 상대적인 박탈감이 엄청나게 크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현석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현석의 손을 움켜 쥐고 있는 세라였다.

“너 허리는 잘 써?”

“풉?!”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을 저렇게 서슴없이 하다니. 그러나 세라는 나의 반응 따위는 여전히 안중에도 없는 듯 현석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다. 신기한 조각상이라도 보는 듯 여기저기 그의 몸을 주무르며 세라는 눈을 반짝였다.

어이, 어이. 적어도 반항 정도는 하란 말이야. 저것도 성추행으로 볼 수 있는 거 라고.

“뭐하고 있는 거야?”

답답한 마음의 내가 현석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응? 아··· 뭐···.”

실컷 그의 몸을 조사하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듯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그 모습이 밉상이라 나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이에 질세라 그녀 역시 나를 노려보았다. 분명 노려본게 분명하다.

“거기 세 사람. 수업 시작 할 테니 이제 그만 앉는 게 어떤가.”

“네!!”

“아, 네네.”

다만, 그 노려보는 모습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다.

“민수군도 복도에 나가기 싫으면 얼른 착석하도록.”

“알겠습니다.”

뭔가 있다. 분명 뭔가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 두 사람은 같은 자리에 앉았다. 어째서 이 녀석은 내 옆자리에 앉으려고 했던 걸까. 주위의 남학생들의 부러움과 시기의 시선을 한몸으로 받는 것은··· 싫지만은 않지만 어쨌든 나는 깨름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저기···.”

“응?”

‘야구에도 관심 없는 땅꼬마 따위 죽어버려.’

···에?

······에에?!

·········에에에엑?!?!?!?!?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나는 다시 한 번 되물었다. 단지 표정으로만이었지만 분명한 확답을 듣기 위한 제스쳐였다. 눈을 조금 더 동그랗게 뜨고 놀란 얼굴로 고개를 앞으로 살짝 내밀며 검지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키는 것. 만국 공통의 바디 랭귀지.

“헤헷.”

돌아오는 것은 환한 미소뿐.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확신했다.

이 녀석··· 악마다.

♂ ♀

야구(野球)

“It ain't over till it's over.” - Lawrence Peter Berra

끝 날 때까지 끝 난 게 아니다.

멋진 말이라 생각하는가?

분명 멋지다.

9회말 2아웃의 순간까지도 역전의 희망을 놓을 수 없는 게임.

타임 아웃이 없는 시합.

야구란 그런 경기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중학교 시절까지.

나 - 노민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글러브를 꼈다. 그 어린 나이에 요기베레의 말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주제에 마치 거대한 망치에 머리를 맞은 것 같은 기분에 엄마를 조르고 졸라 샀던 글러브. 공의 실밥이 터질 때까지 던지고 던졌던 공.

적어도 그 당시의 나는 아마도 마운드의 뜨거운 무언가를 상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른 명언 중의 명언은,

‘현실은 시궁창’

···이랄까.

그래서 물어보겠는데, 당신은 고교야구(高校野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교야구? 프로라도 되고 싶은 거야?”

“그건 아니지만···.”

“재미로만 할 시기는 아니지 않을까. 입시준비도 있고···. 중등 지구대회에서 우승한 것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우리가 우승이라니 생각도 못했는걸.”

“사실 말이지··· 중학야구도 비슷하긴했지만 우리나라의 고교야구는 그렇잖아.”

“뭐랄까···.”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미지근하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건 아니었군.

야구가 좋다.

하지만 프로로 갈 생각은 없다.

야구는 하고 싶다.

하지만 재미로만 할 수는 없다.

야구와 고교는 이토록 꽤나 복잡한 관계인 것이다.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안하는게 아니란 뜻이다.

그렇기에 나의 야구는 끝났다.

끝 날 때까지 끝 난 게 아니기에 끝나는 순간 완벽하게 ‘끝’ 나버리는 것이다.

야구란 그런거다.

“응, 그러니까 말이야. 야구는 9회가 되도 끝나지 않은거잖아? 그래서 엄청난 것 같아!”

“세라는 야구를 좋아하는구나?”“물론!”

여기 한명···. 아직 꿈에서 벗어나지 못한 녀석이 있긴 하다.

“나도 말이야. 중학교 땐 공 좀 던졌는데.”

“정말?”

“응, 옆 지구에 있는 한서고있지? 거기에 입단 테스트도 받았었는걸.”

“와아~!”

···떨어졌으니 여기 있는거겠지.

게다가 오늘 전학온 주제에 옆 지구에 한서고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턱이 없잖아?

세라의 주변에는 서너명의 용기 있는 남학생들의 뒤를 따른 대여섯명의 지조 없는 남학생까지 포함하여 그녀의 주변에 수컷 냄새를 가득 뿜어내고 있었다. 덕분에 내 책상과 의자는 3분단과 4분단 사이 어중간한 위치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용기가 있어 먼저 갔든 뒤 따라 갔든 다 멍청해보이지만···.

“훗, 운고 네가 한서고에 입부테스트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인데?”

···설마 그것조차 거짓말이냐.

“야구로 말하면 차라리 이 몸이시지. 데이터 야구의 중심이라 불리던 이 몸이야 말로 묘수중학 3번 타자였지.”

그 멍청이들의 그룹 속엔 우리 반 1등이자 이 학교 수석인 효민까지 있었다. 도대체 어쩌자고 저런 녀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저런 어이없는 말을 늘어 놓고 있는거야?

“우아, 효민이 묘수중학 3번타자였었어?”

···도무지 야구를 했을 몸이 아니잖아?!

세라의 주변에 몰려 있는 학생들은 저마다 소싯적 야구이야기에 과장과 거짓말을 첨가해 저마다 자기 자랑을 늘어 놓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어째 이상한 쪽으로 흘러 서로 누가 더 잘났는지 대결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묘수 중학교면 가을 대회 때 3회전에 만났었던 학교잖아. 그런데 효민이를 만났었나?”

“바보야. 거기에 3번 타자야 말로 진짜로 한서고교로 입학했다고. 저런 녀석이 있을 리가 없잖아. 데이터 야구 같은 소리··· 어디서 주워 들은 건 있어서. 다 거짓말이지. 바보.”

“헤에, 그런가···. 역시 민수네. 그런 것 까지 기억하고 있고.”

“기억하는게 당연한거야.”

“흐···. 당연한건가?”

“···쳇.”

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의미일까. 뭐···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떤 의미이든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이제는 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보다 대단하네. 전학 오자마자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으니까.”

“진짜 모습을 알면 다 떨어져나가겠지. 겉치레일 뿐이야. 저런거.”

“진짜 모습?”

나는 입을 가리고 웃고 있는 세라를 바라보았다. 남자 아이들의 말에 하나 하나 지친 기색도 없이 대꾸를 해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째 조금 전 귓속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분명 저 녀석이야. 살인미수···.”

죽어버리라든지 땅꼬마라든지 하는 그런 엄청난 말을 서슴없이 내뱉지 않냔 말이다.

땅꼬마라니···

저 녀석은 충분히 사람도 죽일만큼 잔인한 녀석이 분명하다.

“나가자.”

“응?”

“음료수나 한잔 마시러.”

“그럴까.”

나는 더 이상 암컷에 달라 붙어 있는 하이에나들의 모습을 볼 수 없어 교실을 나서려했다. 세라의 옆에 붙어 있는 녀석들 중에 한 명이 큰소리로 시끄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지? 야구란 원래 그런거거든. 마음껏 치고 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재밌으니까. 언제든 체육시간에 나의 야구하는 모습을 세라에게 보여줘야겠는걸! 하, 하, 하!”

그 때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떼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음껏 치고 달릴 수 있는 것만으로 즐겁다고?

야구란 즐거운 게 아니라고.

머저리들···.

“아직 미련이 있는거지?”

“미련은··· 무슨 시덥잖은 소리야?”

“흐음··· 아닌가.”

자판기에서 이온음료와 녹차를 뽑아서 현석에게 녹차를 던져주고는 벤치에 앉았다. 수업시작까지 10분 정도 남아있으니까··· 이정도 호사는 부려도 되겠지.

“중학야구 황룡배. 그 때 일을 아직 마음에 두고 있나싶어서 말이야.”

“그런거 잊어버린지 오래네요. 그러는 너야 말로 왜 여기에 온 거야? 날 따라왔다라던지 하는 그런 이유는 아닐테고.”

“응? 너 따라 온 거 맞는데···.”

현석은 차가운 녹차를 단숨에 마시고는 ‘헤헤···.’하고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웃었다. 사람이 좋은건지 그저 착한건지···.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고등학교를 선택할리가 없잖아.

“그냥 시끄러운 녀석이 나타나서 조금 떠올렸을 뿐이야. 어차피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걸.”

우리학교에는 야구부도 야구 써클도 없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바로 집 앞에 있는 학교를 놔두고 버스로 30분이나 가야하는 이곳으로 오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그만.”

나는 캔을 구겨서 있는 힘껏 던졌다. 캔은 벽에 부딪히고는 ‘캉-!’ 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수업 시작하겠다.”

녀석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남의 말을 단번에 끊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만.

그래도 학생으로 수업시간은 지켜야하는 것이잖아?

···그래, 핑계라고 해두자.

“호오···. 자판기에 음료수의 갯수는 총 16개. 그 중에 커피와 탄산이 14개. 대부분의 학생들이 마시는 탄산음료와 커피가 아닌 이온음료와 녹차라···. 스포츠맨으로서 자각이 충분하잖아? 너 말이야···.”

“뭐, 뭐야?!”

달려들 듯 다가온 소녀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세라였다. 마치 파고 들 듯 내 품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그것을 제지하지도 못할 정도의 빠르기였기에) 또 다시 나에게 물었다.

“야구 좋아해?”

전에도 이런 질문을 들었었지. 그리고 분명 그녀는 내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야구에도 관심 없는 땅꼬마 따위 죽어버려.’

아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었다. 나는 조금 전에 잔인할 정도로 직접적인 말을 기억하며 또다시 똑같은 말을 해도 될 것인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간은 그리 많이 않았다. 어느새 수업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가지 않으면 깐깐하기로 소문난 수학 선생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을텐데···.

“그··· 그건···.”

내가 잠시 대답을 얼버무렸을 때. 그녀는 한발자국 더 내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지만 그 한발자국 더 가까이 오는 것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세삼 깨달았다.

“땅꼬마.”

“따···”

‘땅꼬마라니··?!’

뭐라고 강하게 한 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보다 더 먼저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난 그 순간 어제처럼 부정할 수 없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야구로···.”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린데···. 처음으로 나는 미지근한 고교야구의 세계에서 아주 조금 가슴이 두근 거림을 느꼈다.

“지구를 지키지 않을래?”

분명 난 그 순간, 쉬는 시간이 끝남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쿵-!’ 하고 마음 한 구석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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