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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철정의 공주와 데스 나이트
글쓴이: 가브리엘
작성일: 11-10-15 23:56 조회: 3,456 추천: 0 비추천: 0

Prologue.

두 개의 달이 만들어낸 시리도록 푸른 달빛이 어느 귀족가의 열린 창문으로 슬며시 발을 디뎠다.

푸르게 비추어진 그 방은 유서 깊은 가문의 침실인 듯 적지만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방의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벽에는 남쪽 지방의 고명한 화가의 친필이 들어간 작품이 걸려있고, 바닥에는 동쪽의 먼 나라에서 들여온 기하학적인 무늬가 수놓인 융단이 깔려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훌륭한 침실이다.

그러나, 사방이 시뻘건 피로 도색된 이 순간의 침실은 결코 훌륭한 것이 아니었다.

“아르…데….”

침실의 주인으로 생각되는 중년의 남성은 바람세는 목소리로 딸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뻗었다. 붉게 충혈된 시야가 데구루루 구르고, 눈동자의 모세혈관이 터져 피눈물이 뒤섞여 흘러내리면서도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필사적으로 내밀었지만, 그 손은 결코 사랑스러운 딸아이에게 닿지 않는다.

샤륵.

사람의 살을 베어내는 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마치 종이를 베어내는 듯 한 소리와 함께 그의 목에 박혀있던 갈고리모양의 단도가 쑥 뽑혀 나왔다.

혈관이 찢겨져나간 상처에서 피보라가 일었다.

“레….”

지지대가 사라진 그의 몸뚱어리는 힘없이 피웅덩이로 속으로 처박혔다.

소리는 없었다. 밟으면 발목까지 잠기는 훌륭한 융단은 모든 소음을 집어삼킨 채 ‘두 구’의 사체에서 흘러나오는 피까지 꾸역꾸역 집어삼켰다. 이 저택에 있는 그 누구도 이 방의 상황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저도 죽이실 건가요?”

눈앞에서 자신의 부모가 살해당했다. 귀족가의 잠옷에 어울리는 레이스가 달린 흰색의 간소한 드레스는 부모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럼에도 소녀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암살자의 푸른 눈동자를 피하지 않았다.

비록, 그 눈동자에서 맑은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있다고 해도.

“…아니.”

소녀의 기세에 눌렸던 것일까. 수많은 인간에게 안식을 안겨주었을 암살자는 소녀의 눈빛을 피하듯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어째서죠?”

“…의뢰대상이 아니니까.”

“전 당신의 얼굴을 봤어요.”

“…상관없어.”

소녀는 독기어린 표정으로 암살자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그는 어둠의 대리자처럼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코까지 가리는 복면을 했다. 보이는 것은 귀기가 느껴지는 푸른 눈동자 뿐. 얼굴을 보았다고 한들,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알아 볼 수 없으리라.

소녀의 말은 협박조차 되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상대할 이유가 없다는 듯 창가로 다가가 창틀에 발을 올렸다. 곧장 뛰어내릴 생각인 듯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당신의 눈.”

그걸 알기에 소녀는 말을 이었다.

“당신의 그 눈을 기억하겠어요.”

“…….”

암살자는 고개를 돌려 핏물에 잠긴 부모의 사체 앞에 주저앉아있는 가녀린 소녀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소녀 또한 밤의 사신이 된 사내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당신의 이름은 뭐죠?”

“…나에겐 이름이 없어.”

펄럭!

그는 그렇게 코트자락을 펄럭이며 달빛 속으로 녹아들듯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자리의 창문이 밤바람에 크게 삐걱 이며 흔들렸다.

“…….”

잠시 그가 사라진 창가를 바라보던 소녀는 끝까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쓰러져간 아버지의 부릅뜬 두 눈을 감겨드리곤,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잠시 후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사용인들에 의해서 이 사건은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

1장 - 데스 나이트(Death Knight).

0

“드디어 찾았어.”

암살자의 목에 새하얗게 빛나는 세이버를 겨눈 소녀는, 어째서인지 어딘가 그리운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암살자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검이, 떨어져 내렸다.

1

“녹스! 3번 테이블이다!”

녹스라 불린 귀여운 인상의 청년은 다량의 접시를 쌓아들고 위태위태한 걸음으로 손님으로 가득차있는 테이블 사이를 나아갔다.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모습에 대낮부터 술집에 모여 시끌벅적하던 장정들이 키득키득 웃으며 과연 녹스가 3번 테이블에 도착하기 전에 넘어질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내기를 시작했다.

“난 넘어진다에 3아페온.”

“에이, 쪼잔 한 놈! 10아페온이다!”

“오오! 센데, 그럼 난 넘어지지 않는다에 1아페온 걸지.”

그 와중에 녹스는 용케도 쓰러질 듯 말 듯 불안한 발걸음을 유지하며 착실하게 3번 테이블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이, 녹스 넘어지라고! 우리를 실망시키지 마!”

“…시끄럽습니다.”

녹스는 삐죽 입을 내밀며 꿍얼거리곤, 발을 걸 속셈으로 쭉 내민 다리의 발을 힘껏 밟아버리고 3번 테이블에 도착했다.

“이런! 10아페온이 날아갔어!”

“아, 안 돼!”

여기저기서 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수가 가게 안의 절반이 넘어가니 녹스란 청년은 상당히 신용 받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2년이나 여기서 일했는데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녹스는 하아, 한숨을 내쉬고 3번 테이블에 어깨까지 놓인 음식그릇을 차례차례 내려놓았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그 순간 3번 테이블에서 뻗어 나온 발이 녹스의 오금을 걷어찼다.

“…엑!”

결국 녹스는 요란스럽게 바닥에 얼굴을 처박아야했다. 순간 정적이 된 가게 안. 3번 테이블 위에서 태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넘어졌군.”

한탄은 환성으로 바뀌었다.

“예에에에에!!”

“인마, 돈 가지고 간거 다시 내놔!”

“나이스요, 형씨!”

다시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변한 술집 안에서 녹스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욱신거리는 콧등을 문지르며 일어서야했다.

“…너무해.”

코피는 나지 않았지만 벌겋게 물든 콧잔등이 상당히 볼썽사나웠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는지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이 녹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나?”

“…예에. 뭐. 응?”

…병 주고, 약주는 겁니까. 꿍얼거리면서 내밀어진 손을 잡고 일어서려는데 어쩐지 익숙한 문양이 장갑에 새겨져있었다.

거꾸로 박힌 검과 다리 셋 달린 까마귀의 문양. 녹스는 윽-하는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똑바로 들고 바라보니, 역시나 모자에 눌려 가려지긴 했어도 못알아볼리 없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녹스는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공주님.”

2

불과 2년 전만 해도 수도를 중심으로 전국의 귀족들이 밤잠을 설치며 두려워했던 존재가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밤의 그림자에서 나타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목표의 숨을 거둬가는 사신의 대리자.

그는 항상 희생자의 높은 지붕위에 마치 기사의 망토를 연상시키는 코트자락를 펄럭이며 달빛에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그를 목격한 자들은 그의 모습을 표현할 때 경외와 두려움을 섞어 말한다.

“죽음의 기사(Death Knight).”였노라고.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2년‘전’의 일. 데스 나이트는 토벌되었다. 철정(鐵正)이라 불리우는 까마귀공주와 그녀의 기사단에 의해서.

“아아, 낮의 술집에 그렇게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군. 그렇게 번화한 곳에 자리 잡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얼떨결에 널 넘어뜨리고 말았어.”

공작의 작위를 이었음에도 국민들에게 여전히 철정(鐵正)의 공주로 불리우는 아르데레 릴리움 코르는 싱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아침에 약 두 달 만에 입항한 배가 있었거든요. 다음 출항 전까지는 자신들의 몸을 술을 담은 오크통으로 만드는 게 그들의 생리니까요. …그렇다고는 해도 절 넘어뜨릴 이유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후반부에 가서는 혼잣말처럼 들리지 않게 중얼거리는 녹스였다. 하지만 아르데레는 용케 알아듣고는 남자처럼 웃으며 작은 주머니를 흔들어보였다. 찰랑찰랑. 동전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그야, 나도 네가 넘어지는데 돈을 걸었기 때문이지.”

“…도대체 뭐 하러 온 겁니까?”

“당연히 네가 넘어지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려고지.”

“…너무해요.”

“그렇다고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울지 마!”

이내, 뚝뚝 눈물을 떨어뜨리는 녹스를 보며 아르데레는 당황한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녹스는 히끅 숨을 삼키며 눈물을 닦아냈다. 아르데레는 푸념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도대체가 눈물이 너무 많아. 자.”

아르데레는 잘 재단된 검은 군복 안주머니를 뒤져 손수건을 꺼내 녹스에게 건네주었다.

“나중에 돌려줘.”

“…벌써 가시나요?”

“그래. ‘오늘’은 특히나 바쁘거든.”

아르데레는 손을 흔들며 거리로 나갔다.

가게 뒤편 공터에 홀로 남은 녹스는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쥐었다. 그러자 손수건 안쪽에서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났다.

주위에 누구의 기척도 없다고 판단한 녹스는 손수건 안에 접힌 종이를 꺼냈다.

종이에 적힌 문구를 읽는 그의 눈빛은 신비한 푸른색을 발하고 있었다.

3

철정의 공주와 그녀의 기사단, 국가승인 초 법률특수부대. 코르부스 레지나(Corvus Regina).

겨우 16세의 소녀가 리더로 있는 이 기사단이 발족했을 당시, 사람들은 왕의 여동생이 오라버니를 졸라 만든 부리는 장난감 기사단이라며 조롱했다.

그러나 1년도 안되어 그 누구도 그런 발언은 입 밖에도 낼 수 없게 되었다.

전국의 귀족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데스 나이트가 속한 암살조직의 본거지를 단독으로 토벌하고 죽음의 기사라고까지 불렸던 암살자를 참수. 그 뒤로 전쟁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국내의 온갖 범죄 집단과 악덕귀족들을 단죄하였다.

그 실적은 실로 어마어마했으나, 그 방법은 무력에 의한 철의 응징. 그리하여 붙은 별명이 철정의 공주였다.

귀족들 사이에서는 두려움과 함께 매우 불편한 존재로 자리 잡았지만, 일반국민들에겐 그 누구보다 칭송할만한 영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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